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조항의 개정 필요성과 우리가 가져야 할 사회적 의식에 대해

김태연 (문화인류·16)

114만 명. ‘심신미약 감형’을 폐지하고자 모인 사람의 숫자다.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은 사건의 잔혹성 그 자체로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그것에 기름을 부은 것은 피의자 김성수가 제출한 우울증 진단서였다. 심신미약 상태였기 때문에 형을 줄여 달라는, 이제는 너무나도 진부한 레퍼토리에 사람들은 분노했고 더는 심신미약이 감형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표출했다. 본 기고에서는 심신미약 조항의 개정 필요성,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적 의식을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심신미약의 개념과 감형 기준은 형법을 따른다. 형법 제10조에서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고, 이러한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정의한다. 이는 법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범죄의 ‘책임 원칙’과 ‘비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심신미약자는 비난 가능성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이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 대한 처벌은 고의 또는 과실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과 다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심신 미약을 통한 감형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 자체는 법 원리상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토록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에 분개하는 이유는 이 법 자체가 모호한 면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오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형법에서는 심신미약의 구체적 항목을 정해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누가 심신미약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그간의 판례와 각 사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심신미약 조항의 허술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조두순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만취한 조두순이 저지른 범죄를 심신미약 상태에서 행한 범죄로 인정하며 형을 감경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말 주취 감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당시 재판부가 잘못된 법을 적용했고, 현재 만취 상태의 성범죄는 감경 기준이 적용되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됐다”고 답변했다. 이는 조두순의 범죄가 그가 주장한 만취를 구실로 감형됐다는 점, 명확한 기준 없이 이뤄져 판결의 오류 가능성과 함께 이후의 법적 조치 또한 특별법상에서의 개정에 머물러 형법상에서의 명시적 적시가 이뤄지지 않은 부족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형법 측면에서 심신미약을 규정하는 지점들을 명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심신미약의 상태를 인정하는 항목을 세분화하고, 의사결정 능력의 개념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그간 일어났던 심신미약에 대한 잘못된 접근을 막고 적절한 상황에 적용하며, 더 나아가 범죄자들이 ‘자신의 형벌을 줄여주는 수단’으로서 심신미약에 접근하는 것 또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법적 전환과 함께 생각해야 할 지점은 ‘정신질환’ 자체에 대해 씌워지는 또 다른 낙인을 경계하는 것이다. 심신미약 상태의 결정은 단순히 정신질환의 유무 여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1달간의 전문의 면담 과정과 다양한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또한, 질환 자체보다는 범행 당시의 상황과 재범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판단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협의회의 입장문은 심신미약 판단 과정을 고려할 때 “정신질환은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며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은 더더욱 아닐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허술한 법체계 속에서 ‘정신질환’은 일부 범죄자에게 면피성 수단으로 쓰이고 있고 우리 또한 때로는 그것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정신질환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범죄의 맥락에서 정신질환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 따라서 심신미약에 대한 비판이 정신질환 그 자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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