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호 교수 (우리대학교 공과대)


먼저 진입한 차가 우선 통과하는 방식의 신호등 없는 교차로는 미국 등 서구 국가에는 상당히 많다. 이러한 교차로에 자율주행차 여러 대가 동시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통행 순서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차가 먼저 진입했는지 각각의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감지하고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기술이 없어서 무신호 교차로에서 자율주행차들은 어떤 차량이 우선권을 가졌는지 결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종의 알고리즘의 버그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차량도 통과하지 못하게 되는 교착상태(deadlock)에 빠지게 된다. 인간은 상대 운전자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수신호 등을 통해 순서를 결정할 수 있으나 인공지능 에이전트에게 양보의 규칙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만일 어떤 자율주행차가 이런 상황에서 항상 양보하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면 과연 소비자가 이 차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복잡한 문제도 발생한다. 여기서, ‘인공지능 에이전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면한 환경을 인식하고 주어진 조건 변화에 적응하며 최적의 행동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미하며, 자율주행차에서는 인지, 판단, 제어를 담당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미한다.

필자의 스마트카 연구팀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차량 간 신뢰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네트워크를 이용한 차량들이 스스로 통행 우선권을 판단해 교착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제안했고 실제로 동작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블록체인은 거래 등의 기록을 불특정 참여자 간 분산장부로 공유함으로써 기록의 위조, 변조 및 행위에 대해 부인할 수 없게 하는 기술로 차세대 보안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에 사용되는 블록체인은 장부 기록을 수 분 또는 수 초 주기로 기록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당 수백 회 이상 거래가 발생하는 차량 간 통신처럼 실시간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적용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최근 장부를 지역동적장부(Local Dynamic Blockchain, LDB)와 주장부(Main Blockchain, MB)로 분리해 실시간 정보는 LDB에 기록하고 중요한 이벤트만을 MB에 기록함으로써 초당 수백회 이상 발생하는 실시간 정보를 블록체인의 분산장부에 기록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제안된 기술은 MB의 저장 용량이 무한대로 커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전국 수천만 대의 자동차가 운행하면서 남긴 통신 기록을 장부에 기록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차량 간 신뢰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자율주행차는 자신이 교차로에 도달한 시간을 주변 차량에 전송한다. 이 기록은 블록체인의 LDB에 기록되는데 교차로의 차량은 LDB 기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진입 우선권을 가진 차량이 먼저 진입하도록 동작한다.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면 자율주행차량 간 무신호 교차로 운행 시 교착 상태가 발생하지 않으며 교차로에서의 사고 발생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만일 사고가 발생한 경우, 어떤 차량에 과실이 있었는지 블록체인에 저장된 장부 데이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시 발생하는 교착 상태 해결을 위한 블록 체인의 적용 사례
▶▶블록체인 기술을 차량 간 통신에 적용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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