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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학생들 앞에 떳떳하게 서고 싶다”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박혜성 초대 위원장을 만나다
  • 김민정, 채윤영, 박수민 기자
  • 승인 2018.09.30 23:34
  • 호수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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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 하기 싫으면 그냥 그만둬”
 

기간제교사 제도가 시작된 지 20년째다. 고질적인 차별과 불평등에 시달리던 기간제교사들이 뭉쳤다. 올해 1월 설립된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아래 기간제 노조)의 박혜성 위원장을 만나봤다. 

 

기간제교사, 그들이 겪어온 차별

Q. 기간제 노조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기간제교사 900명 중 52.8%가 ‘쪼개기 계약’을 가장 큰 차별사항으로 꼽았다.
A. 쪼개기 계약은 기간제교사 채용 시 방학 기간을 빼고 계약을 체결하는 편법이다. 정규교사 한 명이 한 학기 휴직을 신청했다고 가정해보자. 결원기간은 엄밀히 말해 한 학기의 개학일부터 다음 학기 개학 이전까지다. 그러나 쪼개기 계약을 하면 방학과 동시에 계약이 만료돼버린다.

이렇게 되면 1년 중 3개월 가까이 수입 없이 지내야 한다. 경력과 호봉 상으로도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당한 쪼개기 계약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근절될 기미는 없다. 교육청이 마련한 ‘계약제교원운영지침*’에서 쪼개기 계약이 가능하도록 지침 내용이 되어 있어 ‘지침대로’하면 문제없는 입장이다.

Q. 쪼개기 계약 외에도 기간제교사가 일선 학교에서 받는 차별적 대우엔 무엇이 있나.
A. 공무원의 근무연수에 따라 매년 두 번씩 지급되는 정근 수당에서 차별이 있다. 공무원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지급되는 정근 수당은 1월과 7월에 지급된다. 기간제교사가 도중에 학교를 이동하면 직전 소속학교에서의 근무분은 제외된다. 이에 반해 정규교사는 학교를 이동해도 상관없이 정근수당이 지급된다. 연가도 마찬가지다. 정규교사의 연가는 총 근무 경력을 따져서 정해진다. 그러나 기간제교사의 경우에는 그 학교에 재직한 경력만으로 연가 일수가 결정된다. 

방중 근무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정규교사들에게 방학은 휴식인 동시에 연수 기간이다. 방학을 통해 교사로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을 보충한다. 하지만 기간제교사들에게는 이런 시간이 없다. 학교들은 기간제교사들의 방학 중 출근을 강요하기도 한다. 어떤 학교는 방과 후 수업이나 무료 강의를 시킨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까지

 

Q. 현재 기간제 노조 위원장직을 역임 중이다. 기간제교사 권리보장 투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않았어도 교사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정규교사 이상으로 일을 했고, 학생들에겐 동등한 교사로서 인정받았다. 그런데 처우가 달랐다.

채용방식의 차이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게 맞나 의문이 들었다. 제도가 생긴 이래 20년이 지났지만 기간제교사는 매년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 투쟁**을 통해 기간제교사들의 열망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현장에서도 불이익을 염려해 복면을 쓰고 구호를 외쳤다. 누군가는 얼굴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모아야 했다.

 

Q. 지난 7월 9일 고용노동부가 기간제 노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계약만료와 신규채용을 반복하는 기간제 교사’는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 정부가 반려를 철회할 때까지 투쟁하겠다. 정부는 ‘교원이 아닌 자’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기간제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아래 교원노조법)을 근거로 재직 중이 아닌 기간제교사는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단다. 이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치 않은 조처다. 기간제교사들은 기존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새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다행히 바로 재계약되거나 다른 학교에서 근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 재직 중인 교사’만 교원으로 인정하면 수많은 기간제교사가 사각지대로 몰릴 수밖에 없다.

‘교원노조는 산별노조***이므로 실업자와 구직자 모두를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학술연구와 판례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조합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조가 재량에 따라 정할 문제이지 행정당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조합원 자격 제한 규정을 폐지할 것을 수차례 권고했다. 
기간제 노조는 재직 교원만을 교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이 개정되길 바란다.

 

Q. 기간제 노조는 ‘모든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주장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A. 기간제교사제도는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한다. 2018년 교육 통계에 따르면 정규교사는 1천732명 증가했고, 기간제 교사는 2천344명 증가했다. 총 기간제교사 수는 4만 9천977명으로, 전체 교원의 10%가 넘는다. 기간제교사가 없으면 온전한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다는 의미다. 학교에서는 늘 교사가 부족한데 정규교사는 줄고 기간제 교사만 늘어나고 있다.   

기간제교사는 학교와의 관계에서 철저한 ‘을’이다. 학교 관리자 의견에 반대해 교사들이 단결할 때, 기간제교사는 선뜻 동참할 수 없다. 지난 2016년, 경상북도 문명고등학교 정규교사들은 역사 국정교과서에 반대해 단결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기간제교사 채용공고를 냈다. 이처럼 기간제교사들은 정규교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기간제교사는 학교에 채용되는 교직원이기 이전에 교육자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자로 남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기간제교사 제도가 남아있는 한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일부만 정규직화하면 이후에 기간제 교사는 다시 양산될 것이다. 기간제교사 제도 폐지와 임용률 확충을 요구하는 바다. 

 

Q. 기간제 노조가 주장하는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입장을 두고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않았는데 정규교사로 대우받길 바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발이 있다.
A. 기간제교사들도 교단에 서기 위해 노력한다.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반복적으로 수년간 학교와 계을 맺겠나.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다른 처우를 받는 게 과연 정당한가.

교대생 및 사대생 대부분이 임용시험 합격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잘 안다. 혹자는 “노량진에서 컵밥 먹으면서 열심히 공부한 끝에 정규교사가 됐는데 기간제교사들이 무임승차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오늘날 임용고시 응시자 중 90%는 다시 고시를 준비하거나 기간제교사가 된다. 임용시험 준비생 상당수가 예비 기간제교사인 셈이다. 임용시험 준비자들을 정말 위한다면 정규직화 움직임에 연대해달라.

 

Q. 기간제 노조의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A.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 시정과 정규직화를 위한 활동과 노조설립 신고 반려 철회 투쟁을 할 것이다. 동시에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모든 노동자와 함께 투쟁할 것이다. 연대의 여지는 항상 열려있다. 

 

 

 

*계약제교원운영지침: 각 도 교육청에서 계약제교원의 임용, 신분, 복무, 처우 등에 관한 일반적 기준을 명시한 지침. 
**정규직 전환 투쟁: 지난 2017년 9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방안’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자 벌어진 집회
***산별노조: 산업별 노동조합. 정규직·비정규직에 관계없이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라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글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김민정, 채윤영, 박수민 기자  whitedwarf@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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