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 추워지는 날씨에 얼큰한 음식이 떠오른다면, 마라탕 한 그릇으로 몸을 뜨끈하게 덥혀보는 건 어떨까?

이름처럼 맵고 얼얼하지만*, 마라탕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 중독성 덕에 팬층이 두텁다고. 신촌의 마라탕집들 역시 밥 때마다 손님으로 북적인다. 그 다양한 매력을 전격 비교하기 위해 신촌·이대지역의 마라탕 집 네 곳을 방문했다. 챱챱챱, 그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마라탕이다.

 

호탕마라탕(1550원/100g)

기자들이 방문했던 네 곳의 가게 중 가장 ‘마라탕스러운’ 마라탕이 나왔다. 처음에 음식이 나오면 눈과 코가 동시에 놀란다. 고추기름이 둥둥 떠 있어 새빨갛고 마라향이 코를 찔러 맵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막상 한 술 떠보면 매운 맛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역시 마라탕은 마라탕. 한 그릇을 다 비우니 특유의 얼얼한 맛에 혀가 마비되는 느낌이다.

기자들은 청경채와 건두부, 납작 당면과 소시지 등 기본적인 재료들을 넣어 먹었다. 누룽지를 넣는 것도 좋다. 사이사이에 국물이 밴 누룽지의 고소함이 인상적이다. 고기를 추가하면 무거운 고기향이 산초의 산미를 중화해, 보다 순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총평: 이름처럼 ‘호탕한’ 알싸함

일비마라향(2000원/100g)

중국 요리 장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간판 아래로 들어가면 꽤나 넓은 홀이 나온다. 이곳 역시 재료를 직접 골라 바구니에 담는 방식이다. 주문이 들어가고 얼마 뒤 나온 마라탕은 기자가 그간 먹어봤던 것과 꽤 다른 모습이었다. 국물은 짬뽕 국물같이 붉었으나 고추기름이 떠있지 않았다. 위에 땅콩 소스가 뿌려져있는 것도 새로웠다.

외관대로 국물에서 고추기름 향은 전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라소스 특유의 향은 분명하게 났다. 고추기름이 없기 때문인지 알싸한 맛이 혀에 오래 남지는 않았다. 자극적인 향신료의 맛이 덜한 대신 국물에 우러난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졌다. 특히 청경채의 향이 국물에 강하게 배어 매콤함과 잘 어우러졌다. 땅콩소스 덕에 감칠맛과 고소함도 입안에 맴돌았다. 원래 마라탕은 깔끔함과 거리가 먼 요리지만, 기자들이 먹어 본 네 곳의 마라탕 중 가장 깔끔하다는 인상이었다.

츙평: 매콤함과 재료 본연의 향이 깔끔하게 어우러지다

홍릐마라탕(기본마라탕 6천900원 부대마라탕 7천900원)

넓지 않은 점포에 꽉 들어찬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던 곳. 선명한 빨간색의 간판이 저 먼 발치서부터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곳은 보통 마라탕 가게와 주문 방식이 좀 다르다. 바구니에 직접 원하는 재료를 담아 무게를 재지 않는다. 대신 키오스크(kiosk)**에서 맵기와 재료를 조합해 주문하는 구조다. 간편하고 회전율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재료의 세세한 양을 직접 조절할 수는 없다. 사실상 주방장의 손에 맡겨야 하는 셈. 왠지 모를 불안감은 5분 뒤에 현실이 됐다. 기자들이 주문한 ‘부대마라탕’은 생라면과 햄 토핑이 그릇을 가득 채워 나왔다. 특히 면이 너무 많아 거의 일본식 라멘처럼 느껴졌을 정도.

그래도 맛이 나쁘진 않았다. 햄의 강한 향에 마라소스 향이 가릴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기우였다. 특유의 향신료 맛이 국물에 생생히 살아있어 적절한 육향과 잘 어울렸다. 너무 칼칼하거나 향이 강하지 않고 담백한 맛. 면의 양이 압도적이라는 것 이외에는 독특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곳이 입소문을 탄 비결은 뛰어난 ‘가성비’ 덕택인 듯하다. 밥도 무한리필이니 쌀이 그리운 자취생에게는 희소식이 되겠다.

총평: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모범적인 마라탕

마라탕 이대6호점(1천600원/100g)

신촌기차역 앞 건물 2층에 손오공이 그려진 빨간 간판이 보인다면 바로 이 곳, 마라탕 이대6호점이다. 실내는 꽤나 넓은 공간을 자랑했지만, 꽉 들어찬 자리와 길게 늘어선 대기줄 탓에 분주한 분위기였다. 음료 냉장고에는 중국의 술과 삥홍차(아이스홍차), 삥탕쉐리 등이 준비돼있다. 기자들이 방문한 가게 중 가장 다양한 현지 음료가 비치돼있다.

기자는 청경채와 목이버섯을 양껏 넣었다. 거기에 메추리알꼬치와 중국식 당면을 더했다. 맵기는 ‘조금 매운맛’으로 시켰다. 연한 빛깔의 마라탕은 기름기도 적고 딱히 강렬한 향도 풍기지 않았다. 무척 ‘중국스러운’ 실내 분위기 때문에 현지의 맛에 충실할 줄 알았건만, 유독 많이 곁들여진 땅콩소스가 마라소스의 강한 맛을 중화해준다. 전체적으로 달짝지근하면서 끝 맛만 조금 알싸하다. 향은 굳이 비교하자면 ‘신라면’과 비슷하다. 한국에 들어와 대중화된 마라탕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 같달까.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인데?’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

적당히 잘 익은 재료에 스며든 국물이 고소하면서도 짭짤했다. 신선한 버섯의 탱글한 식감에 중국식 당면의 쫄깃함까지. 씹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맵기를 정할 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간 맛’과 ‘조금 매운 맛’의 차이가 아주 크다.

총평: 땅콩소스의 고소함, 마라탕 입문자에게 적격인 한국적 맛.

 

*마라탕은 저릴 마(痲)에 매울 랄(辣)을 써, 맵고 얼얼한 맛의 탕이라는 뜻이다.

**키오스크(kiosk):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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