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반영 부족·핵심 조항 및 세칙 부재·중의적 해석 가능 등 문제 다수

지난 9월 10일, ‘2018학년도 2학기 정기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에서 ‘법제위원회(아래 법제위*) 인준의 안’이 가결되면서 총학생회칙 개정이 가시화됐다. <관련기사 1817호 2면 ‘2학기 정기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법제위원회 필요성에 대다수 공감’> 1988년 제정된 우리대학교 총학생회칙은 1번의 전면개정과 5번의 부분개정을 거치며 변화해왔다. 총학생회칙 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총학생회칙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아봤다. 

 

오늘날의 총학생회칙
현실 반영 위해 노력해야

 

우리신문사의 분석 결과, 현재 총학생회칙은 ▲총학생회비 선택납부 ▲단과대 부회장의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의결권 행사 등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총학생회칙 제5조 ‘회원의 권리와 의무’ 5항에 따르면 ‘본회 운영에 필요한 회비’ 즉, 총학생회비의 납부는 의무로 규정돼 있다. 또한 제92조 2항은 ‘총학생회비는 매 학기 등록금과 함께 납부한다’고 기술한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자율경비 도입 이래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총학생회비를 선택적으로 납부하고 있다. 

또한, 총학생회칙에는 중운위원의 의결권 위임을 허용하는 조항이 없다. 오늘날 중운위와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에서는 부회장이 회장을 대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회칙에는 확운위원의 의결권 위임 조항만 존재한다. 따라서 중운위원의 의결권 위임 및 부회장의 권리 행사는 사실상 회칙 위배인 셈이다. 

총학생회칙과 현실의 괴리는 과거에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총학생회칙 전면개정을 추진한 당시 법제위원장 조동완 동문(식품영양·08)은 최근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전면개정 이후 변화한 연세 사회상 및 학생들의 권리를 총학생회칙에 반영하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의 당시 ▲총학생회칙 전면개정의 근거가 충분치 않은 점 ▲기존 전문의 가치를 개정 전문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점 등에 비판이 제기됐다. 이를 받아들인 법제위는 부분개정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나, 그마저도 총학의 임기 종료로 무산됐다. 

 

세칙 및 핵심적인 회칙 조항도 없다

 

구체적인 회칙 및 세칙 조항 부재도 문제다.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우리대학교 현행 총학생회칙에는 ▲회의록 및 속기록 관련 회칙 ▲대표자 탄핵 관련 회칙 ▲의사진행세칙 ▲학생총투표 시행세칙 등이 없다. 

우리대학교 학생회칙에는 중운위, 확운위의 회의록 및 속기록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현재까지는 학생이 요청할 경우 공개를 해왔으나, 사실상 공개를 거부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준 법제위원장 정해민(철학/불문·14)씨는 “학생회칙에서 부재한 조항 또는 모호한 부분들이 여태 관례적으로 메워져왔다”며 “회의록이나 속기록 공개가 그 예시”라고 지적했다. 

대표자의 탄핵과 관련한 구체적 조항도 없다. 현재 총학생회장 및 부총학생회장 탄핵과 관련한 내용은 제24조 ‘확운위의 업무 및 권한’이 전부다. 세부 절차를 두고 논란이 일 여지가 다분하다. 가령, 대표자 탄핵안 발의 시 ▲사안의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일반의안으로 분류·처리된다는 점 ▲권한 행사의 제한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선거를 통해 학생의 권리를 양도받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게 탄핵이라는 견제 수단은 필수적”이라며 “이를 다루는 회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총학생회칙 제21조를 통해 ▲탄핵 근거 ▲권한행사 제한 ▲의결 조건 등이 자세하게 기술돼있다. 

총학생회칙에 언급된 의사진행세칙도 실체가 없다. 이는 지난 5~6월 15차 중운위에서 문제로 불거졌다. 당시 중운위 의장 홍성현(토목·11)씨가 참관인의 발언을 제지하자 해당 참관인은 의사진행세칙을 근거로 사과를 요구했다. 홍씨는 이에 곧바로 사과했으나, 정작 의사진행세칙의 존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후 홍씨는 “인수인계 받은 의사진행세칙이 없다”며 “제정하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총학생회칙에 ‘의사진행세칙에 의거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는 만큼, 해당 세칙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정씨는 “15차 중운위에서 의사진행세칙과 관련해 문제 상황이 발생했다”며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제위는 의사진행세칙 제정을 사업계획에 포함시켰다.  

학생총투표 시행세칙 및 이를 암시하는 회칙 내 단서조항도 없다. 이 또한 학내 논란의 불씨가 됐다. 15차 중운위에서는 전체 학생 1/10 이상의 서명을 통해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 퇴진 및 총여학생회 재개편의 안’이 학생총투표 안으로 상정됐다. 그런데 중운위의 논의를 거치며 해당 안건은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으로 변경됐다. 일각에서는 중운위가 상위 의결방법인 학생총투표의 안건을 임의로 수정할 수 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재학생 B씨는 “학생총투표 안건이 임의수정되는 것을 보면서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하는 회칙 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를 비롯한 타 대학들은 총학생회칙 단서조항을 통해 학생총투표의 세부사항을 선거시행세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회칙의 중의성, 혼란 단초 될 수 있어

 

총학생회칙 일부 조항이 중의적이라는 점 역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일례는 ‘본회의 회원 과반수 참여와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기술된 제20조다. 지난 6월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 학생총투표 당시, 해당 조항을 둘러싸고 ‘과반수 찬성’이 본회의 회원의 과반수 찬성인지 투표 참여인원의 과반수 찬성인지 논쟁이 일었다. 논의 끝에 이는 투표 참여인원의 과반수 찬성인 것으로 결론 났다.

총학생회칙 내 다수 등장하는 반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학생총회 개회 당시 논란이 됐다. 중운위는 제14조 1항 ‘확대운영위원 1/2, 중앙운영위원회 2/3, 본회의 회원 1/20 이상과 총학생회장의 요구가 있을 때’의 반점을 ‘또는’의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당시 법제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학생들은 해당 반점을 ‘그리고’로 해석해야 한다며 맞섰다. <관련기사 1787호 3면 ‘아전인수격 해석에 힘 잃은 학생회칙...개정 필요성 대두돼’> 학생총투표 관련 조항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확대운영위원회 1/2, 중앙운영위원회 2/3, 본회의 회원 1/10 이상 혹은 총학생회장의 요구가 있을 때’라고 명시된 제19조 1항의 반점 역시 두 개의 다른 의미로 해석 가능한 것이다.

 

총학생회칙은 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공식 기구의 회칙이자 하위 단위들이 준용하기도 하는 회칙이다. 그럼에도 현재 총학생회칙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정씨는 “총학생회칙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지적된 것은 올해부터”라며 “법제위는 현대성을 담보하고 학생사회의 구조를 재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총학생회칙을 수정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제위원회: 학생회칙 개정안 또는 중앙세칙 제·개정안 작성 및 검토 등을 담당하는 총학생회 산하의 특별위원회

 


글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노지운 기자
bodo_era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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