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는 강남만 갑니다”
“어디 가신다고요? 거긴 안 가요. 다른 차 타세요”

 

새벽 2시. 택시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도로변에서 발만 구른다. 어렵사리 택시를 타도 장거리 승객이 아니면 내리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지난 2017년 서울시에 접수된 승차거부는 약 7천 건에 달한다. 전체 택시 교통 불편 민원신고의 30%를 웃도는 수치다. 이렇게 승객 불만을 초래하는 승차거부는 불법행위다. 하지만 이를 오롯이 택시 기사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승차거부는 택시 기사들이 사납금을 내지 못해 생계를 위협받는 경우를 피하고자 선택한 ‘차악’이다. 사납금은 택시회사 소속 기사들이 회사의 택시를 빌려 운행하는 대신 지불하는 일종의 대여료다. 사납금 제도는 지난 1997년부터 불법으로 규정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86.4%의 택시 기사가 운수 업체에 사납금을 지불한다. 택시 기사들은 하루 평균 13만 5천 원을 사납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는 하루 평균 수입인 16만 3천 원의 83%에 달한다. 이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이 차감되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액셀을 밟는다. 하지만 전국택시노조연맹과 서울시택시운송조합 간의 협정에 따라, 택시 기사들은 실근로시간과 관계없이 하루에 5시간 30분만 일했다고 인정받는다. 실제 근로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줄이기 위해 단거리 승객보다 장거리 승객을 택하는 것이다.

사납금제는 승차거부를 양산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규제할 도리는 없다. 사납금은 법의 테두리 밖이기 때문이다. 조례에 사납금제를 명시해 사납금 액수나 인상 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상위법에서 사납금이 불법이기 때문에 조례에서 이를 다룰 수 없었다. 사납금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다. 때문에 국가가 ‘노사 간의 합의사항’이라고 포장된 사납금을 규제할 방법은 없다.

택시 기사가 승차를 거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승차거부로 신고당해도 처벌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택시 기사는 사납금 미달보다는 승차거부 신고를 택한다. 지난 2015년 승차거부 삼진아웃제**가 도입된 이후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는 2만여 건의 신고 중 단 3건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 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단거리 승객을 거부하게 된다.

서울시는 택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기본요금을 인상했다. 지난 2월 16일부터 낮 시간대 요금은 800원, 심야 시간대 요금은 1천 원 인상됐다. 기본요금 인상은 표면적으로 택시 기사들의 수입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납금이 동결되지 않는 한, 이는 허상에 불과하다. 2013년에 택시 요금이 인상되면서 기사들의 매출은 약 7~8% 늘었다. 반면 사납금은 약 24%가량 올랐다. 매출 인상 폭보다 더 크게 올라간 사납금에 기사들은 이전보다 승객을 더 가려 받기 시작했다.

올해 2월 기본요금 인상과 동시에 사납금은 6개월간 동결됐다. 기본요금 인상에 따른 소득이 기사들의 몫이 된 것이다. 문제는 사납금 동결이 해제되는 6개월 뒤다. 6개월이 지나고 사납금이 올라가면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승객과 더 많은 사납금을 내야 하는 기사들의 허리만 휠 뿐이다.

승차거부 문제의 핵심은 사납금이다. 사납금 상승을 동반한 기본요금 인상은 기사들의 실수익을 늘리지 못한다. 사납금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 한계가 여실하다. 전액관리제가 시행된 지 22년이 흘렀지만, 현실에는 사납금제가 만연하다. 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납금의 액수와 인상 폭을 규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액관리제: 월급제라고 불린다. 택시기사가 당일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입금하면 회사가 기사에게 월급을 주는 제도다.
**삼진아웃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승차거부, 부당요금에 대한 단속에서 위반행위별로 3차례 적발될 경우 과태료와 자격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 제도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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