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포츠, 지원 미비하고
10년 넘게 경기력·마케팅
양면에서 고전하는 상황

 

‘연고전’과 같은 큰 행사를 제외하고 
대학스포츠 리그 경기를 관람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학스포츠의 인기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텅 빈 관중석에 대학스포츠 관계자들도 우려를 표한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아래 KUSF) 기획총괄팀 김민희 팀장은 “지금껏 대학스포츠 리그 경기 관중 수는 쭉 바닥 수준이었다”며 “관중들이 경기 진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전했다.

대학스포츠 리그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 여러 원인이 꼽히지만 그중 프로리그의 존재가 가장 독보적이다. 각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 고교 거물급 신인들은 대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진출한다. 일단 대학에 진학한 선수조차도 상당수가 중간에 프로 입단을 택한다. 단국대 야구부 A 선수는 “재학 도중 공개테스트를 통해 프로 구단에 입단하려는 선수들이 많다”며 “일단 프로팀에 입단하면 선수의 장래와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스포츠 리그에서 관중몰이를 할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스타플레이어의 유출은 관중동원력은 물론 리그 수준에도 영향을 준다. 김휘호(국제관계·16)씨는 “경기력이 뛰어난 프로 리그를 주로 보는 편”이라며 “대학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스타성도 떨어지고, 팬층이 형성되기 힘든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팀들은 경기 외적으로도 관중들이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제공한다. 각종 이벤트와 굿즈를 통해 팬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통로를 열고, 문자 응원이나 ‘키스타임’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SK와이번스가 스포테인먼트*를 도입하자 32만 5천284명의 관중이 증가했다. 이지훈(환경·17)씨는 “프로리그가 경기 관련 이벤트가 많아 더 관심이 생기기 때문에 프로리그 경기장을 더 많이 찾는 편”이라고 밝혔다.
 

표족한 돌파구 안 보여
사실상 사망 선고 받은 대학스포츠
관련 부처·정부·대학의 노력 필요한 시점

 

경기력뿐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대학스포츠 리그의 완패다. 대학스포츠 리그에는 경기 외적으로 관중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가 전무하다. 최근 대학 축구 경기를 관람한 이상석씨는 “대학스포츠 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을 여러 번 찾았지만 경기 이외의 이벤트가 진행된 적은 없었다”며 “‘스포츠 행사’라는 개념이 아니라 딱 경기만 하고 끝나는 식”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대학스포츠 리그는 프로리그처럼 전문적인 스포테인먼트 관련 부서가 부재하다”며 “현재는 필요성을 느껴서 관련 사업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학스포츠 안팎에선 ‘경기 홍보에 있어서 KUSF의 태도가 소극적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KUSF는 ‘KUSF U-스포츠마케팅 러너**’를 통한 농구·배구 경기 안내 게시물만 작성할 뿐, 다른 홍보사업은 진행하지 않는다. KUSF 관계자 B씨는 “지난 2015년을 끝으로 대학생 서포터즈 운영을 중단했다”며 “그 이후 다른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지훈씨는 “대학스포츠 리그는 경기 일정이 잘 알려지지 않아,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는 한 참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스포츠는 출범하고 U리그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학내 구성원과 지역 사회 모두 소통할 수 있는
대학스포츠를 만들어 낸 '아주대 프런트'
대학스포츠계 새로운 페러다임 제시해

 

그럼에도 일부 대학은 대학스포츠 리그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 사례로는 아주대·영남대·전주대가 있는데, 특히 아주대 축구부 프런트(아래 아주대 프런트)의 모습에 주목할만하다. 

지난 2014년 처음 출범한 아주대 프런트는 프로스포츠에만 존재하는 ‘프런트’ 개념을 대학스포츠에 도입한 모델이다. 선수 육성과 경기 진행 같은 감독 고유 권한을 제외한 모든 일을 아주대 프런트가 맡는다. 아주대 프런트는 학생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구단 운영과 선수단 관리, 홍보 마케팅 등의 활동을 하는 꼴이다.

하지만 아주대 프런트라고 해도 대학스포츠의 일원이다. 처참한 관중동원력과 낮은 경기력을 보이는 건 매한가지였다.

아주대 프런트는 대학스포츠를 학내 구성원의 ‘축제’로 만들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  매달 수 번씩 열리는 홈에서 열리는 ‘경기’를 ‘축제’로 바꾸려 노력했다. 우선 U리그,  춘계 연맹전 등 각종 전국 단위 대회에 집중했다. 학우들에게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리플렛을 배부했다. 또 축구부 유니폼과 머플러 등 굿즈를 제작해 판매했는데,  프로스포츠가 아닌 대학스포츠에선 처음있는 일이다. 이런 노력 끝에 KUSF로부터 ‘2016 최우수 홍보대학상’ 영예까지 이뤄냈다. 

이는 곧 관중 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2015년에는 1천여 명이었던 관중 수가 2018년 4월엔 2천여 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2년 연속 'U리그 최다관중'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 프런트 김재민 운영팀장은 “전문적이지 않은 학생들의 홍보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KUSF·대학·학생의 연계를 통해 홍보 활동의 구체적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대학스포츠 부흥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테인먼트: 오락과 스포츠를 동시에 즐긴다는 의미로, sport와 entertainment의 합성어
**러너: 스포츠마케팅 교육·실무체험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농구·배구관련 콘텐츠 업로드 등을 담당하는 KUSF 내 홍보 단체

***바로잡습니다: 기사 본문 중 '2017 최우수 홍보대학상'을 '2016 최우수 홍보대학상'으로 바로잡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연세춘추 사회부 심층취재단

글 정준기 심층취재장
joonchu@yonsei.ac.kr
강현정 기자
hyunzzang99@yonsei.ac.kr
손지향 기자
chun_hyang@yonsei.ac.kr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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