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 기자의 일주일

최저임금 7530원 X 7시간 X 7일
                 - 등록금
                 - 기숙사비
                 - 휴대폰 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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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만 9천970원


평소 소비습관 : 기숙사 거주 중. 소비를 즐기지 않아 밥값 이외에 지츌이 거의 없다.

1일차 : 살만했다. 흡연자도, 카페인 애호가도 아니라 돈 쓸 일이 없었다. 평소 학생식당을 애용하기 때문에 밥값도 별문제가 되진 않았다. 밤에 야식까지 먹었는데도 잔액이 넉넉했다. 기사가 재미없을 것 같아서 큰일이다.
지출:7천300원 / 잔액:6만 2천670원

2일차 : 기사가 재미없긴 무슨. 오늘 3만 원이나 썼다. 친구와의 약속에 늦는 바람에 미안해서 밥을 산다고 한 게 문제였다. 볶음밥이랑 짬뽕에 탕수육까지 시켰다. 게다가 친구 놈이 그냥 짬뽕도 아니고 삼선 짬뽕을 시켰다.
지출:3만 1천80원 / 잔액:3만 1천590원

3일차 : 남은 날들은 순탄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오산이었다. 과제로 책을 읽어야 했는데 도서관에 책이 없었다. 책을 두 권이나 사는 바람에 출혈이 컸다. 그래도 E-book을 구매해 돈을 조금 아꼈다.
지출:1만 8천748원 / 잔액:1만 3천442원

4일차 : 예상외의 지출이 계속 생긴다. 갑작스레 교재를 또 사야 했다. 식비를 아끼려 장 봐온 재료로 요리했다. 그런데 도중에 불을 내서 주방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사람들이 기침하며 자리를 피했다. 밥값 아끼려다 하마터면 기숙사에서 쫓겨날 뻔했다. 아찔했다.
지출:1만 450원 / 잔액:2천 992원

5~6일차 : 컵라면만 먹으며 이틀을 버텼다. 그러다 전에 삼선 짬뽕을 시켰던 친구를 만났다. 미안했는지 이번엔 친구가 밥을 샀다. 양심은 있는 것 같다. 메뉴는 차돌박이였다. 정말 좋은 친구다.
지출 : 2천 100원 / 잔액 : 892원

7일차 : 돈이 8백 원 남았지만, 오늘은 먹는 취재가 있는 날이다. 하지만 인생이 모두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모든 식당에서 취재를 거절당했다. 결국, 점심을 사 먹어 사용 가능 금액을 초과해버렸다. 일주일 동안 계획에 없던 지출이 연달아 생겼다지만.......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출 : 1만 1천300원 / 잔액 : -1만 408원

 

유리 기자의 일주일

최저임금 7530원 X 7시간 X 7일

- 등록금

- 기숙사비

- 휴대폰 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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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만 5천675원

평소 소비습관 : ‘프로 통학러’. 매일 송도와 송파를 왕복한다. 물건을 살까 말까 고민해봤자 결국 배송만 늦어진다는 게 신조다.

 

1일차 : 서울에서 송도로 통학해 하루 교통비만 6천450원이 든다. 귀갓길엔 강남역까지 버스를 탄 뒤 따릉이를 이용했다. 4천 원이면 따릉이를 일주일동안 탈 수 있다. 여기다 집에 도착하기 전 배가 고파 7천 원짜리 순댓국 한 그릇을 비웠다. 이 정도면 살만하다.

지출 : 1만 3천450원

잔액 : 5만 2천225원

 

2일차(한글날) : 과소비를 하기 쉬운 휴일은 집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평소 카페에서 과제를 즐겨하지만, 깔끔하게 포기했다. 아직까지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지출 : 0원

잔액 : 5만 2천225원

 

3일차 : 3일차가 되니 슬슬 돈이 부족해 보인다. 꾸깃한 현금을 들고 찾은 곳은 싸게 밥을 먹을 수 있는 학생식당이다. 남은 돈으로 코인 노래방을 다녀왔다. 그래도 돈은 없지만 유흥은 포기 못한다.

지출 : 1만 950원

잔액 : 4만 1천275원

 

4일차 : 절체절명의 위기다. 길이 너무 막혀 원래 타던 버스를 탈 수 없었다. 결국 택시비로만 6천500원을 지출했다. 교통비만 총 1만 2천950원. 점심시간엔 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음식을 찾았다. 없다. 고민 끝에 두유 하나를 골랐다. 물가가 왜 이리 비싼 건지.

지출 : 1만 3천750원

잔액 : 2만 7천525원

 

5일차~6일차 : 아이폰용 이어폰이 고장났다. 아무리 귀에 후벼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돈이 없어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음악을 들었다. 그러던 중, 마음에 딱 드는 옷을 발견했다. “살까, 말까?” 오랫동안 옷을 보며 고민했다. 다른 손님이 채가기 전에 사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출 : 4천400원

잔액 : 2만 3천125원

 

7일차 : “신에게는 아직 2만 3천125원이 남았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남은 돈은 모두 탕진할 것이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먹어야지. 힘들었던 최저임금으로 살기는 찜닭과 분짜를 먹으며 마무리됐다.

지출 : 2만 800원

잔액 : 2천325원


총평 : 최저임금으로 일주일? 충분히 살 수 있다. 단, 절대 아프면 안 된다. 옷이나 화장품은 사치다. 외식도, 친구와의 만남도 포기하고 매일 자정까지 알바하면 된다. 사실, 이건 불가능에 가깝다. 학업만으로도 벅찬 학생이 매일 7시간 넘게 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늘도 책가방을 메고 일터로 출근하는 이들이 있다. 최저임금이 모두에게 적당한 금액은 아니다.

 

사회복지정책 전문가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수 교수


Q. 최저임금을 책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A. 일반적으로 임금은 물가와 생산성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은 기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해 놓는 규정입니다. 누구도 장애인, 미성년자, 임산부, 여성 등에 대해서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그 이하의 금액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제합니다.
 
Q. 최근 최저임금을 두고 벌어진 사회적 갈등의 해결책으로 차등 적용이 거론됩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현재의 방안과 어떻게 다른가요?
A. 최저임금 차등적용 제도는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별 또는
지역별로 적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활용하는 제도입니다. 이 국가들은 노-사 단체협약 등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합니다.
 
Q.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정해진 가운데, 향후 최저임금 추이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은 정치적 영향을 심하게 받는 이슈입니다. 따라서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최저임금을 높이는 경향이 강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노동시장의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줍니다. 결국 근로자에게 불리해지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의 증가 추세는 꺾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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