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거부하는 가수 스텔라장을 만나다

어서 와요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 잘 가세요
하지만 다음엔 좀 오래오래 머물다 가요

- 스텔라장,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중

 

평범한 사랑 노래가 지겨운 사람, 이별 노래가 공감이 안 되는 사람은 모두 주목하시라. 회사 인턴 경험을 토대로 통장에 ‘스치기만 하는’ 월급을 노래하고,  입시 준비로 인해 초췌했던 자신을 ‘소녀시대’와 비교하는 뮤지션이 있다. 재치 넘치는 가사가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을 만났다. 

 

그의 프랑스 유학기

 

장씨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모두 프랑스에서 다녔다. 장씨의 인생 절반 이상을 차지한 프랑스 유학이지만, 시작은 단순했다. 당시 프랑스에 살고 있던 어머니의 친구가 유학을 제안했고 단순히 ‘외국에 가고 싶다’는 바람에 장씨는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랑스는 장씨를 ‘뮤지션 스텔라장’으로 만들어줬다. 장씨의 예명인 ‘스텔라’는 프랑스 유학 당시 담임선생님이 지어줬다. 별 성(星)자에 은 은(銀)자를 쓰는 장씨의 한국 이름을 본떠 별이라는 뜻의 ‘Stella’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그랑제콜* 입시를 준비하는 2년 동안 받은 스트레스는 장씨가 통기타를 다시 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고등학교 때 통기타가 있었는데 손가락이 아파 잠깐 치다가 포기하고 구석에 던져뒀었다”며 “그런데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다보니 손가락 아픈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장씨의 음악 사랑은 그랑제콜에 들어가서도 이어졌다. 뮤지컬에 관심이 생겼으나 학교엔 뮤지컬 관련 동아리가 없었고, 그는 전교생에게 메일을 보내 뮤지컬 동아리를 꾸렸다. 장씨는 “내가 할 때만 해도 모든 소품을 직접 만들고 무대를 빌려 어렵게 공연했다”며 “요즘은 티켓도 팔고 아예 파리에 무대를 대관해서 공연을 올린다고 하더라”고 뿌듯해했다. 가장 바빴던 수험생활 동안 가장 열심히 기타를 쳤고, 없던 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무대를 꾸몄던 장씨. 이 모든 것은 그의 음악에 탄탄한 밑거름이 됐다.

 

모험을 즐기지 않는 음악가
힙합 좋아하는 공대 찌질이

 

장씨는 스스로를 ‘모험을 즐기지 않는 타입’이라고 밝혔다. 이런 그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삶을 선택했다니. 장씨는 “내가 그런 사람이라 대학교까지 모두 졸업하고 음악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그랑제콜을 마치며 생명공학, 공업경영, 경제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했다. 인턴 경험까지 있던 장씨는, ‘일반적인’ 취업을 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장씨의 목표는 한국에 돌아와 어떻게든 1년간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1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해 둔 이유는 음악을 그만두고 구직시장으로 복귀했을 때 그 공백을 현실적으로 설명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확신은 없었지만 졸업하고 1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장씨는 데뷔한 지 3년차다. 

장씨는 인터넷 힙합 동호회에서 만난 ‘긱스’의 소개로 지금의 소속사로 들어왔다. ‘스텔라장’이 힙합동호회라니, 조금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힙합은 장씨가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와 함께했다. 장씨는 “중학생 때 빅뱅의 데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엄청나게 봤다”며 “나도 랩을 열심히 해서 YG에 들어가야겠다며 시작했는데 꽤나 다른 길로 와버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장씨의 음악엔 간간이 랩이 들어간다. 그는 이에 대해 “힙합에 관심이 많았던 당시의 흔적을 남겨두는 느낌도 있다”며 “기타를 치다보니 힙합이라는 장르와 멀어진 건 있지만 랩이 가지는 매력은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아마 한국에서 통기타를 들고 랩을 하는 가수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그는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장씨는 “사랑이라는 테마는 조금 식상하고, 식상하지 않게 풀어내기엔 내공이 부족하다”며 “내가 다룰 수 없는 감정에 대해 함부로 말을 갖고 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밝혔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장씨의 노래 가사는 담백하고 다채롭다. 그의 노래는 일상의 고충이나 사랑, 인생 등의 주제를 다룬다. 그가 학부 시절에 경험하고 배운 것들도 곡들에 숨겨져 있다. 장씨는 “아직 안 나온 곡들이기는 한데 공대 ‘찌질이’가 쓴 것 같은 노래들도 몇 개 있다”며 “제목은 일산화탄소고 가사엔 헤모글로빈 같은 용어들이 등장한다”며 언젠가 나올 매니악한 노래에 대한 예고를 남겼다.

 

스텔라장이 그리는 ‘워너비’ 뮤지션

 

꿈에 그리던 일을 하고 있는 장씨도 한 가지 고충이 있다. 바로 ‘겉모습’이다. 그는 원래 화장기 없는 얼굴과 편한 옷차림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와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외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장씨는 “두 번째 단독 콘서트 당시 함께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촬영을 허가했었다”며 “수많은 카메라를 직면하는 순간 겉모습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화려한 외양에도 장씨는 앞으로 ‘동네 언니’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가사에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가사에 초점을 맞춰온 이전과 달리 앞으로는 가사에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공감할 수 없는 가사의 노래더라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장씨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노래를 들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넓은 시야를 갖고 음악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를 남겨달라고 부탁하자 장씨는 “소중한 20대를 허비하지 말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소위 ‘젊음을 즐기라’는 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편한 60대를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현재의 일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장씨 스스로도 ‘소확행’보다는, 오랜 인내로 얻어낸 ‘큰 행복’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나온 조언이다. 고된 노력과 자신만의 색깔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장씨.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그랑제콜 : 최고의 인재들만을 양성하기 위한, 프랑스 고유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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