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골목문화 축제 뮤지컬 『신촌, 그 골목길』

 

지난 2017년 가을, 신촌 지역주민, 학생, 상인들의 공용공간으로 만들어진 이화쉼터. 25일과 26일 양일간 그 이화쉼터에는 우렁찬 노랫소리와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2018 신촌 골목 문화 축제(아래 골목 축제)의 일환으로 신촌의 역사를 담은 뮤지컬 『신촌, 그 골목길』 공연이 열린 것이다. 현장이 궁금했던 기자가 직접 이화쉼터를 찾았다.

 

신촌, 그때 그 시절 청년들을 노래로 만나다

 

『신촌, 그 골목길』은 서대문구와 콘텐츠기업* ‘명랑캠페인’의 협업으로 기획·제작된 뮤지컬이다. 이는 서대문구 지역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신촌의 역사성에 주목해 지역가치를 환기하고자 만들어졌다. 해당 공연은 사전예약자에 한해 전원 무료로 관람 가능했다.

뮤지컬은 주인공 한석이 회식 후 귀갓길에 지하철에서 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결국 한석은 내려야 하는 역을 놓치고 신촌역에 도착한다. 우연히 도착한 신촌에서 낡은 수첩을 주운 그는 과거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 1987년 연세대에 입학하며 마음에 품었던 ‘서시’를 필두로, 독재 시대의 투쟁이 담긴 ‘그날이 오면’, 그리고 90년대의 문화적 낭만이 드러나는 ‘그대에게’로 이어지는 넘버**들은 변화하는 신촌의 시간을 보여준다. 극은 2016년 국정농단에 반발한 이대생들이 한 데 모여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마무리된다. 신촌에서 모두를 하나로 모았던 노래들이 차례로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뜨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듯했다. 무대 옆의 대형 화면에는 당시 신촌 구석구석의 정취와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재생됐다. 이번 공연엔 전문 뮤지컬 배우 9명과 비보이팀 3명이 함께해 극적이고 다채로운 재미를 더했다.

 

『신촌, 그 골목길』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공연이 끝난 이화쉼터에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촌, 그 골목길』은 1970~80년대 신촌을 기억하는 기성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지금의 청년들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기존 지역재생사업과 달리 신촌의 상징성, 역사성, 문화성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었다.

신촌은 지난 1960년대부터 대표적인 대학가로서 젊은 세대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70년대에는 부당한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친 학생들의 거점이었으며, 8~90년대에 들어 커피, 언더그라운드 음악, 파격적 패션 등 새로운 문화의 확산지로 기능했다. 그러나 홍대, 강남 등 다른 지역이 뜨면서 신촌은 예전의 명성을 잃고 쇠퇴하기 시작했다. 『신촌, 그 골목길』은 기억의 저편으로 밀려 있던 신촌을 되살려 지역 브랜드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다.

명랑캠페인 오호진 대표는 “신촌은 과거 누렸던 ‘1번지’로서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라며 “이런 신촌의 재생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방안 중 하나는 그 깊은 역사로부터 나오는 가치를 활용하는 것”이라 전했다. 명랑캠페인의 장유정 작가는 “이번 공연이 신촌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고 신촌의 지역적 가치를 다시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신촌, 그 골목길』. 이번 공연처럼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된다면, 앞으로 신촌이 옛 명성을 되찾는 것도 요원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콘텐츠기업: 문화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

**넘버: 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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