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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역사로, 기형도 다시 읽기‘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심포지엄’ 성황리에 진행돼
  • 박제후 기자, 박채린 기자
  • 승인 2019.03.11 00:13
  • 호수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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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위당관 문과대학 백주년기념홀에서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심포지엄’이 열린 모습이다.

지난 7일, 위당관 문과대학 백주년기념홀에서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심포지엄’(아래 심포지엄)이 열렸다. ‘신화에서 역사로, 기형도 시의 새로운 이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은 우리대학교 인문학연구원과 문학과지성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30년 발치에서 그를 추억하다

지난 1989년 3월 7일, 기형도(정외·79) 시인은 29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작고 30주기를 맞은 시인 기형도와 그의 시를 기리기 위해 기획됐다. 행사는 ▲우리대학교 인문학연구원장 정명교 교수(문과대·현대문학)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유성호 교수 ▲고려대 기초교육원 오연경 교수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강동호 교수의 발표가 주를 이뤘다.

문학과지성사 이광호 대표는 인사말에서 “심포지엄의 주제인 ‘신화에서 역사로’는 기형도가 과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지금의 감각으로 기형도를 다시 호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이번 행사에서는 오늘날 학자의 시각으로 기형도의 시를 다양하게 해석했다. 기형도 시인의 누나 기향도씨가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기씨는 “동생의 글을 사랑해주시고 이런 행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문학을 통해 소통하고 위로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를 신화로 만들었나

1부에서 정 교수는 ‘기형도 시의 문자적 계기와 그 상황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문자와 소리의 대립이 기형도 시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며 기형도 작품을 조명하는 시각을 공유했다. 발표에 따르면 근대 이전 한국문학이 대화의 형식을 취해온 것과 달리 근대 문인들은 문자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이는 전근대적 유교 문화와의 결별이란 의미가 있다. 가령 「공무도하가」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계에는 소리, 즉 대화체를 빌린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기형도를 비롯한 근대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회화적이고 문자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 정 교수는 “기형도의 시에도 소리만으로는 알 수 없고 눈으로 읽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의미가 있다”며 “문장이 완결되지 않았을 때 행이나 연을 바꾸는 ‘구 걸치기’ 기법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 정 교수가 언급한 기형도의 ‘구 걸치기’. 문장이 완결되기 전에 행이나 연을 바꾸는 기법이다.


이어진 발표에서 유 교수는 기형도와 윤동주의 작품세계를 비교했다. 우리대학교를 졸업한 두 시인은 유고시집 하나만을 남긴 채 비슷한 나이에 요절했다. 유 교수는 “기형도는 한국문학사에 ‘기형도적인’이라는 커다란 맥을 만들어냈고, 윤동주의 시는 완결성과 상징성이 높아 반복 불가능한 아이콘으로 남았다”며 “죽음과 함께 열렸느냐 죽음과 함께 완결됐느냐, 그것이 기형도와 윤동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정리했다. 유 교수의 글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기형도의 맥은 ‘신서정’에서 ‘미래파’까지 이어진다. 이는 순수시와 참여시의 이분법적 구분을 뛰어넘은 기형도만의 특성 덕분이다.

토론을 진행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이영준 교수는 거대담론만을 중시하던 80년대 한국문학계의 폭력적 문화 속 기형도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 시절 한국문학에는 젊은 세대를 위한 작품이 없었다”며 “기형도의 시가 그 부분을 예민하게 감지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후 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형도의 시

2부에서는 오 교수가 ‘기형도의 사후 주체와 거리두기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오 교수는 기형도의 시적 주체를 ‘사후 주체’로 명명했다. 오 교수는 “사후 주체는 지나간 사건을 다시 현재의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과거로부터 거리를 두고 이를 재구성한다”고 말했다. 사후 주체는 가정된 죽음의 관점에서 삶의 전반을 바라보는 존재로,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김응교 교수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비극을 경험한 뒤 사후 주체가 문학작품에 많이 등장한다”며 “이와 같은 국내외 사례를 분석한다면 사후 주체에 대한 개념이 입체적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첨언했다.

마지막으로는 강 교수가 ‘희망이라는 이름의 원리 – 기형도의 90년대’를 주제로 발표하며 심포지엄을 갈무리했다. 강 교수는 “기형도의 시는 명(明)보다 암(暗)이 강해서 ‘명’에 해당하는 작품을 부각시키고 싶었다”며 연구 동기를 밝혔다. 강 교수는 “기형도 초기 시를 보면 희망과 절망의 간극에서 고통스런 삶과 시작(詩作)에 대해 고뇌하는 그의 모습이 엿보인다”며 “그러나 그는 점차적으로 절망을 통해 희망을 견인하고 성찰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절망과 희망은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절망과 희망을 중첩적인 형태로 보고, 하나의 면을 강조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김나래(국문·박사2학기)씨는 “기형도에 다층적으로 접근한 연구자들의 해설을 듣고 그의 작품세계에 훨씬 흥미를 갖게 됐다”고 소감을 전혔다. 정 교수는 “그동안 기형도는 문학에 반향을 일으키고 하나의 신화가 됐다”며 “이번 행사처럼 앞으로도 우리대학교가 배출한 문인들을 기억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사진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그림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박제후 기자, 박채린 기자  bodo_h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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