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만 해도 총학생회의 공백은 낯선 상황이었다. 특히 우리대학교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타 대학들이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꾸준히 당선 선본을 냈다. 단선조차 드물었다. 6개 선본이 출마한 해도 있었다.

영광은 끝났다. 3년 연속으로 선거가 무산됐다. 선본은 등록 기한으로부터 3일이 채 되지 않아 자격을 잃었다. 총학 없는 1년이 또다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지난 2년간 입학한 학생들은 제대로 된 총학을 경험하지도 못했다. 비상(非常)대책위원회 체제가 일상(日常)이 됐다. 이제 그저 그런 ‘위기’로는 상황의 급박함을 다 담을 수 없다. 연세 학생사회는 고사(枯死)의 기로에 서있다.

총학생회는 학생 자치의 뿌리이자 꽃이다. 중요성을 백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일상적인 민원 해결은 차치하고 대학 공동체의 건설적 발전에 필수 불가결하다. 비대위의 노고와 헌신을 폄훼할 의도는 없다. 단지 총학이 그만큼 중요한 존재일 뿐이다.

학생의 손으로 세운 총학을 대체할 수 있는 기구·조직은 전무하다. 모두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까닭이다. 시행세칙이 실정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거나 모호한 규정은 과감하게 개선해나가야 한다. 물론 절차를 걸림돌로만 바라보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총학 준비에 드는 시간적·물질적 비용을 줄여 진입장벽을 낮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인식이 중요하다. 총학 존립이 결코 ‘남의 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이를 매년 되풀이되는 해프닝쯤으로 여겨도 안 된다. 캠퍼스에 총학을 겪어보지 못한 학생들만 남는 것은 결코 먼 미래의 풍경이 아니다. 동력을 완전히 잃기 전에 반등해야 한다. 다가올 몇 년이 연세 학생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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