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캠 3년째 비대위 체제... 시대적 필요성 발맞춰 장벽 낮춰야

지난 7일, 경고 누적으로 53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아래 선본) <CONNECT>의 자격이 박탈됐다. 총학생회(아래 총학)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우리대학교는 3년째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될 위기에 처했다. 

 

총학생회 선거 불발의 이유는?

 

지난 3년간 총학이 공석이었던 이유는 ▲선본 불출마 ▲선본자격 박탈 ▲투표율 미달 때문이었다.

지난 2016년 11월 선거는 출마한 선본이 없어 무산됐다. 총학 출범 53년 만에 최초로 발생한 공백이었다. 2018년 3월에도 같은 이유로 선거가 무산됐다. 가장 큰 이유로는 출마 유인 부족이 꼽혔다. 과거에 비해 총학 선거에 출마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53대 부총학생회장 유상빈(간호·12)씨는 “취업·학점 경쟁이 심해진 사회에서 학생회 활동은 스펙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본은 출마했으나 당선되지 못한 선거도 있었다. ▲주의 및 경고 누적으로 인한 선본자격 박탈 ▲투표율 미달로 인한 개표 불가가 사유였다. 최근 2차례 총학 선거에서는 <STANDBY> 선본과 <CONNECT> 선본이 주의 및 경고조치 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했다. 지난 2017년 선거에 출마한 <STANDBY> 선본의 자격박탈은 2005년 <W> 선본 이후 무려 12년 만이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CONNECT> 선본은 등록 하루 만에 4차례 경고를 받은 바 있어, 세칙 숙지를 비롯한 전반적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17년 3월과 11월에 진행된 선거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이 선본에 있다고 주장한다. 유권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공약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총학 선거를 준비했던 A씨는 “근래 출마한 선본들이 학생들의 요구를 공약에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며 “눈앞의 편의성에 집중한 공약은 있어도 학내 사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학내 관심사가 다변화된 만큼 학생들의 여러 요구를 수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총학 선본에서 선본장으로 활동한 B씨는 “과거에는 학생들의 관심이 백양로 재창조 사업·국제캠퍼스 신설·재수강 3회 제한 등에 집중됐다”며 “전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공약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총학 공백 사태의 장기화는 차기 총학의 등장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 53대 총학 선본 <ABLE> 정후보 황윤기(언홍영·12)씨는 “과거에는 전대 선본들에게 각종 자료, 회의록,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며 “지금처럼 비대위 체제가 지속되면 선본들은 전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공약도 자연스레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 역시 “비대위의 지속은 총학이 나오기 어려운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 선거의 장벽, 
낮출 때 아닌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총학 선거의 ‘장벽’부터 낮출 필요가 있다. 총학 선거에 출마했던 선본 관계자들은 ▲선거 비용 부담이 큰 점 ▲선거시행세칙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선관위)에게 많은 권한이 부여된 점을 주된 어려움으로 꼽았다.

관계자들은 공통으로 총학 선거 출마에 과도한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선본들은 총학 선거를 위해 최소 600만 원~1천만 원가량의 금액을 지출한다. B씨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학생들이 총학 선거에 출마하기를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대학교 총학생회칙과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및 총여학생회 선거에 관한 선거시행세칙」(아래 선거시행세칙)에는 총학 선거 비용 지원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 반면,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에는 해당 학기 총학생회비의 최대 10%까지 총학 선거 비용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중앙대 중선관위 관계자 C씨는 “선본에게 지원하는 구체적인 선거 비용은 중선관위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며 “지난 선거에서는 총학생회비의 5%가량을 지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 선거시행세칙이 지나치게 엄격한 점 ▲선본의 반론제기가 어려운 점도 총학 당선의 장벽을 높인다. 

총학 선거에 출마했던 선본들은 예외 없이 엄격한 선거시행세칙을 거론했다. 특히 허위사실 기재와 유포, 오·탈자 수정 등을 징계하는 조항이 그렇다. <관련기사 1821호 3면 ‘매년 되풀이되는 총학 선본 주의·경고조치> 제출 서류 상 띄어쓰기 오류 등은 선본 정책의 진정성과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단순 오·탈자에 대해서도 곧바로 주의조치가 내려진다. 

시행세칙 협의모임(아래 시세협)이 존재하지만 논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선본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어렵다. 황씨는 “우리대학교의 경우 선본이 시세협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거의 없다”며 “애초에 선거시행세칙 자체가 매우 엄격하고 자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본이 중선관위 결정에 쉽사리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선거시행세칙 제107조에 따라 중선관위는 지시사항 이행 여부에 따라 선본을 징계할 수 있다. 선본이 의견을 피력하거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대학교 선거시행세칙에는 중선관위의 징계조치에 대한 선본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없다. 이에 반해 고려대는 선거시행세칙 제56조(이의제기의 처리)에 근거, 재심의를 통한 선본의 이의제기를 인정한다. 고려대 제50대 총학생회장 김태구(경영·12)씨는 “경고 1회 조치를 받을 때마다 선본은 중선관위 측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며 “중선관위 징계조치에 대한 선본의 이의제기 절차는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세협을 통해 이의제기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이는 큰 의미가 없다. 다수결로 의결하는 시세협은 통상적으로 4~5인의 중선관위원과 각 선본의 선본장 한 명씩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계속된 비대위 체제로 총학은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학생사회의 변화와 현실적 장벽으로 인해 총학 선거 출마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황씨는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덜 준비된 선본이 나오리라는 우려에도 일리가 있다”며 “그러나 변화한 상황을 고려해 총학 선거과정에 반영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바로잡습니다: 기사 본문 중 '53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아래 선본) <CONNECT>'를 '54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아래 선본) <CONNECT>'로 바로잡습니다.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글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노지운 기자
bodo_era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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