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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기여입학제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기여입학, 냉정하게 필요성을 고려해봐야
  • 김건희(철학·16)
  • 승인 2018.11.26 08:11
  • 호수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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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철학·16)

기여입학제란 특정 대학교에 물질 혹은 비물질의 형태로 기여한 사람의 직계자손에게 입학 시 특례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정당성이나 장·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논의 범주를 한정하자.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논란이 된 문제는 물질적 기여를 통한 기여입학제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논의 주제를 여기에 한정하도록 하겠다.

논의 범주를 한정하면, 다음으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방해하는 한 가지 강력한 레토릭을 제거해야 한다. 바로 기여입학제가 계층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발생시키기에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는 선호에 기반하는 감정에 호소하여 당위를 세우고자 하는 전형적인 논리인데 이는 타당한 근거가 아닐뿐더러*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매우 민감한 우리나라 특성상 보다 자극적인 레토릭이 돼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기 때문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논의해야 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기여입학제가 대학교육의 품질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다.

첫 번째 문제는 매우 자명하다. 기여입학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재정적 이익은 대학교육의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대학교육은 많은 돈이 필요하다. 여기서 기여입학제가 대학교육의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더 많은 전임교수를 임용할 수도 있고, 연구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사거나 시설을 구축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으며, 학생들의 장학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대학교의 재정 안정을 통해 현실적으로 타 학과에 비해 인기 없는 인문학이나 순수 과학의 학과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여입학제가 교육 발전에 강력한 토대가 될 수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시행하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심각한 문제는 사학재단의 비리와 재정의 투명성 문제다. 대한민국에서 사학제단을 이용한 탈세나 비리 문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따라서 사학재단의 재정이 목적에 부합한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 및 감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발전은 고사하고, 부정·비리에 일조하는 데 불과하다.

다른 문제는 기여입학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부정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오롯이 학생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과 대학에서 요구하는 지적 자질을 지녔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때 해당 대학에 얼마만큼 재정 지원을 했는가는 학생 선발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면서도 사회적 부정의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다른 일반적인 방법으로 선발되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 가령 기여입학제를 통해 선발하는 학생들을 별도의 정원을 가진 전형으로 선발하거나, 기여한 바가 있다 해도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방식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기여입학제는 재정확보를 통해 대학교육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진 제도로서 도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도입한다면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 문제가 자명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무의미한 감정 소모만을 유발하는 레토릭을 제거한 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들을 제거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한다면 대학교육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호에 기반한 감정으로 당위를 세우는 것이 부당함은 자명하다. 가령 싫어하는 사람을 폭행하고 싶다는 선호 감정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적 당위로 성립되지는 않는다. 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적 당위를 세우는데 유효한 논거가 된다면 우리는 “거주민의 평균 소득이 x원 이하인 지역에서 y원 이상인 차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으니 주행 불가하다.”는 법안도 원칙적으로 진지하게 고려가능한 희극적 상황에 직면한다.

김건희(철학·16)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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