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칼국수는 원래 밀을 수확하는 한여름에 먹는 음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사시사철 즐겨 찾는 음식을 논할 때 칼국수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때로는 빨갛고 얼큰하게, 때로는 걸쭉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선사하는 칼국수. 그 가지각색의 매력을 전격 비교하기 위해 신촌·연희동 지역의 칼국수 집 네 곳을 찾았다. 

도토리칼국수 (도토리칼국수, 7천 원)

연세대 앞 창천교회 근처 골목에 위치한, 정감 넘치는 글꼴의 간판이 반겨주는 곳. 도토리묵 색의 면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물이 미처 면발에 배지 않아 첫맛은 밋밋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면발에 얼큰한 국물이 배어들었다. 면발은 통통하면서도 쫄깃했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영양죽이다. 국물이 적당히 졸아들 때 즈음 고소한 향기가 기대감을 북돋운다. 탁하고 가무잡잡한 겉모습에 먹기가 꺼려질 수 있지만, 입에 한 숟갈을 넣으면 외양은 단숨에 잊힌다. 전복죽의 맛과 흡사한 영양죽은 흑미밥과 다진 채소, 김 가루, 달걀이 전부. 칼국수로 배를 채웠는데도 입으로 술술 들어간다. 볶음밥을 먹었을 때와 달리 속이 한결 편안했다. 

도토리의 효능 중 하나가 ‘다이어트 작용’이라고 하니 포만감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1인분 주문도 가능하지만, 2천 원이나 비싸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총평: 도토리의 풍미에 한 번, 고소한 영양죽에 두 번 반하다

 

가야밀면신촌칼국수 (버섯소고기샤브, 1만 2천 원)

지난해 여름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된 맛집으로 유명하다. 무려 네 번에 걸쳐 음식이 나온다는 점이 이 집의 특징. 시작은 버섯과 미나리가 수북하게 들어간 냄비다. 압도적인 양의 채소 덕에 국물은 맑고 시원했다. 각종 채소가 푹 고아질 즈음 이 집의 무기, 소고기 샤부샤부가 등장한다. 얼큰한 국물이 육즙과 함께 어우러진 샤부샤부는 고급스러운 애피타이저 느낌이었다. 

이 집이 칼국수 집인지 샤부샤부 집인지 헷갈릴 때 즈음 비로소 뽀얀 면이 나온다. 한 번 삶아진 면이라 바로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면은 무한리필이지만 볶음밥을 맞이할 뱃속 약간의 공간은 남겨두자. 보리가 섞인 볶음밥은 바삭하면서도 고소해 식사의 마무리로 적합했다.

사실 이 집의 실세는 백김치다. 느끼한 고기와 얼큰한 국물 모두와 어울리는 백김치는 ‘인생 백김치’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적당히 익어 백김치 특유의 시큼함과 감칠맛 모두를 놓치지 않았다. 아삭한 식감은 덤. 

샤부샤부부터 칼국수, 볶음밥으로 이어지는 코스에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칼국수나 샤부샤부만 제대로 먹는 게 나을 수도.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샤부샤부가 제공되지 않는 ‘버섯얼큰칼국수(9천 원)’을 주문해도 좋다. 

총평: 식사 메뉴로 샤부샤부와 칼국수를 놓고 싸우는 일행에게 추천. 맛있지만 특별하지는 않다.

 

풍년칼국수 (바지락칼국수, 6천 원)

신촌역 8번 출구 앞 거리 좁은 골목길 사이를 뚫고 들어가면 작은 전통 가옥 대문이 보인다. ‘이리 오너라!’를 외쳐야 할 듯한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뜨거운 김과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가득 메운다. 30년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온 풍년칼국수. 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국물과 수타면은 사장님의 자부심이다. 입맛이 둔한 기자가 느끼기에도 확실히 건강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국물은 적절히 고소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하얀 면발을 계속해서 흡입하다 물릴 즈음이면 함께 나오는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곁들여 먹어보자. 김치의 맑고 시원한 맛이 느끼한 속을 달래준다. 

하나하나 전부 사장님의 손을 거친 면은 고르지 않게 썰린 탓에 삐죽빼죽 뒤섞여있었다. 통통하게 썰린 면은 탱탱하게 씹히고 어쩌다 얇게 썰린 면은 부드럽게 씹혀 먹는 재미가 있다. 일정치 못한 면발들의 향연이 오히려 더 정감 있고 믿음이 가는 곳.

총평: 자연적이고 건강하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맛이 자랑거리.

 

연희동칼국수(칼국수, 8천 원)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분주히 칼국수 그릇을 옮기고 계신 아주머니들과 많은 손님들이 눈에 가득 찬다. “몇 개요?”라는 질문에 대답하자마자 잽싸게 나온 칼국수가 인상적인 이곳. 메뉴는 국수와 한우 수육, 그리고 5백 원의 공깃밥뿐이다. 넓고 쾌적한 실내와 빠른 회전율을 보고 있자하니 손님으로 가득한 점포 내부가 납득이 갔다. 

잽싸게 등장한 칼국수의 면발은 라멘처럼 얇고 가지런했다. 얇은 면발은 탱탱한 탄력은 없지만 기존 칼국수와 달리 연하고 부드러운 게 매력이었다. 국물은 수프처럼 진득해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처음엔 국물의 유독 깊고 진한 맛이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오래 먹기엔 다소 느끼했다. 칼국수의 속 뜨겁고 얼큰한 맛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이곳. 또한 조금 비싼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달짝지근하고 진한 맛과 먹기 편한 얇은 면발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총평: 빠른 회전율이 주력인, 시간 없을 때 간단하게 먹기 좋은 칼국수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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