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간병시스템… 피해는 환자와 보호자 몫

최근 ‘노인 요양병원 비리 의혹’ 소식이 일간지 1면을 꿰찼다. 요양병원은 그 규모에 따라 국가로부터 건강보험료를 지원받는데, 사업주가 환자·직원 수를 부풀려 1천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가로챈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허술한 간병 체계 탓에 ▲간병인의 환자 학대 ▲열악한 간병인 근무 환경 ▲불명확한 간병인 관리 주체 등의 문제가 꼽힌다. 

 

늘어가는 노인인구, 요양병원은 요지경?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천50만 명을 웃돌 예정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수치다.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를 등에 업고 요양병원들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08년 690개였던 요양병원 수가 올해 1천544개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남에 따라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5년 4월에는 간병인의 부주의로 환자가 낙상해 사망했다. 같은 해 8월에는 50대 간병인이 치매 환자를 폭행했다. 침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였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노모를 둔 이인화씨는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학대 현장이 요양병원에서는 흔한 풍경”이라며 “환자의 신체를 묶어놓거나 욕설을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간병인 몸은 열 개라도 모자라
간병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빈번한 사건사고의 책임을 간병인 개개인에게 돌리긴 어렵다. 간병인은 하루 24시간 환자를 돌본다. 주 6일 일하고 하루 쉬는 게 이들의 근무방식이다. 따로 정해진 휴식시간도 없다. 쪽잠마저도 보호자용 간이침대에서 자는 게 고작이다. 이들의 임금은 노동 강도에 비례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받기조차 어렵다. ‘ㄷ’ 간병인 소개 업체 관계자 B씨는 “개인 간병인은 하루 8만 5천 원 일급을 받는다”며 “시급으로 따지면 3천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B씨는 “간병인의 상당수가 중국 교포인 것도 이런 근무환경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간병인은 가정·일반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개인 간병인과 요양병원에서 여러 환자를 맡는 공동 간병인으로 나뉜다. 공동 간병인은 임금 면에선 개인 간병인보다 사정이 낫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훨씬 강하다. 대한노인요양협회는 공동 간병인 1명이 담당하는 평균 환자 수가 8명이라고 발표했다. 「노인복지법」에 규정된 ‘요양보호사 1명 당 환자’는 2.5명인데, 이 규정은 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원*에만 해당한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의 1인당 환자 수를 제한하는 법령은 전무하다. 

현재의 간병인 수급구조도 문제다. 공인자격증이 요구되는 요양보호사와 달리, 간병인은 별도로 자격증을 취득할 필요가 없다. ‘ㅂ’ 간병인 소개 업체 관계자 A씨는 “간병인들은 직업소개소에서 간단한 현장교육만 받고 업무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병원 차원의 교육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런데도 요양보호사와 실질적으로 같은 수준의 업무가 주어진다. 간병인들은 환자에 따라 ‘석션**’ 등 간단한 의료행위까지 수행한다. 간호사, 의사 외 간병인의 의료행위는 불법이지만 공공연한 행태다. 간병인 C씨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취약계층 고용서비스 실태조사」에서 “협회에서 간병 업무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해 업무 현장에서 배운 것들이 많다”며 “업무 수행에 있어 체계화된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 현장에 투입되는 간병인에게 양질의 간병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간병인 소개 업체와 요양병원은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다. 간병인 소개 업체는 직접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병원·환자가 요구한 것은 간병인의 소개뿐이니  이후에 발생한 문제는 소개업체의 책임이 아니란 뜻이다. 실제로 ‘ㄷ’ 간병인 소개업체 홈페이지는 ‘관리·감독 책임은 사용자인 보호자에게 있으며 업체와의 법적관계는 없음’을 명시한다. 요양병원 또한 간병인을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기에 법적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견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장현우 사원은 “보호자 개개인이 간병인을 구하면 번거로우므로 요양병원이 대신 구해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자격 미달의 간병인이 사고를 일으킨다면, 환자가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이씨는 “간병사고를 우려해 병원 측에 서비스 개선을 요구했지만 소관이 아니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간병시스템 개선, 이젠 정부가 나설 차례

 

의료계에서는 ▲간병인 보건의료인 인정 ▲간병비 급여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현재 요양병원은 간병인을 직접 교육하고 관리할 의무가 없다. 장 사원은 “간병인이 보건의료인으로 인정되면 간병인을 직원으로 삼게 되기 때문에 교육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장 사원은 “간병인을 보건의료인으로 인정해 병원에 보다 강한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간병비 급여화를 통해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이뤄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정연 연구교수는 「간병비 급여화의 법적 쟁점」에서 “간병비 급여화는 기존 간병 인력을 건강보험 제도 내에 포함시켜 공적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적 관리를 통해 민간에 내맡겨졌던 간병인 처우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간병비 급여화에 앞서 요양병원과 요양원간의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노인병원협회의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방안」은 “현재 요양병원에는 단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도 ‘환자’로 입원해있다”고 서술한다.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이들에게 진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재정 부담을 초래함은 물론, 이치에도 맞지 않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실태조사를 통한 노인의료(요양)서비스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 51만 2천102명 중 ‘치료보다 돌봄이 필요한 환자’는 16만 8천63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입원 환자 중 33% 남짓한 수치다.

정부는 아직 요양병원 간병인 문제에 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보장실 홍성현 팀장은 “요양병원 간병인 급여화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다. 

 

OECD는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기까지 7년 남짓 남았다고 밝혔다. 노인 요양병원 간병인,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보건 당국과 의료계가 협심해야 한다. 

 

 

 

*요양병원은 ‘치료’를, 요양원은 ‘돌봄’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는 차이가 있다.
**석션(suction): 환자의 가래를 뽑는 의료행위. 

 

글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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