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못 할 임대료… 지원에 목매는 스타트업들

1㎡당 1천280만 원. 지난 10월 기준 서울특별시 평균 부동산 전세가다. 초기 자본이 적은 ‘스타트업’들이 자체적으로 사무실을 임대하기란 녹록지 않다. 사무 공간을 찾아 방황하는 이들의 현실을 짚어봤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임대료
스타트업에게 사무실은 먼 나라 이야기

초기 자본이 적은 스타트업 기업에게 사무실 임대는 그림의 떡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6년 1인 창업 기업의 평균 자본금이 460만 원이라고 밝혔다. 흔히 사무실로 쓰이는 오피스텔 임대료는 이를 크게 웃돈다. 부동산 통계 전문기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40m²(약 12평) 이하 오피스텔 평균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990만 원, 59만 원이다. 사람 한두 명·사무용품 몇 개로 꽉 찰 공간을 임대하는 데 1천만 원 이상 필요한 셈이다. 1년차 스타트업 ‘미스터포터’ 창업자 은모씨는 “창업자 혼자 사무실을 임대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사무용 오피스텔이 아닌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특별시의 연립·다세대 주택 평균 월세는 54만 원이다. 여기에 관리비가 추가된다. 연립·다세대 주택에 적용되는 주거용 전기요금은 kW당 1천 원을 가볍게 넘긴다. 1/10 수준의 산업용 요금이 적용되는 오피스텔보다 관리비 부담이 월등하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사무용 오피스텔이든 연립·다세대 주택이든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다.

스타트업들은 임대료 폭탄을 피하려 도심 밖으로 눈을 돌린다. 실제로 서울 외곽지의 오피스텔 임대료는 도심권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하다. 지방으로 가면 월세는 30만 원 선까지 떨어진다. 강원 지역의 3년차 스타트업 ‘더 픽트’ 창업자 전창대씨는 “수도권에 비해 토지비용과 건축비용이 저렴한 터라 자체적으로 사무 공간을 건축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도심에서 벗어날수록 기업 간의 네트워킹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 「2016 스타트업 백서」에 따르면 서울 벤처 캐피털 사무실 중 81% 이상이 강남구 주변에 밀집해있다. 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스타트업’으로선 네트워크 형성이 절실하다. 기술적 협업 및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네트워킹은 필수적이다. 전창대씨는 “지방 소재 스타트업은 수도권에 비해 기업 연계를 통한 투자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짐 싸 들고 동분서주 스타트업
2년도 못 채워 되풀이하는 이사

 

그렇기에 스타트업들은 지원 기관 물색에 매진한다. 그 배경에는 창업을 장려하는 사회적 흐름이 존재한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 이후 스타트업 창업보육 및 사무 공간 지원 정책이 활발하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서울창업허브’, 지자체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서대문구도 ‘청년창업꿈터’를 도입했다. 

민간 대기업들 역시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이런 추세는 IT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네이버 ‘스타트업 팩토리’, 넥슨 ‘Nexon & Partners Center(NPC)’ 등을 꼽을 수 있다. 넥슨코리아 소싱팀 박세미씨는 “NPC는 자금이 충분치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 작업 공간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원 주체를 불문하고 사무실 입주 기간은 보통 2년 안팎이다. 그마저도 지원 기관의 중간 평가를 통과했을 때 이야기다.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지원팀 직원 전요섭씨는 “6개월마다 심사를 통해 입주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며 “최대 입주 기한은 2년”이라고 밝혔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도 전에 이사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씨는 “보통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데 2년이 소요된다”며 “준비를 마친 후 달리려는 참에 지원이 뚝 끊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입주 기간 번 돈으론 여전히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부 「2015년 1인창조기업실태조사」는 2~3년차 창업자의 평균 손익분기점 도달 기간을 20개월로 집계했다. 겨우 이익을 내기 시작한 회사에게 매달 60만 원가량의 임대료는 큰 부담이다. 결국 스타트업들은 다시금 사무 공간 지원을 찾아 나선다. 서울창업허브 관계자 A씨는 “기존 입주 기업이 재입주 여부를 묻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당장의 ‘실적’ 우선시하는 기관들
장기적 안목의 성장 지원은? 

 

정작 지원 기관들은 지속적인 사무 공간 지원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박씨는 “기업의 장래 역량에 앞서 넥슨 본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연차 제한 없이 사업 개발이 가능한 기업들부터 입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 개발과 그를 통한 본사와의 협업은 곧 지원 사업의 실적이다. 그렇기에 유망한 스타트업을 데려와 기존 입주 기업을 대체하는 일은 흔하다. 전요섭씨는 “기존 입주 기업이 있더라도 6개월 단위로 꾸준히 새로운 기업을 입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재입주를 원천 금지하는 기관도 있다. 사무 공간 임대와 창업 프로그램 이수를 병행하는 기관들이 그렇다. 전요섭씨는 “혁신센터에서 사무실 입주는 창업 보육 프로그램과 함께 간다”며 “프로그램 제한 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입주 기한 연장이나 재입주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스타트업들은 한 곳에 자리 잡지 못하고 계속 지원서를 돌리며 옮겨다니기 일쑤다. 일례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수혜 기업이 여타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수평 이동한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 잠재력을 갖춘 기업에게 기회를 준다는 명목이다. 달리 말하면 실적으로 이어질 ‘될성부른 떡잎’부터 입주시키겠다는 의도다. 논문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완료 : 발전 방향의 재점검」에 따르면 현장에선 혁신센터가 기업 현황 자료 제출을 지나치게 자주 요구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상당수 스타트업이 성장 입증 요구에 부담을 느낄뿐더러,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장기적 안목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전창대씨는 “시장 경쟁에서 도태된 수혜 기업을 교체하는 일은 당연하다”면서도 “성장 중인 기업이라면 기간 제약 없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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