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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정부의 SNI 필드 차단 방식 도입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SNI 차단, 그 후
  • 이정원(인예국문·17)
  • 승인 2019.03.04 00:36
  • 호수 1825
  • 댓글 1
이정원
(인예국문·17)

지하철을 타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무엇인가? 대부분 스마트폰부터 꺼내 들 것이다.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거나 혹은 SNS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 옆에서 내 스마트폰을 향해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면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는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어느 때보다 개인정보 보안에 민감해진 시대에 SNI 차단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정부가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시스템을 시행하면서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25만 명 이상의 국민이 반대 청원에 동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무작정 반대를 하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SNI 차단 이전에는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http 차단과 DNS 차단을 사용했다. http 차단의 경우 기존의 http를 암호화시킨 https 우회로 인해 사이트 내용이 암호화되면서 불법 사이트 규제효과는 미미했다. 이후 DNS 차단방식이 대두됐지만, 다시 이를 피할 방법이 생겼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새롭게 고안한 방식이 바로 SNI 차단이다. 이 방식을 통해 불법 도박사이트와 해외 불법 음란물 사이트 차단이 가능해졌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는 특히나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올라간 리벤지 포르노, 불법 촬영물의 폐해를 볼 수 있는 장소다. 불법 촬영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불법 촬영의 대상은 누구든지 될 수 있다. 공공화장실의 휴지로 막혀있는 구멍만 봐도 느낄 수 있다. 불법 도박 역시 대규모로 운영돼 최근 청소년 접근까지도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창작물의 저작권을 무시한 유포로 창작자 측에 피해 를 일으킨 사이트 또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SNI 차단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시스템을 만든 목적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왜 25만 명 이상의 국민이 SNI 차단 정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일까. 바로 차단 방식이 악용될 위험성과 그 실효성 때문이다. SNI는 http를 https로 바꾸는 과정에서 암호화되지 않는 서버 이름 영역을 말한다. SNI 차단은 SNI 영역을 수집하고 확인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차단 방식에서 나아가 불법 유해 사이트를 가려내기 위한 정보 수집이지만, 사적인 내용을 포함해 국민의 통신과 사생활 비밀 보장에 대한 헌법 제17, 18항을 위반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SNI 차단 방식을 악용할 경우 유해 사이트를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16일에는 오류로 인해 엉뚱한 사이트를 차단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차단 대상이 아님에도 차단될 가능성을 보여준 예이다. 두번째로 실효성 문제가 있다. 지난 차단 방식들과 마찬가지로 SNI를 검색하면 우회하는 방법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새로운 차단 방식은 우회할 수 있기 전까지 의미가 있다. 기존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국민의 개인 접속 정보만 제공한 격이다.

지난 2월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반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우회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알렸고 갑작스러운 SNI 차단방식 도입과 국민과의 소통 부재에 대해 사과를 했다. 차단 방식에 대한 용어들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전문용어들로 가득하다. 새롭게 들여온 기술인 만큼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지만,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감청과 검열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SNI 차단 방식은 편지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닌 주소를 확인하는 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쉽고 충분한 설명을 사전에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불법 행위와 불법 사이트 차단 자체를 비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은 성급했고 신중하지 않았다. 차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불법 음란물 삭제, 유포자 처벌 강화나 피해자들을 위한 정책을 먼저 내놓았더라면 그 의도가 효과적으로 전달됐을 것이다. 차단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정원(인예국문·17)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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