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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再)개발인가, 재(災)개발인가
  • 박수민 하광민 양하림 기자
  • 승인 2019.03.11 00:08
  • 호수 1826
  • 댓글 0

누군가의 추억이었던, 어쩌면 추억이 될 ‘을지로 공구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을 명목으로 지난 2014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세운3구역 공구거리 역시 계획에 포함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내몰리고 있다. 공사용 중장비는 오늘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을지로 공구거리의 상인들은 낡은 건물과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그들은 어두운 불빛 아래서 조용히 땀을 흘린다. 장인의 기술을 따라 을지로를 찾는 청년예술가들도 늘어났다. 청년의 아이디어는 장인의 노하우를 만나 실현된다.

을지로 공구거리 일대는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재개발 이후 을지로에는 주택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과거와의 공존 없이 시작된 재개발은 산업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1960~70년대 을지로 일대에서 장인들이 터를 잡았어요. 40년 이상의 노하우가 축적된 공간인 거죠. 재개발로 장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이 노하우를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엄청난 손실이죠.”

지난 1월 서울시는 지역 정체성과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재개발 추진을 중단했다. 그러나 중구청은 이미 철거가 시작된 구역은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잠시나마 가졌던 희망은 꺾였다.

사람들이 관수교 사거리에 모였다. 그들은 자신의 땀이 녹아든 거리를 지키기 위해 중구청까지 행진했다. 그리고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를 제조 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하라”고 외쳤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사람들은 물었다. 재개발은 골목마다 깃든 정을 지운다. 을지로의 과거도 함께 무너진다. 과거가 사라진 을지로의 미래는 쉽사리 상상할 수 없다.

회색빛 마천루의 그림자가 을지로에 드리웠다. 을지로의 생기는 사라지고 없다. 오늘도 피땀으로 일군 터전을 깨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온다. 철거 소음에 사람들의 아우성은 묻힐 뿐이다.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박수민 하광민 양하림 기자  raviews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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