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자유로운 감빵생활’
  • 채윤영 기자
  • 승인 2018.11.18 21:30
  • 호수 1822
  • 댓글 0
천안개방교도소의 전경

수형자가 교도소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한 곳이 있다. 바로 개방교도소다. 아래는 천안개방교도소 수형자 A씨의 하루다.

오전 9시: 외부작업장으로 출근한다. 외부작업장은 교도소 밖, 시내에 있다. 같이 작업하는 직원들은 모두 민간인이다.
오후 5시: 하루 일과가 끝났다. 교도소로 돌아갈 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오후 7시: 옆방 수형자가 독서실로 공부하러 간다. 출소를 앞둔 그는 영어공부에 한창이다. A씨는 독서실 옆 체험실에서 영화 한 편을 고른다.
오후 10시: 취침 시간이다. A씨는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며 잠을 청한다.

개방교도소, 뭐하는 곳인데?

개방교도소는 수형자의 사회적응력 배양과 성공적 사회복귀 및 재범예방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국내 유일 개방교도소인 천안개방교도소는 ▲물리적 계호시설 최소화 ▲수형자 자치제 ▲중간처우시설 연계 등의 특징을 가진다.

천안개방교도소의 수형자는 교도소 내부 시설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일반 교도소 수형자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면회를 한다. 식사도 수용실에서 한다. 반면, 개방교도소 수형자는 차단막이 없는 공간에서 면회를 진행한다. 식당에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침대 사용, TV 시청, 전화 사용, 신문 구독 등의 권리 또한 주어진다.

‘수형자 자치제’도 시행한다. 이는 기존의 지나친 계호주의에서 벗어나 수형자들의 명예심을 돋우려 도입된 제도다. 덕분에 수형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한다. 자율적으로 교도소를 점검하거나 헬스·바둑 등의 여가를 즐기는 것이 그 예다.

중간처우시설*인 ‘아산희망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수형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도 꾀한다. 지난 2017년 3월 개소한 아산희망센터에서는 가석방을 앞둔 모범수들이 최소 3개월, 최대 9개월간 합숙 근무한다. 이들은 협력업체인 ‘광성정밀’ 공장으로 통근해 일반인 직원들과 함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다. 주말에는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천안개방교도소 직원 B씨는 “수형자들은 외부와 소통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일원임을 자각할 수 있다”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사회에 적응할 기회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개방 처우 확산 추세
교도소에 어떤 변화 불어올까

정부는 천안개방교도소와 같은 ‘개방 처우’의 확산을 시도할 계획이다. 개방 처우란 수형자의 사회생활기능 회복을 위해 훈련 및 직업 원조를 시행하는 제도다. 그 유형에는 개방교도소·수형자 자치제 등이 있다. 법무부 대변인실 박정욱 주무관은 “현재 천안개방교도소 이외에도 개방처우시설인 소망의 집 5곳과 희망센터 2곳을 운영 중”이라며 “기존 교정시설을 활용한 개방처우시설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엔 영월교도소가 수형자 자치제를 전면 도입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 9월, 법무부는 ‘전문개방교도소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박 주무관은 “천안개방교도소가 장기수형자의 사회 적응에 역점을 뒀다면 신설 전문개방교도소는 단기수형자의 사회복귀지원센터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범 가능성이 낮은 범죄자를 사회에 안착시키고 재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생겨날 전문개방교도소의 수형 대상은 징역 3년 미만의 생계형 범죄자와 1년 6개월 이내 가석방 예정인 수형자다. 이는 미국의 ‘하프웨이하우스(Halfwayhouse)’와 유사하다. 하프웨이하우스는 석방을 3~4개월 앞둔 수형자가 낮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엔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 주무관은 “일반교도소에서는 경범죄자와 중범죄자가 범죄 기술을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설될 개방교도소는 초·재범 수형자가 다른 수형자로부터 범죄습성을 배울 기회를 차단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개방교도소 신설에
뒤따르는 부정적 시선

하지만 전문개방교도소 신설이 만능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주된 이유는 ▲수형자 업무가 단순노동이라는 점 ▲수형자의 도주 및 부정물품 반입 가능성이다.

경희대 행정대학원이 발표한 「개방처우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현재 천안개방교도소의 취업프로그램은 목공장, 철공장, 취사부, 세탁, 원예 등 단순 노동 위주로 진행된다. 외부 통근 작업도 자동차의자 생산, 폐자재 처리작업, 쇼핑백 조립 등에 그친다. 이에 천안개방교도소 직원 B씨는 “단순 노무 경험이 정작 사회에 복귀할 때 필요 없는 경력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했다. 이어 “교정본부는 실제 직업과 연계된 다양한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도소 외부 출입이 자유로운 탓에 교도소 내 안전·질서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개방교도소에는 도주방지시설이 없고 수형자들의 외부 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질서가 해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개방교도소는 감시대, 쇠창살, 무장교도관 등이 없기 때문에 수형자의 도주나 부정물품 반입을 막기 어렵다. 이에 B씨는 “수형자가 외부 통근 후 환소할 때 물품검사 및 신체검사를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주무관은 “개방교도소 신설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감안해 도주 우려 등 사회적 위험성이 크지 않은 수형자를 선별해 수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TV 프로그램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보던 수형자들의 자유로운 모습. 실제 개방교도소에는 그 이상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수형자의 자유를 보장하고 본디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중간처우시설: 출소자가 온전히 사회로 나가기 전에 잠시 머무르면서 직장생활이나 사회적응훈련을 하는 곳


글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자료사진 천안개방교도소>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