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로 중앙에는 빨간데 목이 굽어 그 모양이 마치 빨간 샤워기 같기도 하고, 빨간 지팡이 같기도 한 물건이 있다. 그 쓰임이 뭔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그 앞에 모여 서로를 기다리고 함께 안부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 때 신촌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와서 이르기를, ‘이것은 빨간 잠수경이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빨간 잠망경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잠수경이었다. 마침 빨간 잠수경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난스럽게 재미나기로, 매거진 『The Y』 취재단이 이를 새겨듣고 기록하였다.

 

#마지막은 시작의 또 다른 이름, 김슬기(30)씨

“올해 30대가 된 만큼 퇴사 후 인생 2막을 열고 싶어요.”

Q. 신촌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A. 의류매장 ‘미그웨치’ 신촌점으로 출근했어요. 거기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 퇴사해서 마지막으로 출근하고 집에 가는 길입니다. 

 

Q. 마침 딱 퇴사하신 날이라니 신기하네요. 퇴사하신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A. 그냥 쉬고 싶어서 그만뒀어요. 대학 졸업 전부터 5년 정도 이 일을 해왔거든요. 이제부터는 계획 없는 삶을 즐기려고 해요. 유일한 고민이 있다면 어떻게 더 재밌게 쉴까 정도?(웃음) 앞으로 맘껏 쉬면서 저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정말 부럽습니다. 슬기씨처럼 스스로를 찾고 싶어 하는 20대가 많잖아요.  인생 선배로서 그들에게 한 마디 조언하자면? 

A. 사실 나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조언을 하자면 어떤 일이든 일단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대는 이제 30대가 되는 저보다 기회가 더 많잖아요. 저도 이것저것 도전하면서 20대를 보내기도 했고요. 

 

#봉사는 나의 힘, 이화준(27)씨

“곧 2월 14일이라 신촌에서 ‘발렌티어데이’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오셔서 초콜릿 받아가세요~”

Q. 밸런타인데이가 아니라 ‘발렌티어데이’라니 특이하네요. 어떤 행사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A. 저희 대학생자원봉사단 V원정대는 매년 2월 14일에 기부 실천의 날 ‘발렌티어데이’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데요.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써 주시는 분들께 초콜릿이랑 양말을 드리고 있습니다. 방금 연예인 션씨도 오셔서 참여하고 가셨어요!

 

Q. 취지도 좋고 아이디어까지 돋보이는 캠페인 같아요. 평소 봉사활동을 자주 하시나요?

A. 이 단체에서 활동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때때로 이런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하고 주로 고아원에 가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봉사를 하는 게 재밌어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Q. 날씨가 많이 추운데도 웃으면서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반대로 요즘 고민거리가 있다면?

A. 지금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힘들어요. 졸업까지 아직 한 학기 남았는데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 기자단,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전승희(22)씨, 손한성(24)씨

“같은 대학생 기자분들을 만나서 반가워요! 저희도 취재하러 신촌에 왔어요.”

Q. 어떤 내용의 취재인가요?

A. 대학생 분들에게 ‘만 24세까지 청소년 요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조례안’에 관한 의견을 묻고 영상을 촬영하려고 해요. 3월부터 본격적으로 KTV 국민방송의 대학생 기자로 활동할 예정이거든요. 지금은 교육 과정 중에 팀원들과 연습 삼아 취재하러 왔습니다. 

 

Q. 주제가 되게 흥미로워요. 대학생 기자단에 지원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전) 제 꿈이 기자라 방송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어요. KTV는 국민이 주도적으로 방송을 이끌 수 있는 곳이거든요. 제가 원하는 모습을 뉴스로 담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지원했습니다. (손) 저는 학생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KTV 대학생 기자라면 그 한계를 넘어 실제 ‘기자’의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심하게 됐어요. 저도 방송 분야 진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Q. 두 분 다 진로가 뚜렷하시네요. 혹시 요즘 고민은 있으신가요?

A. (전) 저는 다음 학기 휴학을 신청했는데요. 휴학 생활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에요. 
(손) 사실 제가 막 제대해서 다음 달에 복학하거든요. 학업에 대한 감을 잃었을까봐 조금 두려워요. 대학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두 분께 신촌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전) 저는 동대문구에 살다 보니 자주 오는 편은 아닌데요. 그래도 대학생으로서의 삶을 누리고 싶을 때 오는 곳 같아요. 
  (손) KTV 말고도 여러 기관에서 대외활동을 했었는데요. 항상 신촌에서 팀원들과 모였던 기억이 있어서 애정이 가요. 또래 대학생이 많아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사진 최능모 기자
phil413@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