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렌즈의 아버지, 호조 작가를 만나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일상에서 카카오톡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가족과, 친구와, 애인과 연락할 때 문자는 뒷전이 된 지 오래. 카카오톡의 이런 인기 이면에는 톡톡 튀는 매력의 일곱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가 있다. 특유의 매력으로 스티콘*을 넘어 온갖 굿즈의 주인공을 꿰찬 카카오 프렌즈. 연예인 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는 그들을 탄생시킨 호조 작가를 만나봤다.

 

디자이너 호조의 탄생과 성장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호조 작가는 실업계 고등학교 디자인과를 나왔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디자인 외길 인생을 걸어왔을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입대해 군 생활을 하던 도중 그는 우연히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 엑스트라 배우로 출연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때 연극영화과 진학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 후 치른 연극영화과 입시에서 그는 고배를 마셨다. 심각한 무대 울렁증 때문이었다. 스물셋의 끝자락에서 그는 다시 진로를 고민했고, ‘평소 잘하고 좋아하던 걸 해보자’는 생각에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유명 게임 회사 넥슨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호조 작가의 직장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의 업무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유료 아이템 제작 등 회사 매출에 기여하는 업무만이 계속해서 주어졌다. 이후 퇴사해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그는 이번엔 앱 개발사 ‘타임캐스트’로부터 디자이너 입사 제안을 받았다. 스마트폰 보편화와 함께 앱 개발 열풍이 불던 무렵이었다.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한 탓에 조직에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호조 작가는 입사를 결심했다. 앱 개발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이전 회사와 달리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해주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앱은 번번이 반응이 좋지 않았다. 호조 작가는 “이전엔 내가 원하는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객관적인 시각과 겸손함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넥슨에서 일하던 당시 직장 생활의 아쉬움을 달래려 자신의 블로그 ‘호조넷’에 ‘호조툰’을 그려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주어지는 일을 하는 대신, 나만의 작품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호조넷은 동화를 재치 있게 패러디한 내용과 그만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인기에 힘입어 그는 싸이월드의 스킨 작업 제의로 ‘시니컬 토끼’라는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호조툰과 시니컬 토끼 모두 착하거나 밝은 성격과 거리가 멀었다”며 “‘B급 감성’이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효자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

 

호조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만들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호조툰, 시니컬 토끼 외에도 사용자의 얼굴을 캐릭터로 꾸며주는 앱 ‘모두의 얼굴’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그가 그의 이름을 알린 계기는 바로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지난 2012년 7월, 카카오 측에서 이모티콘 개발을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호조 작가는 4개월 동안 총 7가지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초반에 작업한 것은 ‘프로도’와 ‘네오’였다. 가장 흔한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담아냈다. 이후 카카오 열매의 색을 살려 만든 것이 갈색 두더지 ‘제이지’. 오리 ‘튜브’와 복숭아 ‘어피치’는 밝은 캐릭터에 대한 추가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또 밝으면서도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토끼라는 소재를 사용했는데, 기존에 토끼 캐릭터가 많아 만든 것이 ‘무지’다. 단무지가 토끼 옷을 입고 있다는 설정이다. 마지막으로 탄생한 것은 ‘콘’이다. 토끼와 반대되는 이미지의 악어 캐릭터인데, 사나운 동물을 차용한 대신 크기를 작게 만들었다고.

그렇게 만들어진 카카오 프렌즈는 그야말로 ‘효자 캐릭터’가 됐다. 그 매출은 지난 2017년 한 해에만 976억 원에 달한다. 그는 이런 성공을 본인에게 돌리지 않는다. 적절한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캐릭터가 사용자의 눈에 띌 수 있고, 사용자에게 익숙해지고 정이 들 때 캐릭터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믿기 때문. 호조 작가는 “카카오의 투자와 지원이 캐릭터 노출에 크게 도움이 됐다”며 “다른 환경에서 캐릭터들을 만들었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을 향한 그의 열정은 오늘도 ‘호조’

 

호조 작가는 수많은 시도와 경험 끝에 본인만의 삶의 방식을 확고히 했다. 디자인에 있어 그는 “너무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대충하려 한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판단 하에 생긴 철학이다. 그는 캐릭터를 제작할 때에도 스토리보다는 그 자체의 디자인에 먼저 집중한다. 디자인의 윤곽을 잡아둔 후 스토리를 짜면서 디테일을 추가하는 것. 호조 작가는 “스토리를 너무 완벽하게 짜고 시작하려니 생각이 많아져서 오히려 일을 진행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호조 작가는 “앞으로 거창한 계획은 없다”며 “재미있는 그림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은데 점점 게을러져서 큰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청년들에게도 본인의 경험을 회고하며 “상상과 경험은 실제로 차이가 크다”며 “여러 실패의 경험을 하다 보면 본인에게 맞는 옷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억지로 걷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본인의 길을 걸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본인의 길을 걸어가는 것.’ 뻔하게 들릴 법한 조언이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스스로 계속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묻고 실천한 호조 작가. 외적 보상보다 디자이너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덕에 ‘카카오 프렌즈’라는 뻔하지 않은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기발한 작품들이 그의 손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스티콘: ‘스티커처럼 생긴 이모티콘’이라는 뜻으로, 움직임이 없다.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사진제공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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