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 도중의 만남! 미인들을 후궁으로 간택하라’ , 한 모바일 게임 홍보 화면에 등장하는 문구다. 해당 게임 연령 제한은 만 3세에 불과하다. 

 

선정적 광고에 성(性) 상품화까지
모바일 게임 산업 속 ‘소비’되는 여성 

 


모바일 게임은 세계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임 시장 분석 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약 700억 달러(한화 80조)에 달한다. 이는 세계 게임 시장의 51%가량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기관이 조사한 한국인의 올해 모바일게임 이용률은 53%다. PC 게임 이용률(37%)을 상회한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이 성을 다루는 방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노골적 성 묘사는 물론, 목표 달성 시 여성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게임마저 존재한다. 실제로 최근 논란을 빚은 모바일 게임 ‘상류사회’의 경우, 성 접대 과정을 하나의 미션으로 설정했다. 여성은 게임 속에서 하나의 ‘상품’이 됐다. 우리대학교 재학생 김모씨(24)는 “전투 게임 속 교복 차림에 망사스타킹을 신은 여성 캐릭터를 보고 경악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모바일게임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바일게임 ‘왕이 되는 자’는 최근 발가벗은 여성을 광고 화면에 등장시켜 논란을 불러왔다. 성관계를 암시하는 홍보 문구와 함께였다. 노골적인 성 상품화에도 현재 해당 게임은 애플 앱스토어 기준 유료 게임 순위 3위에 올라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관계자 A씨는 “‘왕이 되는 자’처럼 선정적인 광고를 활용한 게임들이 흥행을 거두고 있다”며 “이에 다른 게임들도 유사한 광고를 재생산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당수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선정성 = 흥행’ 공식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남성 이용자가 다수인 무협·액션 게임에서는 선정적 소재를 포기할 수 없단 목소리도 나온다. 구매자들이 자극적 콘텐츠를 원한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개발자로 활동했던 B씨는 “제작자 입장에서 이용자가 주목하는 선정적 요소들을 포기하기 힘들다”며 “수요 변화가 있어야만 선정적 콘텐츠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출이나 성행위 묘사만 없으면 그만?
성 상품화 단속 규정은 전무

 

모바일 게임 내 성 상품화가 심각하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정부 기관은 모호한 규정만 붙잡고 있다.

현재 모바일게임 규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아래 게임위)가 전담한다. 게임위는 내부 등급 규정에 의거해 게임물 연령 제한을 결정한다. 게임물의 선정성은 ▲성과 성행위 묘사 정도 ▲근친상간, 간음 등 음란 행위 내포 정도에 따라 판단된다. 게임위 강석하 사무관은 “선정성은 얼마나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하는지가 기준”이라고 밝혔다. 결국, 노출 수위만 조절하면 3세 이용가 게임에서도 미션 보상으로 여성을 ‘소유’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성을 소비 대상으로 활용하는 행태나 성 상품화에 대한 규제 기준은 전무하다.

하지만 게임위는 관련 규정 신설에 난색을 보인다. 일괄적인 기준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강 사무관은 “수영 게임 등장인물이 수영복을 입었다고 선정적이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당장 구체적 규정을 세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게임법」)에 따르면 불법 게임물 지정 역시 게임위 등급 규정에 근거한다. 하지만 아주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 음란 조장을 포함한 게임 정도만 불법 게임물로 지정될 따름이다. 관련 규정 자체가 부재한 탓에 모바일 게임 속 성 상품화 통제가 미비할 수밖에 없다.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는 대신, 게임위는 9인의 관리 위원이 합리적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용자 건의 수용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강 사무관은 “구체적 규정이 없더라도 위원들의 합리적 토론으로 단속 가능하다고 본다”며 “게임 이용자의 국민 신문고 건의 역시 적극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처가 미진하자 여성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 산하 미디어운동본부는 모바일 게임 모니터링 단을 운영하며 게임 업계를 감시하고 있다. A씨는 “마켓 추적 및 SNS 활동 감시 등을 통해 성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임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에는 페미니스트 여성 게이머 단체 ‘FAMERZ’가 결성됐다. 해당 단체는 SNS와 국민 청원 등을 통해 게임 속 왜곡된 여성 소비 행태에 대한 고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민간 차원의 대책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제도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씨는 “성 상품화 등 규제돼야 할 선정적 요소에 대한 단속 규정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게임위의 자의적 판단은 선정적 게임을 허용하겠다는 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자료사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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