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패션문화거리 ‘이파로(E·FaRo)’를 소개합니다

홍대에만 ‘패션 피플’이 있을 거라는 편견은 오늘부터 접어두자. 장인이 한 땀 한 땀 직접 만든 옷은 백화점에만 있을 거라는 생각도 버려두자. 2호선 이대역과 신촌기차역 사이 골목은 장인의 손길을 거친 옷들로 가득하다. 이화여대3길과 5길에 위치한 이화패션문화거리 ‘이파로(E·FaRo)’. 이는 ‘Ewha Fashion Meca’와 길 로(路)자를 합친 것으로, 서대문구청이 지난 2016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사업이다.

 

이파로 브랜드,
 선정 기준과 지원 내용은?

 

이파로 사업은 서대문구청이 진행하는 신촌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다. 이는 이파로 사업 총괄 PD를 맡은 이화여대 국혜승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만 19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 디자이너를 모집해 공실 점포에 쇼룸을 제공하고 소비자를 유입시키겠다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지원 조건은 ▲추진의지 ▲사업아이템 ▲아이디어 ▲추진계획 적정성 ▲사업운영 적정성 등이다. 사업계획서 점검과 면접을 통해 본 조건을 충족했다고 인정받은 디자이너만 이파로에 입점할 수 있다. 현재는 3차 디자이너 모집까지 완료된 상태다. 사업자 등록이 돼있지 않은 예비창업자만 지원 가능했던 1차 모집과 달리, 2·3차 모집에서는 각각 런칭 1년 미만 디자이너와 3년 미만 디자이너로 자격 조건을 넓혔다.

선정된 디자이너는 연간 2천만 원 내외의 금전적 지원과 비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년 후에는 심사를 통해 그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지원으로는 ‘임대보증금 및 임차료 전액 지원’이 있다. 이파로 브랜드 ‘제이초이’ 최정수 디자이너는 “영세한 1인 패션 기업 입장에서 쇼룸의 존재는 바이어와 소비자를 상대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디자이너들은 간판 등 외부 인테리어와 창업 교육, 마케팅 등을 지원받는다. 마케팅 분야에선 ‘패션서울’ 측이 이파로 명의 SNS 계정을 운영 중이다. 창업 교육 또한 브랜드 컨설팅과 유통 네트워크 연결 서비스 등의 내용으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부터 이파로에서 실버 주얼리 브랜드 ‘에고베로’를 운영 중인 강윤영 디자이너는 “이파로에서 처음으로 창업했는데, 사업을 총괄하시는 교수님께서 디자인이나 판매 측면으로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해 주셔서 지금까지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파로는 특색 ITZY,
남들과 ‘달라달라’

 

이파로가 여느 거리조성사업과 다를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파로는 디자이너들이 ▲플리마켓과 ▲패션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과 차별적이다. 지난 2018년 4월에 열린 ‘제1회 신촌 청년CEO마켓’에는 이파로 디자이너들이 이화 52번가 입주 업체, 스타트업 기업과 팝업 스토어에 참여했다. 당일 플리마켓이 끝나고는 이파로 브랜드들의 제품을 활용한 패션쇼가 이어졌다. 지난 2018년 11월에는 신촌 연세로에서 제2회 이파로 패션쇼가 개최됐다. 당시 패션쇼에 참여했던 최 디자이너는 “이파로 사업 덕분에 패션쇼 준비에서부터 완료까지 효율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패션쇼를 포함한 여러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경험이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여러 난관을 타계할 수 있는 지침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9월 이화여대3길에 개소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이파로 홍보관 또한 이파로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이색 공간이다. 이 공간은 개별 쇼룸과는 달리, 입점한 브랜드의 상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뒀다. 국 교수는 “패션 창업은 산업 특성상 유통이 중요한데, 홍보관은 이파로 전 브랜드 제품을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B2B*, B2C** 등의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의 성지 이파로, 
한 걸음 더 앞으로 

 

올해도 이파로의 행보는 이어진다. 먼저, 청년디자이너 4차 모집과 단체 패션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서울365패션쇼 진행, 인디브랜드페어와 서울패션위크 참가, 다양한 팝업 행사 등도 계획돼 있다. 

이파로 사업은 청년 창업가에게 초기 자본과 여러 프로그램 참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실제로 이파로의 디자이너들은 각종 패션 인디브랜드 페어에 참여하며 해외 편집 매장에 입점하는 등 프로그램 안팎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이대 상권 활성화’라는 종전의 목적 달성 여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여론이 대다수다. 이화여대5길이 신진디자이너 거리로 알려지면서 이전에 비해 유동인구가 늘었다. 최 디자이너는 “쇼룸 오픈 초창기에는 우연히 방문한 고객들이 많았다면 현재는 예약 후 방문하시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생산 과정에서도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대 상권의 주 고객층이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제품들의 가격대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2월에는 이파로 소속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함께 최대 90%의 패밀리세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중 단 하루만 진행하다 보니 꾸준히 가격 경쟁력을 도모하는 것은 무리다. 강씨는 “수작업이다 보니 대량생산이 힘들어 제품 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기존의 지원 이외에도 생산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해준다면 매장을 유지하는 데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때 패션의 메카였던 이대를 부활시키기 위해 조성된 이화패션문화거리 이파로. 이파로는 지난 3년간 청년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하고 신촌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도시 재생과 도시 경쟁력 제고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B2B : ‘business to business’의 약자로 기업과 기업 간의 전자상거래를 의미한다.
**B2C : ‘business to customers’의 약자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전자상거래를 의미한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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