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 차단논란: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유혜민 (사복·18)

지난 2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음란물, 불법 도박 등과관련한 해외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막겠다며 차단 기능을 고도화했다고 밝혔다. 당일에 청원이 올라오고 21일 기준으로 반대 청원에 25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도대체 https 차단 정책 즉, 보안 프로토콜 차단 정책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화제인 것일까. 이전에도 불법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있었다. URL 차단과 DNS 차단이 그것이다. URL 차단은 방문자의 접속 요청 정보에 불법 사이트 URL이 포함되면 막는 방식이었다. DNS 차단은 방문 도메인이 불법 사이트인 경우 해당 주소 대신경고 사이트 IP로 변경하는 방식이었다. URL은 보안 프로토콜에서는 효용성이 없었고, DNS 방식은 과잉 차단의 지적이 컸으며 두 방식모두 우회 방법이 나와 실용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정보 차단 목록과 SNI 필드 서버 네임이 일치하면 통신 사업자가 차단 시스템에서 이용자의 해당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다. 당일 청원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나도 이러한 SNI 차단 방식에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기사 헤드라인으로 접했을 당시 느껴지는 것은 영화나 소설의 한 장면처럼, 멀리 갈 필요없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인터넷 검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성인에게 성인물 차단이라는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해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는 생소한 개념과 시행정책에 대한 빈약한 설명이 빚어낸 일종의 해프닝이 아닐 수 없었다.

SNI 차단 방식에서 제일 많이 지적된 문제는 인터넷 이용에 대한 국가적 개입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SNI 차단 방식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불법’ 사이트이고, 이러한 불법 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범법행위를 지양하고 이를 막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을 불법으로 규정하느냐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본다. 또한 가장 많이 쟁점이 됐던 것은 ‘성인물’에 관한 것이었다. 반대 시위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성인이 성인물을 보는 것을 규제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번 ‘SNI 차단’과는 그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 즉, 이슈가 됐던 정부 차원에서의 성인물 제재와 SNI 차단이 같은 맥락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기존에는 음지에 있어 언급되지 않았던 성인물에 대해 논의하면서 방통위의 기준을 조정하는 것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차단 방식을 ‘감청’으로 보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흔히들 이 차단 방식을 공권력 차원에서 개인의 편지 봉투를 열어보는 것이라 표현한다. 그렇다면 더 명확하게는 이것은 편지 봉투 내부가 아니라 편지의 겉봉을 보는 것이다.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향하는지 보다가 도착지와 출발지가 불법으로 규정된 곳이라면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혹자는 편지를 겉봉이라도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송·수신인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인터넷 실명제를 둘러싼 지난 논쟁과 방향이 유사함을 고려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회피 방식은 존재하겠지만 IP가 있는 이상 인터넷상에서의 완벽한 익명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제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글을 쓰며 규제 강화 발표와 기사, SNS 반응을 조사해보니 SNI 차단 논란이 그 본질보다는 정책의 설명 부족과 미숙했던 실행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느껴졌다. 규제를 발표한 방통위와 같은 기관의 직접 진행이 아닌 사기업의 진행이 병행되면서, 불법이 아니었던 사이트가 차단되는 해프닝도 있어서 반감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정책을 시행할 때 국민 정서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과거 일제강점기, 민주화 운동 시기에 정부들이 불법적 검열과 도청, 감청을 한 사례가 있기에 국민 정서는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정책 시행 시 정책과 그 주변부 논란(이번 경우는 표현의 자유와 성인물에 관한 규정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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