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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8090 신촌신촌 ‘타임머신 코스’
  • 김현지, 윤채원 기자
  • 승인 2019.03.04 00:31
  • 호수 47
  • 댓글 0

‘노란 세 송이 장미를 들고, 룰루랄라 신촌을 향하는 내 가슴은 마냥 이야에로’

90년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렸을 노래, 일기예보의 「좋아 좋아」. 90년대의 신촌은 국민가요에 등장할 만큼 항상 청춘의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강남, 가로수길, 왕십리 등에 밀려 젊은 층의 왕래는 예전보다 많이 잦아들었지만, 신촌은 옛 청춘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기자는 8·90년대 젊은이들의 열기를 다시 느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1.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신촌의 터줏대감 홍익문고

신촌역 3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한 서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토록 큰 번화가에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서점이 아닌 ‘홍익문고’라니. 신촌을 처음 찾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신기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홍익문고는 신촌 사람들의 힘으로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신촌의 터줏대감이다. 지금의 홍익문고가 되기까지 이 서점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홍익문고는 1957년 리어카 행상으로 출발했다. 그 후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건물에 입점했다. 그렇게 서점으로 자리 잡은 홍익문고는 ‘강남에는 뉴욕제과, 강북에서는 홍익문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촌의 대표적인 약속장소로 성장했다. 청년 문화의 헤게모니가 책에 있던 시절, 홍익문고는 청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구심점이었다.

그러나 신촌 일대 재개발 사업이 계획되며 상점들은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홍익문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개발 대상에 선정돼 철거 위기를 겪었지만, 주민들은 신촌의 자산인 홍익문고 지키기 운동에 나섰고 그 덕에 홍익문고는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2019년에 찾은 홍익문고 내부는 한산했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많이 오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책의 수요가 줄어드는 요즘, 여타 대형서점은 문구류나 소품 등 다른 제품을 함께 팔아 매출을 늘리는 돌파구를 택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오직 책으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책과 대형서점의 홍수 속에서 서점이 반세기 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 기적은 어쩌면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간다’는 말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게 아닐까.

2. “독다방에서 한 시까지 만나”, 청년들의 아지트 독수리다방

홍익문고를 지나 연세대학교 방면으로 쭉 걷다 보면 독수리빌딩을 만날 수 있다. 해당 건물 8층에는 ‘독수리다방’이라고 쓰인 간판이 걸려있다. 삐삐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학생들은 독수리다방에서 포스트잇으로 약속을 잡고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렇게 독수리다방은 ‘독다방’이라 불리며 오래도록 대학생들의 아지트 역할을 했지만 결국 2005년에 경영난으로 자진폐업을 했다. 그러나 손자가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3년 다시 개업했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수리다방은 운영되고 있다.

세월이 흘러 2019년에 방문한 독수리다방은 혼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독’방, 담소를 할 수 있는 ‘수’방, 단체모임방 ‘리’방으로 나눠져 예전보다 더 실용적인 공간이 돼있었다. 게다가 카페 내부는 리모델링돼 옛 다방의 낡은 느낌 대신 현대식 카페의 고급스러움을 풍겼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독수리다방. 옛날의 신촌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곳보다 든든한 공간일 터다.

3.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대 쇼핑거리

신촌을 지나 도착한 이대 앞 거리는 인파로 가득했다. 싼값에 옷을 살 수 있는 쇼핑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패션과 뷰티의 중심지였던 이대 쇼핑거리는 여전히 개성 넘치는 옷가게와 잡화점이 즐비했다. 지금은 인터넷 쇼핑이나 백화점이 발달해 예전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가진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거리 중에서는 단연 손에 꼽히는 인기를 자랑하는 이곳. 요즘은 일본인,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들과 싼 옷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변함없는 이대 거리만의 매력이다.

4. 추억을 먹으러 오는, 이대 가미분식

쇼핑거리를 조금 지나 가로수가 즐비한 이대 앞 거리를 걷다 보면 이대생들의 대표 추억의 공간이 있다. 바로 가미분식이다. 학창시절 추억을 이야기할 때 학교 앞 분식집을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 가미분식은 단순한 분식집을 넘어 학생들의 고민, 기쁨, 만남, 사소한 추억 하나하나가 배어있는 공간이다. 지난 1975년부터 많은 학생들의 추억을 간직해온 가미분식은 깨끗하고 현대적인 복층구조로 변신했다. 가미분식이 한창 인기를 누렸던 8·90년도에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은 5·60대가 돼서 손자와 함께 오기도 한다는데. 어쩌면 이곳은 이제 배를 채우러 오기보다는 추억을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닐까.

5. 사진기와 함께 떠나는 아날로그 추억여행, 연희동 사진관

여기서 추억여행을 끝내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연희동에 사람들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스팟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걸음을 옮겼다. 연희동 사진관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관은 ‘뉴트로 감성’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아날로그 컨셉으로 문을 열었다. 요즘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흑백 필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사진관 건물 앞에서 손을 잡고 흑백사진에 나올 법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한, 따뜻한 80년대 풍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느리게 작동하는 필름 카메라, 그 속에 편안한 아날로그 감성만의 낭만을 발견할 수 있던 곳.

사진관 방문으로 마무리된 신촌의 추억여행은 적잖은 울림을 남겼다. 한때 뜨거웠던 청춘의 온도가 남아있는 공간들을 보니 젠트리피케이션의 물결 속에서 빛바랜 젊음을 간직하는 장소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기회가 된다면 신촌 타임머신 코스로 여정을 한번 떠나보길.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사진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김현지, 윤채원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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