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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생의 죽음은 우리의 현실이다"제자리걸음 걷는 현장실습제도, 그 원인을 파헤치다
  • 박윤주 기자
  • 승인 2019.03.11 00:04
  • 호수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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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제이크리에이션 ‘현장실습 고등학생’(아래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던 고(故) 이민호군이 숨졌다. 업체가 2인 1조 근무 규정을 지키지 않은 탓에 사고 당일 이군은 혼자였다. 2011년 12월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김민재군이 뇌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매번 반복되는 현장실습생 사고에도 정부에선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회로 나온 현장실습생,
이들을 반기는 것은 착취


현장실습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직무능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체 또는 기업 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과정이다. 학생들은 3학년 1학기를 마친 후에 기업에 파견돼 6개월가량 현장실습에 참여한다. 현장실습 자체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실습을 통해 정식 채용되는 경우가 많기에 취업을 바라는 학생들에겐 의무나 마찬가지다.

현장실습생은 일반 노동자와 비슷한 강도의 노동을 수행하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는다. 현장실습생은 직무 경험이 부족해도 별다른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기업이 별도 실습 과정을 마련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전자공업고에 재학 중인 박상민(19)군은 “현장실습생들은 숙련된 일반 노동자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투입된다”고 말했다. 이군이 사고 당일 혼자 일하게 된 이유도 같이 일해야 할 경력직 노동자가 일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군은 사고 전 ‘베테랑들이 우리 같은 초보에게 일을 대충 알려주고 떠난다’는 채팅을 남긴 바 있다. 박군은 “이런 일자리는 대부분 기존 노동자가 고강도의 업무로 인해 이직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장실습생은 최저임금조차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다. 제도상 노동자가 아닌 학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군의 사고를 계기로 지난 2018년 1월 취업중심 현장실습제도를 학습중심 현장실습제도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와 학생 신분을 동시에 지니던 현장실습생은 학생으로 규정됐다. 현장실습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현장훈련도 교육목표 달성을 위한 것으로 한정됐다. 근로자성이 삭제됨에 따라, 학생들은 임금이 아닌 실습수당을 받는다. 그런데 임금과 달리 실습수당은 하한선이 없다. 현장의 노동 강도엔 변화가 거의 없지만 실습수당은 기존 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습중심 현장실습제도가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현장실습생 급여 분포 추이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엔 68.5%, 2017년엔 70.2%의 현장실습생이 120~160만 원의 임금을 받았다. 학습중심 현장실습제도가 도입된 2018년엔 급여자의 대다수인 78.6%가 100만 원 이하의 급여를 받았다.

학생 위에 학교
학교 위에 기업

이렇게 환경이 열악해도 기업에는 현장실습생이 계속해서 파견된다. 현장실습 참여 기업 발굴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은 기업과 학교가 협의해 현장실습생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현장실습에 참여할 기업을 물색하는 일은 직업계고와 교사들의 몫이다. ‘ㅇ’ 직업계고 김모 교사는 “기업들은 굳이 현장실습생과 계약을 맺으면서까지 현장실습생에 대한 교육 책임을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 유병구 교육연구관 또한 “현장실습 참여 기업 발굴 부담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현장실습 참여 기업이 적다 보니 안전하지 않은 기업에도 무작정 현장실습생을 파견하는 관행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보완책으로는 현장실습 참여 기업 선정 절차 강화가 제시됐다. 절차 강화의 골자는 교사와 기업이 서류를 직접 주고받으며 현장실습 참여 기업을 선정한 뒤 시도교육청이 현장 점검을 통해 승인하는 것이다. 이로써 안전 점검 기준이 강화됐지만, 기업의 현장실습 참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현장실습 참여 기업은 지난 2016년 3만 1천60곳에서 올해 1만 2천266곳으로 줄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편의를 위해 교사들이 서류를 조작하는 일도 생겼다. 김씨는 “현장실습 참여 기업 선정을 돕기 위해 교사가 기업의 교육계획을 임의로 작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학습중심 현장실습제도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서 변화가 미미했던 이유다.

직업계고는 현장실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직업계고의 경쟁력은 취업률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취업률이 낮은 학교는 중소기업청,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같은 정부 기관의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어렵다. 김 교사는 “정부 지원이 마이스터고*·도제학교**등 취업률이 높은 소수 직업계고에 몰린다”고 말했다. 취업률이 높지 않은 학교는 학생 모집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정원에 비해 지원자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취업률은 학생들을 모을 수 있는 무기다. 지난 2018년에는 충북지역 특성화고 22곳 중 7곳, 전북지역 24곳 중 18곳에서 모집정원이 미달됐다. 경남 지역에선 35곳 중 25곳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인천·강원 지역의 특성화고 곳곳에서도 모집정원 미달이 이어졌다.

대안 내놓은 교육부,
‘미봉책’ 비판 이어져

교육부는 지난 1월 31일에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아래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문제점으로는 ▲현장실습 참여 기업 선정 절차 간소화 ▲현장실습 참여 기업 장려 정책 실효성 부족 ▲안전문제 대책 미비가 지적됐다. 먼저 현장실습 참여 기업 선정 절차가 간소화된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업방문 절차는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어든다. 세 차례에 나눠 진행됐던 현장 실사와 현장실습 운영 및 관리, 산업체 지도 점검은 현장실습 중 한 차례 기업방문으로 대체됐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A씨는 “현장실습생이라는 값싼 노동력을 기업에 제공하기 어려워지자 교육부가 취업중심 현장실습으로 회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 연구관은 “여러 차례 나눠 점검을 나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점검 항목을 한꺼번에 점검하도록 제도를 합리화한 것”이라며 “안전성 기준을 약화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또한 유 연구관은 이번 개편안이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기조 아래 있는 보완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개편안이 학교의 현장실습 기업 발굴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기업의 현장실습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나온 정책인 ‘선취업 후학습 우수기업 인증제도’가 그 예시다. 정부는 고졸을 채용한 후 고졸 재직자의 투자·능력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기업에 ▲자금 지원 ▲중소기업지원사업 선정 시 가산점 부여 등 혜택을 제공한다. 유 연구관은 “이번 개편안이 학교의 현장실습 참여 기업 발굴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지원이 여전히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교사는 “기업 입장에서 정부 지원은 규모가 미미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며 “현장의 기업들은 차라리 현장실습생을 받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현장실습생 한 명을 받기 위해서는 교육 담당자 배치·교육계획 수립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편안이 실습 현장의 안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여전히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할만한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군은 “현장실습 참여 기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 대부분”이라며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현장실습 참여 규모만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유 연구관은 “학교에 취업전담관을 배치하고 자문 노무사를 지정하는 등 전담인력 확보가 안전을 강화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실습생유가족모임은 ‘여전히 학생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며 항의한다.

이군의 아버지는 지난 1월 열린 ‘고졸취업 활성화 및 현장실습 보완 방안 권역별 설명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들을 향해 “당신의 자녀가 특성화고 학생이라면 이런 정책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현장실습생은 매번 죽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취업률에 매달리는 정부와 학교의 차가운 모습뿐이었다. 실습이란 이름 아래 학생을 소모품으로 소비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한, 또 다른 이군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마이스터고: 유망 분야의 특화된 산업 수요와 연계하여 최고의 교육으로 젊은 기술명장(meister)을 양성하는 전문계 고등학교.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93%에 달한다.
**(산학일체형)도제학교: 기존의 학교 중심의 직업 교육뿐만 아니라 산업체 중심의 현장 교육을 병행하는 형태의 직업계고 프로그램. 도제학교의 학생들은 2학년 1학기부터 기업에 단기로 실습을 나간다.


글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그림 나눔 커뮤니케이션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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