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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자취방 계약서 뒤에 가려진 검은 이면‘간이 계약서’부터 ‘선세 납부’까지
  • 김연지 기자
  • 승인 2019.03.04 01:19
  • 호수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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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동떨어진 원주캠 특성상, 재학생 대부분은 기숙사에 입사하거나 매지리 일대에 자취한다. 그러나 매지리 자취방 계약 과정은 표준 계약서 수준 이하의 ▲허술한 간이 계약 ▲선세 납부방식으로 인한 임차인 권리 침해의 허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우리신문사는 매지리 일대의 자취방들을 직접 방문해 그 실태를 조사했다.

허술한 간이 계약서에 임차인들은 한숨

매지리에선 임대인이 임의로 작성한 간이 계약서*가 만연하다. 이는 많은 매지리 임대인이 임차인과 직접 계약한다는 특성에 기인한다. 이런 간이 계약서는 ▲일방적인 계약서 내용 작성 ▲허술한 구성으로 임차인의 권리 침해를 초래한다. 먼저, 간이 계약서의 내용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 없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표준 계약서가 아닌 간이 계약서를 사용할 때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임차인은 해당 계약서가 간이 계약서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매지리에서 자취방을 얻은 학생 대부분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임대인과 합의가 없었다고 말한다. 지난 2018년 매지리에서 자취방을 얻은 임차인 A씨는 “계약 당시 임대인이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제시하기에 별 의심 없이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간이 계약서 작성에 관해 임대인과의 합의는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간이 계약서의 구성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률사무소 ‘선’ 박병채 변호사는 “간이 계약서라도 ▲보증금 반환 ▲월세 ▲관리비 ▲임대차 기간 ▲임차주택의 수선·관리·사용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한 특이사항 등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지리 자취방 계약은 해당 항목 일부가 포함되지 않은 채 이뤄진다. 우리신문사 취재 결과, 매지리 자취방 계약서에는 ▲관리비 ▲보증금 반환 ▲주택의 수선·관리·사용 관련 항목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익명을 요청한 B씨는 “계약 당시 임대인이 공과금 공지 등 일부 항목들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공과금이 많이 나왔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간이 계약서에는 특정 인터넷 비용이나 계절학기 추가 비용을 명시하는 항목이 없지만 임대인이 갑작스레 추가금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C씨는 “계약 당시에는 인터넷 이용비 지불에 합의하지 않았으나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추가금을 요구했다”며 “별수 없이 비용을 냈지만, 계약서에는 없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D씨 또한 “계약 이후 알게 된 자취방 시설의 초기불량으로 주인에게 교체를 요구했지만, 계약서에는 시설 수리에 대한 항목이 없다며 요청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술한 간이 계약서로 임차인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사례에 관해 ‘여수향 공인중개사’의 여수향 공인중개인은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간이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계약서가 유일한 법적 근거가 되므로 임차인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대인도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항목에 대해서는 추가 납부 등을 강제할 권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임대인에겐 선(善)세,
임차인에겐 선(線) 넘은 세

매지리 자취방의 월세 납부방식 결정권은 오롯이 임대인이 쥐고 있다. 현재 매지리 자취방 임대인들은 대부분 선세(연세)***방식을 채택한다. 이에 학생들은 ▲금전적 부담 ▲임차인 권리보장의 어려움을 이유로 선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익명을 요청한 E씨는 “경제적 기반이 없는 대학생이 몇백만 원에 달하는 1년 치 월세를 일시불로 지급하기엔 금전적 부담이 크다”며 “임대인에게 월세 방식으로 분할하는 방식을 부탁했으나 응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매지리에서 임대업을 하는 G씨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임차인에게 월세를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선세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세 계약에는 임차인이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F씨는 “계약 만료가 가까워지자 계약일이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레 방을 빼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불가피한 상황으로 선세 계약 도중에 퇴거할 시에는 선세 차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부당한 계약 조건에도 학생들은 임대인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자취방을 구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학교에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매지리 자취방의 간이 계약서 작성과 선세 납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묘연히 이뤄지고 있다. 임차인 권리 보호를 위해 자취방 계약 시 학생들의 능동적인 법률 파악과 적극적인 협상이 필요하다. 더불어 공정한 계약에 대한 매지리 임대업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약식으로 작성하는 계약서다. 필수항목을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를 통해 기재함으로써 표준 계약서와 효력을 같이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0조(주택 임대차 표준 계약서 사용)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에 있어 법무부 장관이 권고하는 주택 임대차 표준 계약서가 존재한다. 또한, 표준 계약서를 따르지 않을 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계약 기간의 모든 월세를 계약 시 일시불로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매지리 자취방들은 선세로 계약이 이뤄진다.


글 김연지 기자
yonzigonzi@yonsei.ac.kr

김연지 기자  yonzigonz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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