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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기여입학제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양날의 검, 기여입학제
  • 이소정(도시/컴과·15)
  • 승인 2018.11.26 08:11
  • 호수 1823
  • 댓글 0
이소정
(도시/컴과·15)

자본주의 사회는 불평등하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은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더 많이 누리고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물론 약간의 불평등은 인류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경제 성장은 인류의 절대 빈곤을 해결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됐다. 다만 이제는 이 ‘불평등’이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성장 잠재력에 위해를 끼칠 정도로 커졌다는 게 문제다. 경제 성장의 과실은 상위 계층을 적신 이후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가난이 세습되고 빈부의 격차는 벌어졌다.

‘기여입학제’라고 불리는, 학교에 재정적, 정신적, 교육적으로 크게 기여한 사람의 자녀에게 입학 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에서는 재원 마련을 위해 기여입학제 도입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허용한다면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직접적으로 자녀에게 미칠 영향을 용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본 투고에서 기여입학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서술하고자 한다. 기여입학제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자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질 방법이고, 대학이 가진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여입학제는 학교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이룰 방법이다. 고소득자의 부(富)가 학교라는 사회로 환원되는 과정이고, 학교는 이를 교육에 투자해 사회의 전체적인 이익을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넉넉해진 재정을 바탕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이 자체 경쟁력 확보에 이를 투자한다면 학생 전체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재정 문제를 바탕으로 파생된 대학 내 여러 문제의 해결도 기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운영에서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을 낮춰 등록금 인하한다면 학생들과의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는 금액이 늘어난다면 학생과 교수들에게도 이익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경쟁력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여입학제 도입에 대한 장점들을 취하려면 그 이전에 다양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기여입학제로 충당한 금액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확실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복지와 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 투자에 쓰지 않고 재산을 불리는 데에만 사용한다면 부의 재분배라는 순기능은커녕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눈앞에서 보여주게 될 것이다. 한편, 입시 경쟁률이 매우 높고 상위권 대학의 선호도가 큰 우리나라에서 기여입학제를 통한 입학은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여입학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에게는 졸업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여입학제는 ‘입학 기회’를 주는 것에 그쳐야 하며 이것이 곧 졸업장을 받는 것과 같다면 돈으로 졸업장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고, 다른 학생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역시 심화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대학 스스로 가장 기본적인 재정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2017년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많은 사립대학이 법정부담금을 법인에서 충당하지 못해 상당 부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 연구에 투자돼야 할 돈이 대학의 재정적 부실을 막는 데 쓰이고 있다. 기부금은 단연 대학의 재정적 수입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대학 운영이 ‘기여입학제’에 따른 기부금에만 크게 의존하게 된다면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잃을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분명 양날의 검이다. 기여입학제 도입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교는 ‘기부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에 환원되기 위한 재원이며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사용돼야 한다. 기부자는 기부를 통해 자신의 부를 나누고 약간의 혜택을 받을 뿐이다. 과연 기부금이 학교를 통한 사회 환원을 위해 사용될지, 또 기여입학제를 통한 입학 허가가 약간의 혜택일지는 기여입학제의 운용 방식이 결정할 것이다. 올바른 제도 운용에 실패한 대학엔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이소정(도시/컴과·15)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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