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관광객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이다. 관광객들의 셔터소리로 신음하는 동네가 늘어나는 요즘,
우리신문사는 이화벽화마을과 북촌한옥마을을 찾았다.

마을 입구는 교복을 빌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쌓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 마을주민들의 시시콜콜한 수다가 오고가야할 자리에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만 가득했다. 주민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빨갛게 흘러내린 글씨에는 이화동 주민들의 심경이 묻어났다. 벽을 온통 뒤덮은 ‘재생사업 적폐청산’ 등의 문구는 이화동의 관광·재생 사업이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계단마다 그려져 있던 꽃들은 주민들이 덧칠한 회색 페인트에 가렸다. 회색 페인트 사이로 조금 남아있는 꽃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수많은 사람의 SNS 프로필 사진을 장식했을 공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벽을 뒤덮은 글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안타까움에 혀를 끌끌 차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벽 뒤의 주민들에게 주말은 ‘시끄러운 날’일 뿐이다. 벽 뒤의 이들은 매일 빨간 글씨로 생활권을 주장하고, 벽 너머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많은 사람이 한옥마을을 찾는다. 셔터 소리, 캐리어 끄는 소리, 웃음소리가 골목을 채운다. 문제는 소음뿐이 아니다. 대문의 문고리를 잡아당기거나 벽 너머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북촌한옥마을 어디에도 주민들의 사생활은 없었다.

기자의 기억 속 고즈넉한 마을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골목마다 붙은 플래카드와 경고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Silence Please’ 라고 적힌 플래카드 앞에선 셔터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관광객들은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자원봉사자와도 사진을 찍었다. 모순적이게도, 하루가 멀다 하고 몰려드는 인파에 북촌의 골목은 점차 생기를 잃는다.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자 구청에서 내놓은 대책이 ‘북촌 지킴이’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간단하다. 관광객들의 소음을 일정 수준 아래로 유지하는 것이다. 북촌 지킴이의 귀띔에 말소리를 죽이는 관광객도 있었지만 외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많았다. 골목을 가득 메운 관광객에 비해 북촌 지킴이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수민, 박수민, 정구윤, 최능모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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