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힙합바 ORC의 박종혁, 차선수 대표

『쇼미더머니』가 몰고 온 힙합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틈만 나면 차트에 힙합 노래가 줄 서있는 시대다. 패션은 또 어떤가. ‘키드밀리룩’, ‘헤이즈룩’ 등 힙합 패션은 어느 샌가부터 청년들 사이의 유행을 선도한다. 이런 힙합의 향기를 홍대앞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신촌 힙합 문화를 이끄는 정통 힙합바, ORC의 박종혁, 차선수 대표를 만나봤다.
 

Q. 간단한 가게 소개를 부탁한다.
A. ORC는 흑인 음악을 소개하는 가게다. 과거의 올드스쿨 힙합, 소울, 알앤비부터 최신 힙합까지 망라한다. 또한, 생생한 공연을 통해 손님들에게 힙합 문화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일종의 ‘블랙 뮤직* 센터’라 할 수 있겠다.

 

Q. 가게 이름이 ‘ORC’ 혹은 ‘ORC bar&ghetto'라 들었다. 위와 같은 이름이 붙게 된 이유와 두 가지 이름이 혼용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A. ORC는 'Overrider Crew'의 약자다. 사실 이 가게가 생기기 전부터 ORC라는 모임이 있었다. 여기서 ‘Overrider’는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ORC는 그 이름에 걸맞게 음악, 패션, 그림, 사진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선도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처음에 이곳은 그 모임 장소로 만들어졌다. 원래는 ORC 뒤에 bar&ghetto를 붙여 불렀다. 흑인음악이 거리음악으로 시작했기에 그런 수식어를 붙였다. '게토(ghetto)'가 빈민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인음악은 더 이상 가난한 자만의 음악이 아니다. 또 게토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든다는 외국인 손님들의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이젠 ORC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

 

Q. 주 고객층은 누구인가?
A. 유명 래퍼부터 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다른 가게에 비해 술값이 저렴하다 보니, 주말에는 취기를 빌려 ‘텐션을 올리려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신다. 평일에는 새로 오시는 분들보다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선배나 친구 소개로 놀러왔다 단골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Q. 신촌에는 ORC를 제외하곤 힙합 바가 거의 없다. 왜 신촌에 힙합 바를 열기로 마음먹었나?
A. 과거 신촌에는 다양한 예술 문화가 공존했다.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도 많았다. 따라서 신촌을 찾는 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폭이 넓었다. 하지만 최근 신촌이 획일화되면서 그런 다양성이 상당히 사라졌다. 힙합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힙합을 주된 컨셉으로 하는 가게가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신촌은 한국 힙합의 본고장이다. 오래된 선배의 노래에 '신촌에서 홍대까지 깔아놓은 힙합 리듬'이라는 가사가 있다. 나도 어렸을 때 힙합 공연을 보러 신촌에 많이 들렀다. 우리라도 소신 있게 힙합을 틀고 공연을 열면 신촌의 힙합 문화가 부흥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많은 분들이 신촌을 힙합 음악의 중심지로 여기고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Q. 추천메뉴는?
A. 우리 가게만의 특별한 술이 있는 것은 아니라 메뉴 하나를 고르기가 애매하다. 대신 우리 가게에선 손님 맞춤형 술을 만들어준다. 전 직원이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손님의 요청에 따라 도수나 베이스를 바꾼 칵테일을 만들어드린다. 대학가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찾는데, 대학생에게 술값 8천 원은 큰돈이지 않나. 그 값을 제대로 하기 위해 손님께 최대한 맞춰드린다. 안주는 튀김과 과일 안주를 추천한다. 술과 궁합이 무난하며 맛 또한 자신 있다. 신촌 어느 가게와 비교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

 

Q. 독특한 손님이나 기억에 남는 손님과의 일화가 있다면?
A. 가게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손님도 없고 비만 오는 일요일 새벽이었다. 웬 손님 한 분이 오셨는데, 술을 병째로 주문하더니 같이 마시자고 하더라. 이야기를 나눠보니 마음이 잘 맞아 이후에 술자리를 몇 번 가졌다. 그게 차선수다. VMC라는 힙합 크루에서 기타 세션을 맡고 있다. 덕분에 가게에서 파티를 열면 VMC 쪽에서 도움을 많이 준다. 기억에 남는 손님이 또 있다. 이 친구는 래퍼인데, 파티 때 정말 제대로 놀았다. 신이 나선 본인 차례가 아닌데도 무대에 올라 랩을 하더라. 이후에 일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결국 파티가 끝날 때에야 만취 상태로 떠났다. 지금은 유명 래퍼가 됐지만, 아직도 종종 우리 가게에 와서 그러곤 한다.

 

Q. 가게에 디제이 부스와 스테이지가 설치돼 있다. 평소에도 가게에 들르면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나.
A. 주말엔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디제이가 최신 힙합 공연을 진행한다. 힙합 쪽으로 유명한 디제이들인데, 오래전부터 우리 가게 공연에 와준다. 또 다양한 파티를 자주 주최한다. 파티엔 늘 래퍼 같은 '스페셜 게스트'가 함께한다. 사실 디제이 부스는 항상 열려있다. 요즘은 취미로 디제잉을 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 친구들이 와서 직접 틀고 싶다고 하면 그러게 해준다.

 

Q. 다트 등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A. 음악과 술이 있는 곳은 늘 즐거워야 한다. 게임 역시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가게에 추가한 요소다. 단순히 즐기다 가시길 바라 설치해뒀는데 손님들이 술내기로 많이 하시더라(웃음).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다트의 인기가 가장 좋다. 이외에도 테이블 사커, 레트로 게임기, 룰렛 등이 구비돼있다. 다트 외에는 모두 무료다.

 

Q. 다른 힙합바과 비교했을 때 ORC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A. ORC를 운영하는 직원들은 힙합 음악의, 나아가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런 직원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손님들과 교류하고 서로 배워나가는 것이 ORC만의 매력이다. 취미를 공유하기 때문에 손님과 직원이 쉽게 친해진다.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많다.

 

Q. 앞으로 ORC는 '어떤 가게'가 되고 싶은지 알고 싶다.
A. ORC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가게가 아니다. 평범한 장사를 넘어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곳으로 발전하고 싶다. 지금도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촌에서 가능한 한 오래 이 가게를 운영하려 한다.

 

ORC는 오직 힙합에 대한 열정으로 어엿한 신촌 대표 힙합바가 됐다. 오늘, 힙합을 사랑하는 이들과 ‘힙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ORC를 찾아보자.

 

*블랙 뮤직(Black Music):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만든 대중음악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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