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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들을 울리는 건 강사법일까?구조조정과 그 여파··· 교육부·대학, 책임 외면하나
  • 박윤주 기자, 강리나 기자, 하광민 기자
  • 승인 2019.03.04 00:29
  • 호수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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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고(故) 서정민 씨는 열 악한 처우 개선을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 건을 계기로 지난 2011년에 '「고등교육법」일부 개정안’ (아래 강사법)이 제정됐다. 강사법은 8년간 협의와 유예를 거듭한 끝에 오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대학에는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각종 논란 이 일고 있다.

강사법에 대한 ‘해답’은 강사 ‘해고’?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 ▲4대 보험 보장 ▲퇴직금 및 ‘방학 중 임금’(아래 방중임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본래 입법 취지와는 달리 수많은 강사들이 해고됐다. 대학의 재정 부담이 이유다. 강사 구조조정은 특히 사립대에서 두드러졌다. 국공립대 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지출을 포함한 학교 운영 자금을 국가에서 지원받는다. 사립대 역시 교육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예정이지만 국공립대에 비해 많은 자금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거치며 강사 수는 줄었다. 지난 2011년 기준 11만 2천87명이었던 시간강사는 지난 2017년 기준 7만 6천164명으로 줄었다. 고려대는 지난 2018년 11월 강사법 시행 대비 대외비 문건이 공개되며 강사법 시행이 강사 감축의 원인임을 인정했다. 중앙대 교무처 또한 1천200명에 달하던 강사를 500명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경희대·한양대·영남대·배재대·동아대 등이 강사 구조조정 의혹에 휩싸였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장 박종식씨는 “강사법이 시행 된 이후 가장 대표적으로 일어난 일이 강사 대량 해고” 라며 “일부 사립대는 강사제로(zero)를 이야기하며 강사를 한 명도 두지 않겠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019학년도 1학기에 개설되는 강좌 수도 강사법의 영향을 받았다. 고려대는 2019학년도 1학기에 1천101개의 교양 강의를 개설한다. 이는 2018학년도 1학기에 비해 320개가 줄어든 수치다. 전공 강의 역시 1천687개 에서 1천613개로 줄었다. ‘중앙대학교 강사법관련구조 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중앙대 공대위)에 따르면 중앙대 2019학년도 1학기 개설 과목은 2018학년 도 1학기에 비해 1천102과목이 줄었다. 우리대학교 역시 선택 교양 과목의 62%가 폐지됐다.

대외비 문건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고려대 교무팀은 각 학과에 강의 수를 늘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강의 개설은 학과의 재량이다. 공문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한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의 요구가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대학교 또한 선택 교양 과목 과반수의 폐지가 강사법의 여파가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우리대학교 교무처장 손영종 교수(이과대·관측천문학)는 “선택교양 폐지는 강사법과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라며 “부실하게 운영되거나 중복되는 과목들을 통폐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대학교 백양관에 위치한 강사실이 비어있는 모습이다.

강사 구조조정 나비효과 학부·대학원생도 피할 수 없다.

대학 강사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는 강사 생계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조조정은 대학 내 ▲학습권 침해 ▲대학원 진학 감소와도 직결된다.

먼저 강사 감축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 강의 수가 줄어들고, 강의가 대형화되기 때문이다. 과목 선택 폭이 좁아짐에 따라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지 못하거나 필수 과목을 듣기 어렵다. 중앙대 정치국제학과에 재학 중인 A씨는 “많은 재학생들이 이번 학기 수업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본다”며 “재수강하려던 과목이 사라져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고 려대 부총학생회장 이진우(사회·16)씨는 “필수 과목 수 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졸업 필수 과목인 ‘자유정의진리’ 과목은 2018학년도 1학기 213과목에서 2019학년도 1학기 54과목으로 줄었다. 이씨는 이를 두고 “학교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교육기관으로써의 역할을 포기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소형 강의가 대형 강의로 전환되면서 수업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사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한 글쓰기나 일부 전공 강의는 소형 강의로 운영돼왔다. 이런 강의들이 대형 강의로 전환될 경우 학생들은 충분한 지도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씨는 “강의를 듣는 수강생 수가 적정 정원보다 많아 지면 수업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며 대형 강의 전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학문후속세대 붕괴 가능성도 제기됐다. 학문 연구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대학원생들은 생계를 유지 하기 위해 시간강사 혹은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전국대 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강태경씨는 “대학원생이 학문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생계유지 수단이 필요하다”며 “이공계와 달리 인문사회나 예체능계는 연구원 일자리가 많지 않아 강사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라고 말했다. 강사 구조조정은 졸업을 목전에 둔 대학원생들과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던 사람들에겐 치명적이다. 강씨는 “시간 강사로 활동하면서 연구 경력을 쌓던 대학원생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며 “30대까지 공부에 매진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곳이 없어 무능으로 낙인찍히거나 경력이 단절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구멍 난 대학 재정 교육부가 막아주긴 역부족?


대학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 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국 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최인철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사립대는 강사법 시행으로 전체 예산의 1~3%에 해당 하는 금액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비율이 대학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서 울 주요 사립대는 상당한 적립금을 보유 중”이라며 “1%의 예산 증액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우리대학교가 강사법으로 인해 추가 부담하는 비용은 전체 수입의 0.98%다. 이에 손 교수는 “아무리 적은 비율이라도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경우 대학의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한편 사립대가 재정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수익용기본재산*의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사립대 법인 수익용기본재산 수익률의 법정기준을 충족한 사립대 법인은 44.4%에 그쳤다. 수익용기본재산 중 토지는 6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건물, 유가증권 등 다른 항목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1.2%의 수익률을 보였다. 대학교 육연구소는 이에 대해 ‘해마다 가격이 오르는 토지를 제대로 운용하기만 해도 강사법으로 인한 재정부담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에서 강사 구조조정이 잇따르자 교육부에도 화살이 돌아갔다. 학술단체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 사회경제학회와 비판사회학회는 지난 2월 교육부의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을 주도한 학술단체협의회 배성인 운영위원장은 “강사법의 정착은 교육부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며 “교육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부족한 인식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 방중임금에 대한 해석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1년 동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합친 기간은 약 4개월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2018년 하반기 강사법 지원 예산으로 책정한 방중 임금은 4개월분이 아닌 1개월분이었다. 학기 시작 전후 1주씩, 1년간 총 4주에 해당하는 임금만을 지급하도록 계산했기 때문이다. 박 분회장은 이에 대해 “교육부부터 방학 전체가 아닌 한 달 치 임금만 지급해 강사법에 따른 재정부 담을 모면하자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 B씨는 “예산 배정을 위한 교육부 차원의 계산이었을 뿐 모든 대학이 방중임금을 4주치만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교육부의 강사법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현재 전국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강사법 추가 예산은 약 2천7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고등정책교육과 이정화 사무관은 “현재 확보한 288억 원의 예산과 더불어 대학육성사업을 통한 강사법 지원을 계획 중”이라며 “이런 지원들을 고려하면 강사법 정착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강사법 시행에 관한 구체적 지침을 담은 매뉴얼은 교육부와 강사·대학 대표가 함께 구상 중이다. 이 사무관은 “논란이 되고 있는 방중임금 등의 주제를 놓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논의가 진행되는 중에도 강사들의 입지는 좁아져만 간다. 열악한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각 단체의 세밀한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익용기본재산: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 중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산으로 교육 활동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교육용기본재산과 대비됨.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박윤주 기자, 강리나 기자, 하광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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