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로 중앙에는 빨간데 목이 굽어 그 모양이 마치 빨간 샤워기 같기도 하고, 빨간 지팡이 같기도 한 물건이 있다. 그 쓰임이 뭔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그 앞에 모여 서로를 기다리고 함께 안부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 때 신촌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와서 이르기를, ‘이것은 빨간 잠수경이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빨간 잠망경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잠수경이었다. 마침 빨간 잠수경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난스럽게 재미나기로, 매거진 『The Y』 취재단이 이를 새겨듣고 기록하였다.

#고민 말고 고! 강주선(23)씨

“물론 학생회와 대외 활동처럼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들이 제 학교생활을 채워주었죠. 그래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늦게 시작했다는 점이 조금 아쉽네요.”

 

Q. 신촌에는 어떤 일로 오셨나요?
A. 동아리 사람들과 밥 먹으러 나왔어요! 가보고 싶던 삼겹살집에 같이 가준다기에 고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뛰어 나왔어요.

 

Q. 요즘 들어 하는 고민이 있나요?
A. 하고 싶은 일에 너무 늦게 뛰어들었다는 후회가 많이 들어요. 올 여름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갔거든요. 공연 준비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원 없이 했어요. 제가 지금이라도 이렇게 뮤지컬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 같이 동아리 하는 1학년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요. 저도 처음부터 용기 있게 뛰어들 걸 하는 마음? 사실 예전에는 떨어질까 봐 오디션마다 지레 포기했거든요. 지금은 그랬던 옛날의 제가 바보처럼 느껴져요. 모두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네요. 제발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라고. 우리의 지금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신촌과 연이 깊은 송명순(64)씨

“요즘 대학생들 취업이 잘 안된대서 걱정이야. 다 잘됐으면 좋겠어.”

 

Q. 신촌에 무슨 일로 오셨나요?
A. 오늘은 세브란스 병원에 볼 일이 있어서 왔어요. 원래부터 이 동네는 잘 알아요. 딸이 이화여대에서 석사 학위 땄어. 며느리는 연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신촌 자주 와요. 바로 이 근처 마포 사니까.

 

Q. 신촌 주변 대학들과 연이 깊으시네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A. 요즘 대학생들 열심히 공부해도 취직이 안 되니까 속상해요. 취업이 잘 안 된다고 텔레비전에서 하도 떠드니까 너무 걱정이야. 다들 힘냈으면 좋겠어. 우리같이 나이 많이 먹은 사람들은 사실 상관없어요. 젊은 친구들이 다 잘 됐으면 좋겠어!

 

Q.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연말 계획이 있다면?
A. 손자하고 노는 거죠 뭐. 손자가 이제 네 살이거든. 아들 딸 며느리 다 직장 다니니까 내가 애를 돌봐요. 아들은 교수고. 딸은 고등학교 선생님이야. 다들 너무 바빠. 그러다보니 나는 만날 집에서 애들 뒤치다꺼리 하는 거야. 뭐 싫진 않아. 귀엽고 보기 좋지. 연말이라고 딱히 특별한 일정은 없어요. 그냥 이렇게 애들 보면서 놀아주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이에요.

 

#버스킹하러 온 새내기, 김태준(19)씨

“박효신처럼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Q. 다들 같은 토퍼를 입고 계시네요! 학과에서 단체로 나오셨나 봐요?
A. 네, 호서대 실용음악과에서 나왔어요. 저는 보컬 전공 18학번입니다. 신촌에는 버스킹을 하러 왔습니다.

 

Q. 대학에 관한 로망 중에 이미 이룬 것이나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A. 이룬 것은 잘 모르겠네요. 아마 없는 것 같아요. 이루고 싶은 건 그냥...(웃음) 한때는 캠퍼스 커플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별로 관심 없어요.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 이제는 노래 부르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Q.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누군가요?
A. 박효신이요. 발라드를 부르는 것과 듣는 것 모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박효신 굉장히 좋아합니다. 또 저는 꿈이 음악 하는 거예요. 그 꿈을 품게 해주신 분이기도 하세요. 어릴 때부터 좋아하고 또 존경했어요. 여러 노래 중 특히 「야생화」는 출시된 날부터 엄청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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