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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꺼진 신촌의 불빛, 옛 명성 회복할 수 있을까신촌 상권 침체의 원인과 실태를 짚어보다
  • 김나영, 김현지, 박지현, 정구윤 기자
  • 승인 2018.10.08 00:28
  • 호수 44
  • 댓글 0

신촌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름을 날리던 신촌 상권이 침체기로 들어선 배경, 그리고 아직도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봤다.

 

상권 침체의 시작, 젠트리피케이션*

 

지난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 신촌 상권은 전성기를 누렸다. 한때 명동과 종로, 강남과 함께 서울 대표 상권에 꼽힐 정도였다. 대학가 중심에 자리한 신촌은 ‘대학생’이라는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젊은이들의 수요에 맞춰 언더그라운드 음악, 패션 등의 문화가 유입됐고, 타 상권과 차별화된 개성 있는 상점들이 생겨났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석 이사는 “부흥기의 신촌 상권은 거리마다 화장품과 옷 가게가 줄지어 있어 유행을 선도하는 장소였다”고 말했다.

신촌의 성장을 가속화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유동인구 유입이었다. 분수령은 1984년의 지하철 2호선 개통이었다. 기존의 대학가 수요에 더해진 외부 유동인구는 복합 상업 지구를 형성했다. 신촌 상권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이때의 일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임대료도 가파르게 올랐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상인들이 떠난 자리에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남았다. 신촌 상권의 호황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신촌’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상징성이 퇴색됐기 때문이다. 권 이사는 “독특한 개성의 패션·미용 가게가 있던 자리에 밀리오레와 APM 등 대형 복합 쇼핑몰이 들어선 이후로 신촌 상권이 위축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번 치솟은 임대료는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 이미 지난 2010년에 홍대 앞 상권의 방문객 수는 신촌을 추월했으나, 2013년까지도 신촌·이대의 임대료는 홍대 앞보다 1.5~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16년 통계청의 임차료 조사에 따르면, 신촌역 부근의 임차료는 m^2당 9만 1천464원이다. 국내 주요 상권 임차료 순위 중 30위에 해당한다. 55위를 차지한 공덕역, 63위를 차지한 홍익대 부근보다 여전히 꽤 높다. 서대문구청이 고시한 ‘신촌동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따르면, 신촌 지역의 임대료는 일부 시기의 등락을 제외하면 2007년부터 거의 유지되고 있다.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가격에도 영향이 미치기에 건물주들은 당장 소득이 줄더라도 빈 상가로 내버려 두기 때문. 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는 “임대료를 낮추느니 건물가를 보전하기 위해 차라리 공실 상태로 두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임대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임대료가 교착상태에 빠진 최근 수년간 신촌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서대문구청이 지난 2015년 신촌 지역 1천679개 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매출이 하락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72.5%에 달했다. 2018년 6월 기준 신촌의 점포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 가까이 감소했다.

그 기저에 있는 것이 유동인구 감소다. 지난 2017년, 지하철 2호선 신촌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약 10만 228명이었다. 이는 2011년의 11만 3천810명에서 12% 감소한 수치다. 유동인구 감소가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악순환 때문이다. 상권이 침체되면 유동인구가 덩달아 줄어들고, 유동인구가 감소하면 상권 회복은 더욱 요원해진다.

높은 동종업계 분포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기본적으로 수요가 높은 개업지로 손꼽혀온 신촌은 새로 장사를 시작하는 자영업자들에겐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의 편중을 부르고, 동종업계 분포도 상승으로 귀결된다. 신촌동에 있는 전체 점포는 2만 7천747개다. 이는 서대문구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프랜차이즈 점포 수 또한 408개로 서대문구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신촌동에서 가장 흔한 업종은 외식업이다. 그러나 신촌동의 최소 매출업종 역시 외식업이다. 특정 업계 과밀화가 이뤄져 가뜩이나 줄어든 유동인구마저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동종업계 분포도가 높아지면서 자본이 탄탄한 대형 프랜차이즈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 외의 영세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불꺼진 상가, 그 배후에는 무슨 일이

 

그러나 신촌지역 상가침체의 원인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 ▲전국적인 경기침체 외에도 ▲주 고객인 젊은 층의 소비패턴의 변화 ▲주변부 유명 상권들로의 이탈 ▲상권 확장이 힘든 지리적 여건 등이 작용해왔다.

우선 전국적 경기침체로 인해 현재 소비심리가 매우 위축된 상태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요 공급 불균형이 발생고,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대폭 줄어들어 임차료 감당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더욱이 대학가인 신촌과 이대역 부근은 젊은층의 소비패턴 변화까지 겹쳐 타격이 더 크다. 신촌의 주 고객층인 20대 대학생 소비자들 사이에선 한 장소에서 여가와 쇼핑활동을 모두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아졌다. 그에 따라 대형 쇼핑몰의 수요가 높아지고 이대와 같은 구(舊) 상권은 쇠퇴하게 된 것이다. 모바일 쇼핑 플랫폼 활성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79.6%였던 20대 온라인쇼핑 이용자비율은 2017년 91.6%로 증가했다. 이화여대 허예현(국어교육·17)씨는 “요즘은 이대 앞 길거리에서 파는 옷보다 훨씬 더 좋은 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옷들이 온라인에 많다”며 “오프라인 쇼핑을 하더라도 아예 복합 상가나 대형 쇼핑몰을 찾는다”고 전했다.

주변에 홍대나 합정 등의 주요 상권이 밀집해있다는 점 또한 상권 침체에 영향을 준다. 신촌 지역의 수익률이 낮아질 경우, 인근의 홍대입구역이나 합정역 상권으로 상인들이 이탈하기 쉽다. 더불어 장기공실이 진행된 점포에는 입주하기 꺼려하는 심리 때문에 한번 침체된 상권은 더더욱 쉽게 부활하기 쉽지 않다. 서대문구에서 발표한 ‘신촌동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에 의하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5년 간 홍대 앞, 서촌 등의 상권 방문객은 최대 20%까지 증가한 반면, 연세대 앞 지역은 오히려 5.9% 감소했다.

신촌의 지리적 특성상 외연 확장을 통해 상권 부흥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최근의 홍대 상권은 주변의 상수동, 연남동, 합정동 등으로 확장하는 데서 동력을 얻고 있다. 반면, 인접지로의 확장이 용이하지 않은 신촌 상권은 사실상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 햇빛 공인중개사 관계자 A씨는 “기본적으로 신촌지역은 평지 지대인 홍대지역보다 산과 언덕이 많은 지대라서 발전과 상권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제 다시금 신촌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시점이다. 그 중심에 선 서대문구청은 지난 2015년부터 신촌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동인구 유입에 역점을 둔 구청의 행보는 과연 신촌 상권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글 김나영 기자
steaming_0@yonsei.ac.kr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김나영, 김현지, 박지현, 정구윤 기자  steaming_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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