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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 그래도 학생사회는 흐른다
  • 김유림 보도부장
  • 승인 2018.11.26 08:13
  • 호수 1823
  • 댓글 0
김유림 보도부장
(경영·16)

총학 공석 상황에서 학내언론은 힘들다. 기사거리가 없다. 굵직한 학내 사안이 터질 때마다 누구에게 대응계획을 물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총학 선거 때마다 기자들은 제발 선본이 나오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선본이 나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당선까지 가기가 정말 쉽지 않다.


총학생회 선거 무산에 이어 다섯 단과대가 공석이 됐다. 당선된 단과대 학생회도 다를 게 없다. 선거인단을 지정해서 동아리마다 일정 인원 이상 투표하게 하는 총동아리연합회를 제외하면, 투표율 50%를 간당간당 넘긴 학생회가 대부분이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투표율이 좀 오를까 했는데…. 큰돈 들여 도입한 보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이런 의심이 든다. 유권자들이 무정부주의자가 된 건가?

모로 가도 굴러만 가면 된다. 정부든, 무정부 상태의 공동체 사회든 상관없다. 학생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총학과 같은 학생자치기구를 원치 않는다면 연대조직을 꾸리면 될 일이다. 실제로 올해 신촌캠 총여학생회 재개편, 원주캠 역량강화대학 선정, 캠퍼스 통합 논란 등 여러 학내 사안을 거치면서 연대조직들이 구성되는 것을 목격했다. 처음에 연대조직들은 학생자치기구인 중운위에 안건을 상정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학교 본부에 원하는 바를 곧장 전달하기도 했다. 학생자치기구를 거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 연대조직이 총학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이른 듯하다. 연세 공동체 내 모든 의견을 대변한 게 아니니까. 공동체 내에서 의견이 갈렸다. 한편에서 총여 폐지를 주장했지만 다른 편에선 이를 반대했다. 한편에서 캠퍼스 통합 반대를 외쳤지만 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연대조직 내부에서도 갈등이 발생했다. 원주캠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내의 불협화음이 그 예다. 지금까지의 연대조직이 ‘부분적 연대’인 이유다.

얼마 전 이한열 학술제에 다녀왔다.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을 이한열 열사의 생애와 함께 돌아볼 수 있었다. 확실히 그때는 총학이 목소리를 낼 시대적 의제가 차고 넘쳤을 것이다. 총학이 찾지 않아도 의제가 총학을 찾아왔다. 그런데 시대가 변해 이제는 총학이 의제를 찾아 헤맨다. 총학이 여러 해 동안 당선되지 못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출마자들이 그 중요하다는 ‘의제’를 찾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더불어 앞선 학생회들이 이를 찾지 못해 유권자들이 실망한 탓도 있다.

어떤 취재원이 말했다. 총학의 공백은 ‘학생사회의 위기’가 아니라 ‘학생회의 위기’ 때문이라고. 올해 학내에서 일어난 여러 사안을 보면 학생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자기 뜻을 표명할 의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학생회가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걸 묶어내지 못한 것은 학생회만이 아니다. 학내 언론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요구들을 관통하는 의제를 찾지 못한 점은 학내 언론의 책임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총학의 유무가 아니다. 중요한 건 학생사회에 혼재하는 요구들을 하나의 의제로 묶는 것이다. 언젠가 총학이라는 학생자치기구는 「연세춘추」 아카이빙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연대조직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도 모른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그 조직은 연세 사회 전체의 의견을 훌륭하게 대변해 학교본부를 대상으로 원하는 바를 관철할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 공동체 내의 의견 충돌까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만 있다면… 총학이 왜 필요하겠는가.

우리신문사에 몸담은 동안 신촌캠에선 4번의 총학 선거가 있었다. 그러나 한 번도 당선 공고까지 완주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의제 파악에 실패했기 때문인지도. 학생사회가 변해가지만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변화의 중심에 학내언론이 있길, 학내언론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김유림 보도부장  bodo_n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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