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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비망록] 연세사회와 ‘타인’
  • 사진영상부 박건 기자
  • 승인 2018.11.04 21:04
  • 호수 1820
  • 댓글 4
사진영상부 박건 기자
(행정/문화인류·14)

지난 10월 1일 발행된 1면 기사 ‘두 캠퍼스 이야기’가 모처럼 학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한주 내내 캠퍼스 간 통합 여부를 궁금해하는 지인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독자들의 소중한 관심과 별개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마음을 짓누른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차마 밝히고 싶지 않다. 다만, 수많은 익명의 댓글들은 혼란을 야기한 학교본부가 아닌 원주캠 학생들을 힐난했다.

4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우리대학교 자치언론사 「연세통(通)」은 『한겨레21』과 함께 기획 기사를 발행했다. 발단은 입학 형태와 캠퍼스에 따라 학생들을 서열화한 온라인 커뮤니티 ‘세연넷’의 글들이었다. 게시물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 제목은 분명 자극적이었다. 그러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수긍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고백컨대 나 역시 그 흐름에 소극적으로나마 동참했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그 기사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 한마디로 “여기 그런 식으로 서로에게 노골적인 차별 발언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이었다.

「연세통(通)」의 기사는 ‘경쟁사회’라는 말로 한국사회를 형용했다. 경쟁사회의 성원들은 무한경쟁 논리를 받아들이고 기꺼이 서열화의 전위를 자처한다. 이로써 경쟁에서 밀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잠재운다는 설명이다. 사실 당시에도 그리 새로운 주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논의의 초점은 ‘신촌캠 내 서열화’라는 기현상에 맞춰졌다. ‘캠퍼스 간 서열화’는 중요한 화제가 아니었다. 그만큼 학벌 경쟁과 서열화는 주지의 사실이었다.

최근 불거진 캠퍼스 간 통합 논의는 원주캠 학생들을 호명한다. 다만 이들에게 부여된 이름은 ‘공동체 밖의 타인’이다. 얼마 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이 구설에 올랐다. 원주캠에 입학해 지금은 신촌캠에서 공부 중인 학생이었다. 화근은 다름 아닌 소속 표기였다. 그의 본 전공이 두 캠퍼스에 모두 존재하는 학과였기 때문이다. 본인이 원주캠 소속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대외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그는 사칭 논란에 휩싸였다. 새삼스레 정직(正直)이라는 도덕적 가치가 금과옥조로 떠올랐다. 사실 그가 저질렀다는 사칭은 자의적으로 판단될 여지가 다분했다. 그러나 이 점은 간과됐다. 순식간에 그는 공공연한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 누구나 지켜야 할 도덕을 져버린 ‘죄’였다. 하지만 과연 그 행렬에 동참한 이들의 분노는 단순히 그의 배덕에서 기인했을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치른 대가는 너무 컸다.

‘신촌캠에 서로 차별 발언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4년 전 내가 던진 물음에는 두 전제가 깔려있었다. 하나는 ‘신촌캠 성원은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믿음이었다. 다른 하나는 ‘같은 공동체 성원에게 가하는 차별은 나쁘다’는 도덕률이었다. 비난은 서로 다른 공동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들에게 '차별은 나쁘다’는 도덕률은 적용되지 않는다. 구분과 배척이 만연한 사회에서 차별은 정당화된다. 오랜 시간 우리를 휘감아온 학벌주의의 장력(壯力)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편집국에서 글을 쓰는 지금도 원주캠 보도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대학진단평가의 상처는 남아 있지만, 연세사회 성원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설령 나와 조금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왔을지라도,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을 어떻게 ‘타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진영상부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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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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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18-11-11 20:10:57

    타 대학의 기자로써, 연세춘추의 독자로써 글에 크게 공감 및 이해가 됩니다. 솔직한 글을 공개적인 곳에 쓰는 것을 제재 받지 않는 것에 부러움이 가득합니다. 이 글은 마치 저 스스로 당당해지라고 제 뼈를 때리고 가슴을 짓누르는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삭제

    • Zz 2018-11-10 21:37:10

      멋진 글이다 우리 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   삭제

      • 좋은 마인드 2018-11-06 23:25:37

        본교 학생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런 솔직한 마음을 담은 글을 본인의 사진, 소속 학과와 함께 오픈된 공간에 쓰기 쉽지 않았을텐데.. 담담하고 진심으로 적어나간 뼈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모르겠으나 이미 사회에 나가 있는 오래전에 졸업한 선배로서 박건 학생의 삶을 응원합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지금처럼 나와 타인, 내가 속한 공동체와 그 이외의 공동체를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아우르는 마음으로, 인생을 넓게 바라보며 포용력있는 선한 인재로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삭제

        • ㅇㅇ 2018-11-05 10:45:45

          대학 다닐 때 학교서열이라도 즐겨라. 사회에 나오면 전혀 다른 서열이 기다리고 있단다. 하하하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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