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기 연고전의 시작을 알리는 종목, 야구. 그러나 연고전 외의 야구부 경기 결과에 관심을 갖는 학우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학야구를 보는 이도, 하려는 이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야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아래 KBO)는 프로야구 ‘대졸선수지명 의무화’(아래 대졸지명 의무화) 계획을 발표했다.

 

프로야구 대졸지명 의무화, 
실효성 있나

 

지난 11일 KBO가 발표한 제5차 이사회 결정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대졸지명 의무화다. 10개의 프로 구단은 오는 2020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대학 졸업 예정(아래 대졸) 선수를 의무적으로 각자 한 명 이상 지명해야 한다. 

앞서 지난 9월 진행된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20명의 대졸 선수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1차 드래프트 결과를 포함해도 대졸 선수는 총 21명, 전체 지명된 110명 중 20%가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수는 해마다 주는 추세다. 2015년 37명, 2016년 23명, 2017년에는 18명, 올해는 21명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대졸 지명 의무화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 구단에 배정된 할당량은 한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올해 신인 드래프트만 해도, 삼성 라이언즈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각각 한 명 이상의 대졸 선수를 지명했다. 이미 KBO의 대졸지명 의무화가 강제하는 쿼터의 두 배 가량이 뽑히고 있는 상황. 한화 이글스 박정규 단장은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한 정책인 것은 맞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습권 보장, 훈련시간 보장은?
설상가상의 병역 문제

 

많은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대졸 선수 기피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학업과 훈련 병행으로 인한 선수들의 낮은 기량에서 찾는다.

대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C 제로 룰 ▲주말리그는 오히려 선수들의 훈련시간과 휴식시간을 앗아가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적용된 C 제로 룰에 따라 대학생 선수들은 직전 2학기 평균 학점이 C 이하면 국내 대학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때문에 야구 선수들은 일반 대학생들과 비슷한 수업 일정을 소화하면서 야구 훈련까지 병행한다.

훈련시간도 부족한데 휴식시간까지 앗아가는 게 바로 주말리그다.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된 주말리그는 주중에 수업을 듣는 대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KUSF가 도입한 제도로, 대학야구 리그를 주말에만 진행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서울의 구장은 주말에 고등학생 선수들과 사회인 야구선수들에 의해 대관된다. 대학생 선수들은 순천이나 여수 등 지방 구장으로 내려가야 하는 실정이다. 김창용 선수(체교 ·15,SS·52)는 “올해 서울에서 경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경기를 위해 부산에 갔다 오면 제대로 쉴 틈 없이 바로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병역의무다. 프로 구단에서는 선수 육성에 보통 4~5년을 잡는데, 대졸 선수는 1군 전력감이 되면 곧 군 입대를 해야 한다. 박 단장은 “대졸 선수의 경우 입영 연기 기간이 고졸 선수보다 짧아 즉시 전력감이 아닌 이상 팀 전력 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적다”며 “프로 구단 입장에서는 성공 확률이 떨어지는 대졸 선수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학야구 부활을 위해

 

대학야구가 빠진 악순환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체 복무 방안 마련 ▲‘얼리 드래프트(Early Draft)’ 제도 도입 ▲선수에 특화된 교육프로그램 구축 등의 방안이 논의된다. 대졸 선수들의 프로야구 진출을 돕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복무 문제 해결이다. 박 단장은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 대표팀에 대학야구 선수를 일정수준 이상 참가시키면 대졸 선수들의 군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야구 선수들을 위해 군 생활과 야구를 병행할 수 있는 대체 복무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인 드래프트의 참가 학년 제한을 낮추는 얼리 드래프트 제도 도입 또한 고려해볼 만하다. 고등학교 3학년 및 대학교 4학년 선수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와 달리, 프로축구의 경우 대학교 입학 2년 뒤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자 상당수가 지명을 받더라도 대학에 입학한다. 우리대학교 야구부 최승순 코치는 “야구에 얼리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다면 고졸 선수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져 대학야구의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습권 보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 대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수업을 들을 권리’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생 선수들에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추후 야구 관련 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 단장은 “선수 경험을 갖춘 인력이 관련된 전문지식까지 익힌다면 점점 전문화돼가는 프로야구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는 아마추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대학야구 소외 현상이 심화된다면 프로 야구가 흔들리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학야구 위기 극복은 KBO를 비롯한 야구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할 책임이다. 대졸 선수 지명 의무화와 같은 미봉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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