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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Y 대신 해드립니다] SNS 디톡스
  • 김현지 기자, 박지현 기자
  • 승인 2018.10.08 00:08
  • 호수 44
  • 댓글 0

이젠 ‘중독’이라는 말이 무색한 SNS. 어느새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하지만 역으로 누구나 한 번쯤 SNS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을 터.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는 남의 일상, 관심 없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단체 채팅방, ‘읽씹’과 ‘안읽씹’에 상처받은 수많은 나날들… SNS를 끊고 싶어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당신 대신 기자들이 일주일 동안 직접 SNS 없이 살아봤다. 「The Y 대신 해드립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SNS 디톡스*’다.

박지현 기자의 SNS 디톡스

SNS가 지배하는 삶에 위기감을 느껴 SNS 디톡스를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핸드폰을 아예 못 쓰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앱 자체를 삭제하자 핸드폰도, 내 마음도 많이 허전해졌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씻고 나오자마자 새로 온 카카오톡 메시지가 있을까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갑자기 알림이 떠서 엄청난 기대를 안고 읽었는데, 휴학이 승인됐다는 문자였다. 알림에 늘 빛의 속도로 반응해온 지난날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SNS를 썼는지 SNS가 나를 썼는지 모르겠다.

디톡스 체험 초반에는 SNS의 빈자리가 크지 않았다. 날이 거듭될수록 SNS로부터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힘들었다. 그동안 메시지가 얼마나 쌓였을까. 궁금함을 참기 어려웠다. 노란색 바탕화면과 빨간색 알림이 눈에 아른거렸다.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을 땐 무인도가 따로 없었다. SNS는 말마따나 네트워크 그 자체였다! 그깟 앱 하나로 인간관계에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게 자존심 상했다. 일주일 동안 내가 속한 단체의 공지나 투표사항을 얼마나 놓쳤을지 불안했다.

SNS를 안 하면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줄어들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핸드폰을 하는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포털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실시간 검색어와 연예계 가십거리를 모조리 섭렵해버리고 말았다.

김현지 기자의 SNS 디톡스

모든 SNS창을 끈 뒤로 하루하루가 낯설어졌다. SNS가 일상에 어찌나 깊이 침투해있던지. 첫 3일간 불편함과 조바심이 지배한 내 삶은 부정행위와의 내적 전쟁 그 자체였다. ‘2G폰 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뭐’ 했던 생각이 무색하리만큼, 이 낡은 습관은 꽤나 강력했다. 동기들이랑 밥을 먹을 땐 내가 모르는 이야기 투성이였다. 동기들이 심각하게 대화를 하길래 ‘왜? 뭐?’했다가 핀잔을 받았다. 밤새 카톡방에서 난리가 났던 일인데 지금 물어보냐고. 일주일이니 망정이지, 한 달만 해도 왕따 되겠다.

그렇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한 사흘째부턴 나름대로 살아갈 만해졌다. 지하철이나 약속 상대를 기다리며 더는 SNS로 시간을 죽일 수 없게 되자 주변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멍 때리면서 주변을 관찰하면 별의 별 잡다한 게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써 있는 시를 그 자리에서 다 읽는다. 하나하나 다 읽고 맘에 드는 구절을 꼽는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세상에서 제일 당당한 자태로 임산부석을 꿰찬 아저씨, 손에 짐이 많아 버스 하차 벨을 누르지 못하는 할머니도 보인다. 사색의 시간은 그리 나쁘지 않다. 휴대폰 밖의 세상도 SNS 못지않게 배우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데, 틈만 나면 스크린에 고개를 파묻었던 내가 조금은 씁쓸했다.

SNS가 없는 삶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내 삶이 조약돌로 가득 찬 어항이라면 SNS는 그 틈을 메운 모래알이었다. 그 모래를 걷어내니 다른 돌들이 들어갈 자리가 꽤나 많이 생겼다. 책도 읽고, 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이라는 보석 같은 시간도 온전히 가졌다. 문득 많은 생각이 든다. 가끔 이렇게 일상에 변주를 주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라는 생각. 누구나 똑같이 사는 24시간인데, 그 사이에 있던 SNS는 어쩌면 내게 ‘필요악’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SNS 전문가 연세대 홍권희 교수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객원교수), 유용민 교수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 연구원)

Q. SNS에 집착하는 심리는 어떻게 발현되나요?

A. 홍: 누구나 세상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면 현실의 고통을 잊고자 SNS에 경쟁하듯 글과 사진을 올리기도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소통과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간단한 손가락 동작만으로 스마트폰이 열어주는 세계에 빠져듭니다.

유: 과거 인터넷 중독은 현실 도피 심리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SNS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때문에 문제 양상이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자신에 대한 인정 욕구, 체면 유지, 자존감, 자기 과시 같은 사회 심리적 동기들이 SNS 집착을 일으키게 됩니다.

Q. 요즘은 SNS가 업무 용도로 쓰여 SNS 휴식이 쉽지 않습니다. 업무에는 지장이 없도록 SNS를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유: 불필요한 푸시알림을 꺼놓는다든가, 꼭 필요한 앱만 설치해둔다거나, 하루 중 미사용 시간대를 정해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동 중일 때나 가족식사 자리 등 특정 상황에서는 SNS를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유용합니다. 온라인 지인들에게 해당 시간대나 상황을 미리 알려놓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죠. 스마트폰 중독 예방 앱을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야외에서 하는 취미나 신체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균형 있는 생활을 꾀하는 겁니다.

홍: 흔한 여행 사진이나 맛집 사진 대신 정말 흔치 않은 것만 올린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당연히 포스팅 횟수와 분량이 줄어들겠죠. 현장에서 즉각 올리기보다 하루 뒤 정리해서 올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Q. SNS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홍: 여러분의 일상을 모두 찍어 공개하면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올 겁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라고 해서 힘들거나 짜증나는 일이 없을까요? 공개하지 않았을 뿐, 어쩌면 그런 사람일수록 괴로움도 클 겁니다. 잘 아는 사람이든 낯선 이든 갑자기 화려한 장면을 자랑한다면 이렇게 해보죠. 패배의식, 박탈감은 물리치고 “아, 당신은 그거 했구나. 나는 이거 하지”라고 가볍게 응수하세요. 그리곤 SNS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유: 최근에는 SNS로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연결을 위한 단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잠시 꺼놓고 직접 만나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마음을 교환하는 겁니다. SNS의 부작용 중 하나는 모든 것이 연결되다보니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거나 타인들과 사회로부터 자극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압박에서 오는 정서적 불안, 괴로움 그리고 불편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장합니다.

*디톡스(detox): ‘해독하다’라는 의미. 최근 들어 중독을 일으키는 것의 사용을 중단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김현지 기자, 박지현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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