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학대사전에 따르면, ‘대학스포츠는 대학을 기반으로 행해지는 학생의 스포츠 활동’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학스포츠란 좁게는 과외 활동으로서의 운동부 활동부터 넓게는 학생에 의한 비공식적인 학내 스포츠 활동 모두를 포함한다. 대학스포츠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기반인 동시에 프로스포츠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대학스포츠의 순조로운 운영은 한국 스포츠의 중심축을 견고하게 세우는 것과 같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통해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은 스포츠를 통해 국격 회복을 꾀했다. 이른바 ‘엘리트 체육’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국가가 우수한 소수의 체육인을 선발한 뒤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다수가 아닌 소수를 위한 스포츠 정책인 셈이다. 엘리트 체육 정책 기조는 70년대 처음 시작됐고 정부가 적극 동조했다. 엘리트 체육의 결과는 지난 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에서 정점을 찍었다. 1948년 개최된 ‘제14회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로 종합 32위에 머무른 대한민국이 자국 개최 이점을 얻고 종합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엘리트 체육의 영향력은 자연스레 대한민국 스포츠계 전반에 확대됐고,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엘리트 체육인 양성’이란 구호로 가득 차 있다.

2018년 올해는, 엘리트 체육이 꽃 피운 서울올림픽에서 꼭 30년이 지난 시점이자 대학스포츠를 상징하는 ‘U리그(universityleague)’가 도입된지 10년째다. 시대가 바뀌었다.  엘리트 체육의 화려한 영광은 뒤로 보낼 때다. 대학스포츠 활성화로 프로스포츠 그리고 국민생활체육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대학스포츠의 오늘을 조명해본다. 
 

턱도 없는 지원금
대학스포츠는 숨 막힌다

 

대학 운동부는 교비와 정부 지원을 통해 운영된다. 교비는 각 대학이 자교 운동부에 직접 지급한다. 정부 지원금은 보다 절차가 복잡하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아래 KUSF)가 예산 사용 계획서를 제출하면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가 승인한다. 이후 문체부가 일괄 지급한 지원금을 각 대학에 배분하는 것은 KUSF의 몫이다. 회원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단계*를 거쳐 예산을 지급한다. 일단 지원금을 KUSF에 넘기고 나면 문체부는 예산 사용에 크게 개입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예산 관리 주체는 KUSF인 셈이다.

그런데 대학들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운동부에 할당하는 교비를 점차 감축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기획처 예산팀 관계자 A씨는 “대학스포츠 예산을 감축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어 다른 분야의 재정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문체부 국정감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전국 139개 대학 중 72곳에서 95개 운동부를 해체했다. 이런 상황에 대학스포츠가 기댈 구석은 협회 지원금뿐이다. 올해 KUSF에 가입한 숭실대 운동부 관계자는 “학내 운동부에 대한 대학 측의 지원이 감소하는 추세라 협회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협회 예산도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KUSF가 지원하는 운동부 수는 지난 2014년 151개에서 2017년 373개로 증가했다. 두 배 가량 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액은 32억 3천만 원에서 42억 2천만 원으로 약 30% 증액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KUSF 기획총괄팀 김민희 팀장은 “지원 운동부 확대와 지원액 증가폭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며 “운동부별로 규모나 운영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문체부 체육진흥과 정인양 사무관은 “대학 측이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건 이해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 지원 사업 확대의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전했다. 

결국 상당수 대학은 지원금의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운동부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교 예산으로 충당한다. 우리대학교 체육위원회 체육지원팀 신은성 팀장은 “가끔 KUSF에서 지원금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 선수 훈련비용으로 쓰이고 만다”고 말했다. 타 대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려대 체육위원회 관계자 역시 “대학 운동부 운영비 관련해서는 아무런 지원도 받고 있지 않다”며 “대학스포츠 리그 참가비용만 KUSF를 통해 지원받는다”고 전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쪼그라든 대학스포츠 재정은 가시적 결과로 나타난다. 운동부 훈련 및 경기 시설 미흡이 대표적이다. KUSF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축구부를 보유한 83개 대학 중 홈경기를 신청한 대학은 42곳뿐이었다. 야구부가 있는 31개 대학 중 16개교만이 야구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단적으로 우리대학교 대운동장만 해도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다. 신 팀장은 “인조잔디를 설치한지 오래돼 골대 부근에는 잔디 패임이 심하다”며 “KUSF는 경기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잔디 교체를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시설 및 기관은 학내 소관이기에 국가 및 협회에서 따로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내 스포츠 시설 미흡은 학생 선수 복지 문제와 직결된다. 대학 선수들은 교내 운동부 시설이 부족할 경우 외부 훈련이 불가피하다. 우리대학교 빙구부 B 선수는 “학교 링크장이 있어서 훈련을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지만 현재는 항상 외부로 훈련을 나간다”고 전했다. 단국대 야구부 C 선수도 “교내에 훈련시설이 없어 다른 대학교로 훈련을 나간다”며 “그곳마저도 라이트가 잘 구축돼있지 않아 야간 훈련이 다음날로 연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훈련이 아닌 실제 경기 때에도 시설 부족이 발목을 잡는다. 홈구장이 없는 팀들은 매번 별도의 외부 구장으로 경기를 나서야 한다. 심할 경우, 선수를 비롯한 감독 및 관계자들은 원정경기나 다름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한양대 체육부 김기태 직원은 “조선대·목포대 등 리그 운영이 가능한 대학까지 이동하려면 왕복 1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며 “선수, 코치, 감독 모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비주류종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림대 씨름부 선수 김지훈(체육·15)씨는 “훈련 시엔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더 많은 중량이 필요한데 덤벨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선수 전용 헬스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 선수는 “예산 부족 때문에 훈련이 끝난 후 밥을 먹지 못했고, 불편한 이동수단도 감수해야 했다”며 “전지훈련은 몇 번 가지도 못했을 뿐더러 훨씬 더 좋은 훈련장소가 있음에도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평가단계: 평가 항목은 21개로 15개 정성 평가 항목과 6개 정량 평가 항목으로 이뤄지며 정성 및 정량 평가 결과에서 특이점이 발견될 경우 현장 검사도 진행된다.

**바로잡습니다: 기사 본문 중 '지난 2014년 151개에서 2018년 373개로 증가했다'를 '지난 2014년 151개에서 2017년 373개로 증가했다'로 바로잡습니다.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연세춘추 사회부 심층취재단

글 정준기 심층취재장
joonchu@yonsei.ac.kr
강현정 기자 
hyunzzang99@yonsei.ac.kr
손지향 기자
chun_hyang@yonsei.ac.kr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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