김성헌 교수 (우리대학교 환경공학부)

최근 몇 년간 국민의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은 미세먼지 문제가 이제 법적으로도 사회재난의 영역에 포함됐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미세먼지 관련 8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되던 미세먼지 고농도 규제 정책이 전국으로 확대돼 2부제 차량 운행, 노후 디젤 차량 조기 교체, 초등학교 주변 주차 금지 등이 전국에서 시행됐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미세먼지는 수 ㎛ 정도의 지름이기에 육안은커녕 광학 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고 전자 현미경을 사용해야 겨우 그 크기와 형태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고농도에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현상은 미세먼지가 빛을 산란한 간접적인 모습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악영향은 세월호 참사처럼 국가적 재난 수준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록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삼국 모두에서 16회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관측됐다. 고려사에는 총 48회, 조선왕조실록에는 101회에 달하는 관측 기록이 실려 있어 1550년 3월 22일 기록에는 서울에 흙비가 내리고 전주와 남원에 비가 내린 후 기와와 초목들이 모두 황백색을 띠었다고 한다. 모두 황사에 대한 기록이며 중국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12월부터 3월 사이에 집중해 있다.

탄광이나 산업시설에서나 나타나는 줄 알았던 대기 중 미세먼지를 국민이 심각하게 인식한 때는 지난 198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조사한 6개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의 상관성이 밝혀진 다음부터다. 그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10μm 이하의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독성 성분이 더 많이 함유됐을 뿐 아니라 폐포 깊이 침투할 수 있는 2.5μm 이하의 초미세입자에 대한 대기환경 기준치를 마련하고 저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와서야 비로소 초미세입자에 대한 법규를 제정하고 농도 측정을 시작했으니 만시지탄이다. 그 결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2018년도 초미세입자 연평균 농도에서 대한민국은 27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OECD 국가 중 우리보다 높은 농도의 나라는 26위의 칠레뿐이었으며, 중국은 12위였다. 

미세먼지의 위해성을 따질 때 단순한 질량농도 외에 중금속 성분과 불완전 연소에서 발생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성분의 발암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디젤 차량을 중점으로 제한하는 이유 또한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단위 질량 당 발암 위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되는 연구에 따르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300 이상의 발암 위해도 지역*에 서울시 인구의 60% 이상이 노출돼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휘발유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더 많다는 이유로 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매연 발생이 더 많은 디젤 차량 우대정책을 펼쳤으니 잘못 끼워진 단추다.

미세먼지 사태가 국내 배출 때문인지 중국의 영향이 더 큰지에 대한 논란을 정리하기엔 더 많은 과학적 노력이 요구된다.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이 인공위성 영상으로 관찰되지만, 그럼에도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객관적으로 정량화된 근거 자료의 제시가 필요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해 지난 2005년 즈음부터 중국이 국가 차원의 정책과 연구비 지원을 통해 축적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는 이제 우리나라의 10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 때문에 우리에겐 이를 깨기 위한 준비 시간이 몇 년 더 걸릴 것이다.

행정적으로는 청정 강원도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 경기도에 가까운 원주시의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는 편서풍이라는 기상 조건과 분지에 있는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 수위를 다툰다. 미세먼지는 비바람이 불면 잦아들기 마련이다. 통념처럼 빗물에 씻기기보단 비에 수반되는 바람이 미세먼지를 날려 보내기 때문이다. 비상하는 독수리가 시야를 가린 미세먼지를 탓하지 않고 힘찬 날개짓으로 자욱한 미세먼지를 날려 보내길 기대한다. 이왕이면 올림픽의 함성이 묻어있는 평창 전나무 숲의 푸른 공기를 담아서 말이다.

 

*평균수명 70년 기준, 디젤 미세먼지 입자에 노출된 100만 명 중 300명 이상에게 암이 발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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