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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다 되는 심야식당, 감성매인혼술의 품격을 높이는 법
  • 신은비, 박건 기자
  • 승인 2018.12.03 06:49
  • 호수 46
  • 댓글 0

연희동 대로를 벗어나 조금 걷다 보면, 자칫하다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가게가 나온다. 일본 인기 드라마 『심야식당』처럼 손님이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뚝딱 나오는 가게. 술과 요리, 그리고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가게. 감성을 파는 곳, 감성매인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 소개 부탁한다.

A. 38살 최익준이다. 감성매인은 드라마 심야식당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혼자 오든, 여럿이 오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가게다.

Q. 가게 이름 ‘감성매인’은 어떤 뜻인가?

A. 한자로는 팔 매(賣)자를 써서 감성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gamsung main’이라고 쓴다. 감성이 주가 된다는 뜻이다. 주방과 테이블이 합쳐져 있어 요리하면서 손님과 이야기할 수 있다. 음식이나 공간뿐만 아니라,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다방면으로 감성을 팔고 있다.

Q. 다른 요리 술집과 비교했을 때, 감성매인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A. 기존 음식을 약간 바꿔서 맛 자체를 새롭게 만든다. 예를 들자면, 일본식 바지락 술찜에 레몬즙이나 버터로 풍미를 더하는 식이다. 요리 자체의 색은 남아 친숙하지만 어딘가 새로운 느낌을 준다.
또 선택의 폭이 넓다. 고기부터 해산물까지. 일식, 한식, 중식, 양식 다 가능하다. 이자카야에선 일식 안주, 민속주점에서는 한식 안주만 먹을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이곳에선 다 즐길 수 있다. 얼마 전에도 비가 와서 손님들과 버섯전과 호박전을 부쳐 먹었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다 되는 심야식당이다.

Q. ‘다 되는 심야식당’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달라.

A.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지 않나.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일단 온다. 그 후에 손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먹고 싶은 걸 찾아서 해준다. 갑자기 뭘 먹고 싶어서 가게에 연락을 했는데 재료가 없을 때 손님들이 재료를 갖고 온다. 얼마 전 한 손님이 밤늦게 전화를 걸어 ‘사장님 지금 꽁치 김치찜 돼요?’라고 물었다. 꽁치는 없으니 마트에서 사오라고 했다. 가게에 있던 묵은지와 손님이 사온 꽁치로 꽁치 김치찜을 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Q. 단골손님이 유독 많은 것 같다. 비결이 무엇인가?

A. 일단 편안하다. 그 편안함을 바탕으로 손님들과의 유대감이 형성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선택의 기로에 너무 자주 놓인다. 음식점 메뉴판만 봐도 음식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식사시간까지 선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 굳이 메뉴판에서 음식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해드리거나 손님과 대화 주제로 나온 음식을 해드리기도 하니까. 이런 걸 손님들이 재밌어하고 즐거워하시더라. 이게 손님들이 자주 오는 이유 같다.


Q. 왜 연희동에 가게를 열게 됐나?

A. 돈만 버는 장사를 하고 싶었으면 여기보단 홍대나 신촌이 더 적합했을 거다. 예전에 신촌에서 장사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엔 ‘내가 좋아서 하는 음식’보단 ‘손님에게 판매하기 위한 음식’만 했다. 정형화된 레시피와 빠르게 나갈 수 있는 술집에서 대표적으로 파는 음식들. 내가 하고자 하는 음식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연희동에 오게 됐다. 그런데 연희동은 특유의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있다. 그 한적한 분위기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음식과 맞았다. 맛집 라인이 아니라 뒷골목을 선택한 것도 그 이유가 크다.


Q. 주 고객층은 누구인가?

A.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20대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50대가 좋아하는 음식까지 음식의 폭이 넓어서 그런 것 같다. 손님의 연령대에 따라 그때그때 음식을 변주하기도 한다. 똑같은 오돌뼈도 어린 친구들에겐 달달하고 치즈를 올려서 낸다. 나이가 좀 있으신 손님이면 달지 않고 깔끔하게 낸다. 같은 메뉴여도 손님마다 다르게 내니까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자연스레 손님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진다.


Q. 영업시간이 새벽 네 시까지다. 매일 늦게까지 문을 여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낮에 하는 식당은 많은데, 밤에 일하는 사람이나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식당은 없다. 초라하고 대충 먹는 한 끼가 아닌 제대로 된, 맛있는 음식과 술, 마음 맞는 사람과의 이야기로 피로를 풀고 가는 식당이 집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혼술’을 하는 손님도 많은 것 같다.

A. 혼술 손님도 점점 늘고 있다. 손님들이 혼술, 혼밥을 하더라도 대충 먹는 게 아니라, 한 끼를 먹더라도 즐겁게,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위기 좋은 매장에서 기분 좋게 나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근래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손님이 오늘도 힐링했다며 웃으며 나갈 때, ‘이 맛에 장사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Q. 보편적으로 파는 주류인 소주나 맥주가 아닌 사케나 와인, 전통술만 파는 이유가 있나?

A. 이곳은 술을 음식과 함께 곁들이면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공간이다. 근데 소주나 맥주를 마시면 대개 절제가 안 되고 분위기가 흐트러진다. 주변에서도 소주, 맥주 없이 장사가 될까하는 염려가 많았다. 하지만 소주나 맥주가 없는 이 분위기를 좋아한다. 가벼운 술을 각자가 좋아하는 안주와 즐겁고 맛있게 먹으면 될 거라고 판단했다.


Q. 추천 메뉴는?

A.계절에 맞는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계절마다 바뀐다. 지금은 굴이다. 기존의 굴과는 다르게 특제소스를 사용해 굴을 전혀 못 먹는 사람들도 다 먹는다. 굴을 다채롭게 맛을 느낄 수 있게 요리했다. 생굴을 잘 못 먹는 손님도 먹고 나면 놀란다. 비린 맛이 전혀 안 난다고 한다.


Q. 감성매인에게 연희동이란?

A. 감성매인과 닮은 곳. 동네 자체가 조용하고 편안하다. 연희동의 첫 인상도 그랬다. 식당 많고 차도 많이 다니는데 뭔지 모르게 편안하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하늘이 보이고. 그런 편안함이 가게의 분위기와 닮은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술집이 되고 싶은가?

A. 동네 편의점같이 부담 안 가지고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곳이 되고 싶다. 하루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한 보상으로 맛있고 고급스러운 음식이 먹고 싶은 사람이나 간단히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사람 구분 없이. 편하게 사장님과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그런 집이 되고 싶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마친 당신을 기다리는 단출한 안주와 ‘깡소주’. 하지만 오늘은 편의점으로 향하던 발길을 잠시 돌려 감성매인을 향해보자. 맛있는 요리와 기분 좋은 한 잔. 그대의 피로를 풀어주는 사장님과의 재밌는 담소는 덤이다. 오늘도 참 수고한 당신을 언제나 기다리는 심야식당, 감성매인이다.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신은비, 박건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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