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반영 못하는 제도에 대학원생 지갑만 가벼워져

차등적으로 산정되는 건강보험료(아래 건보료)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경제적 부담이다. 특히 정기 소득이 없는 대학원생에게는 부담이 더하다. 언뜻 무관해 보이는 둘, 대학원생과 건보료다. 우리신문사가 이를 정리해봤다.

 

대학원생 속 모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난 2007년, 대학원생이 건보료 납부 대상자로 지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아래 공단)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기타소득을 종합해 건보료를 산정한다. 대학원생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탓에 기타소득만 따진다. 연구비 및 대학원 인건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까진 괜찮다. 

문제는 이 건보료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 연구비나 인건비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면 건보료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대학원생 중 기타소득을 정상 지급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지도교수마다 다르지만, 대학원 내 교수 ‘갑질’은 만연하다”며 “자의적인 연구비 사용으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다”고 전했다. 원주캠 대학원 총학생회장 박민규(물리학석사4학기)씨 또한 “이와 관련한 제보나 건의가 꾸준히 들어온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생의 연구비와 인건비를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 B씨는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받거나 별도의 소득원을 보유한 대학원생 사례가 있다”며 “대학원생의 객관적인 소득을 산정해 반영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개인의 소득산정을 전담하는 국세청도 “공단의 요청대로 소득을 심사한다”며 “대학원생 소득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대학원은 교육시설 아니다’?
학생과 노동자 사이 

 

대학원생이 건보료 적용 대상자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공단이 대학원을 교육시설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보료 납부에서 제외되는 기준은 ‘학사 이하’다. 대학원생은 석·박사 과정을 밟으니 건보료를 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모순적이다. 현행법은 대학원을 교육시설로 바라본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원을 ‘대학의 교육과정과 같다’고 명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대학원은 대학의 일부로서, 교육기관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노동자로 대우받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학생과 노동자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 ‘대학원생 = 노동자’가 인정되면 대학원생은 지역가입가 아닌 직장가입자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학원생 개인이 느끼는 건보료 부담감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지역가입자는 기타소득에 본인 재산까지 더해 건보료를 산정하지만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A씨는 “직장가입자보다 지역가입자가 상대적으로 건보료 산정에 있어 불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2% 부족한 추가증 제도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대학원생은 그래도 사정이 낫다. 건보료 대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이들이다. 건보료는 거주지 이전 여부와 관계없이 실거주지 기준으로 부과된다. 따라서 이들은 매번 건보료를 고스란히 자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추가증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설령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어도 피부양자가 건보료를 대납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석사과정 2년 동안만 이용 가능하다. 박씨는 “대학원생은 학위과정을 수료한 채 연구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고려했을 때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도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대학원생은 등록금, 논문심사비용 등의 경제적 부담을 진다. <관련기사 1817호 8면 ‘배움은 익을수록 돈을 잡아먹는다’>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지만 건보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존 건보료 체계를 바로잡을 필요성은 명백하다. 

 

*추가증제도: 건보료가 부과되는 주소를 이전 할 수 있는 제도.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며, 대학원생 중에는 석사과정 재학생에게만 적용된다.

 

글 강현정 기자
hyunzzang99@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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