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가족의 보살핌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보호아동’이다. 이들이 기댈 곳은 보호시설이 유일하다. 하지만 아동이 만 18세가 되면 보호조치는 종료된다. 이 시점부터 이들은 더 이상 ‘보호아동’이 아닌 ‘보호종료아동’이다.

 

홀로서기를 강요받는 삶
기본적인 생계조차 해결하기 어려워

 

<출처: 보건복지부 2016 보호종결아동 실태조사>


보호종료아동은 보호조치가 종료돼 보육원이나 위탁가정 등의 보호시설을 떠나는 아동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적절한 양육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보호조치를 실시한다. 하지만 아동은 ‘18세 미만’으로 규정되며, 보호조치 중인 아동이 18세가 되면 퇴소가 강제된다. 보호조치는 법적으로 규정된 아동만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매년 2천여 명의 보호종료아동이 시설을 떠난다. 지난 2017년 기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및 위탁가정을 떠난 보호종료아동은 2천593명이다.

이들은 시설을 떠난 순간부터 어른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그러나 많은 보호종료아동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시설에서 생활한 탓에 일상생활기술을 비롯한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는데 미숙하기 때문이다. 청주대학교 대학원 이종민 석사논문 ‘시설보호아동이 지각하는 자립준비 정도와 퇴소 후 적응 어려움과의 관계 탐색’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은 사회체험, 교육활동, 대인관계 등을 숙지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간다. 6년 전 보육원을 떠난 최모씨는 “보육원에서 나왔을 당시에는 부동산에서 집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화장실 청소는 어떻게 하는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어떻게 하는지 등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며 “모든 것을 직접 부딪치며 스스로 배울 수밖에 없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아동자립지원단 김보현 주임은 “생계나 주거 등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서워하거나 외로워하는 보호종료아동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은 시설에서 나오는 순간 생계 문제를 마주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2016 보호종결아동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시설을 떠난 아동의 손에 쥐어지는 건 약 500만 원의 자립정착금과 디딤씨앗통장*이다. 하지만 이는 아동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진 못한다. 자립정착금은 지자체 재량으로 보호종료아동에게 제공된다. 때문에 지원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2018년 기준, 서울시는 자립정착금으로 1인당 500만 원을 제공했다. 강원도는 양육시설을 나온 아동에게 100만 원, 공동생활가정을 나온 아동에게는 300만 원을 지원했다. 가정에서 위탁한 아동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 김 주임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9조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정착금은 국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관념이 부실한 상태로 생활하다 보면 돈은 금세 바닥난다. 소이프(SOYF) 고대현 대표는 “보호종료아동들은 목돈을 만져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몇백만 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최씨는 “퇴소를 할 때 자립정착금 500만 원을 받았는데 보육원에서 받은 경제교육으로는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보호시설 측은 이들을 위한 자립훈련 과정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39조에 따르면 보호시설은 매년 15세 이상 아동 자립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자립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은평구에 위치한 한 보육원 관계자는 “보호시설 아동들은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경제적 교육과 생활적 기술 훈련을 이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어린 아이들에게 통장 관리나 신용카드, 청약에 관한 형식적인 교육만을 진행하기 때문에 보육원에서 경제관념을 확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과 취업은 먼 나라 이야기

 

보호종료아동은 한국 사회의 ‘필수코스’나 다름없는 대학 진학과 거리가 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방안’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보호종료아동 2천593명 중 4년제 대학에 진학한 인원은 160명, 3년제 이하의 대학에 진학한 인원은 195명이었다. 보호종료아동의 전체 대학진학률은 13.7%다. 반면 전체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68.9%였다.

정부는 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입학금을 1회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아동은 국가장학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책이 보호종료아동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먼저 대학 입학 지원금은 지자체별로 그 금액이 상이하다. 정부가 지원제도를 총괄적으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서울시와 인천시는 각각 1인당 300만 원, 200만 원을 지원했다. 광주시는 아무런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다. 김 주임은 “정부 차원에서는 보호종료아동에게 어느 정도의 금액이 지원되고 있는지 파악만 가능하다”며 “모든 관리를 각 지자체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장학금 제도 역시 이들의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2019 국가장학금 소득분위별 지원금액’ 자료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은 국가장학금으로 최대 26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이 68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등록금과 더불어 생활비와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선 수십 시간의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해야 한다. 고 대표는 “부족한 학비는 본인이 다른 장학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생계비와 학비를 벌면서 학업에 집중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 주임은 “보호종료아동들은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생계를 유지하기에 급급해 학교생활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며 “보호종료아동 중에서는 대학진학자보다 취업자가 더 많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취업 또한 어렵다. 입법조사처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38.8%가 직장을 얻었다. 이는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전체 취업률인 66.2%의 절반에 가깝다. 또한 취업한 보호종료아동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 원으로, 월평균 109시간이라는 근로시간을 고려하면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마저도 저임금 일자리로의 취업연계에 그친다.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아동자립지원단장은 취업성공패키지가 이들의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별도의 취업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냐고 묻자 김 주임은 “자립정보북 같은 진로탐색 및 취업정보관련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최씨는 “퇴소를 앞둔 친구들은 자립전담요원과 공부하지만, 아동 수에 비해 요원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음 편히 누울 곳 하나 없는 이들

 

주거문제 또한 이들을 괴롭힌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24.2%의 보호종료아동이 ‘주거’를 어려움으로 꼽았다. 보호조치가 끝나면 이들은 주거공간을 잃는다. 새로운 주거공간을 찾기엔 소득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호종료아동 주거지원책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제공하는 LH주거지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립지원시설 등이 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기준 위 제도의 이용률은 32%에 그쳤다. 정부는 지원을 거부하며 기숙사에 입사하는 아동도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까다롭고 금전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LH 주거지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수도권 9천만 원, 광역시 7천만 원까지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원받은 보호종료아동은 매달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장은 임대료 및 이자 지불 능력이 있는 아동만을 추천한다. LH와 제휴를 맺은 집주인이 보호종료아동의 경제적 사정을 알고 나서 입주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최씨는 “현재 LH 전세임대는 아동복지시설퇴소자 자격으로 신청해도 수익 문제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LH 주거지원을 받는 이들은 이자와 더불어 이행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행 보증금은 전세금의 5%다. 예를 들어, LH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을 통해 8천만 원짜리 집을 전세로 얻으면 5%에 해당하는 400만 원을 이행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고 대표는 “LH로부터 주거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400만 원이라는 이행 보증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시설에서 나올 때 받은 자립정착금을 거의 다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H 주거지원을 받지 못한 아동은 차선책으로 자립지원시설 입소를 택한다. 하지만 자립지원시설은 전국에 12곳밖에 없고, 모든 시설의 정원을 합쳐도 385명에 그친다. 고 대표는 “매년 2천500명의 아이들이 보호시설에서 퇴소하는데 20%도 안 되는 인원만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립지원시설에 들어가지 못한 보호종료아동은 개인적으로 집을 구해야 한다. 자립정착금으로도 보증금을 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디딤씨앗통장을 해약해서 통장의 돈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김 주임은 “현재 주거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껴 정부에서도 공공주거지원을 늘리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떠밀리듯 나온 사회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부적응자로 전락한 보호종료아동은 적지 않다. 아동자립지원단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약 4천350명의 보호종료아동들이 연락 두절됐다. 그러나 이들을 찾는 사람은 없다.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디딤씨앗통장: 저소득층 아동이 보호자 및 후원자의 후원으로 월 4만원 이내의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 및 지자체에서 일대일 정부매칭지원금으로 같은 금액을 적립해준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보조금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관한 법률. 여기서 보조금이란 국가 외의 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대해 국가가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이행 보증금: 경쟁 입찰 등에서 계약 낙찰자의 계약 이행을 확실히 하기 위해 적립해야 하는 보증금을 말한다.

 

 


글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그림 나눔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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