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전(前) 법무부장관이 말하는 ‘지구의 권리’

▶▶ 강금실 변호사가 ‘생명과 인권’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18일 낮 3시, 신학관 213호에서 인권센터 주최 인권공개특강 ‘생명과 인권’이 열렸다. 이날 연사로 초청된 강금실 변호사는 지난 2003-2004년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강 변호사는 외교통상부 여성인권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구법학 분야의 선구자인 토마스 베리(Thomas Berry)의 사상을 연구하는 ‘포럼 지구와사람’ 대표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구법’이란 인간뿐 아니라 자연에도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법체계다. 지난 20세기부터 시작된 환경 논의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1972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인간환경회의’와 2000년 발표된 ‘지구헌장’은 지구법학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약 30년간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이뤄진 환경 관련 논의는 2001년 생태사상가 베리에 의해 ‘지구법원리’로 구체화됐다. 

지구법은 자연을 권리주체로 보고 그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지구법학자들은 산·강과 같은 자연물에도 사람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부여할 것을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는 뉴질랜드 의회가 지구법을 통과시켜 강을 법적 주체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의 ‘왕거누이 강’은 강을 오염시키는 사람을 상대로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거는 등 법적 권리를 행사했다. 강 변호사는 “지구법은 불과 17여 년 동안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에서 연사는 현행 법체계와 지구법학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지구법과 달리 현행법은 인간만을 그 적용 대상으로 본다. 그러나 그 근거는 갖추고 있지 않다. 반면, 지구법학은 우주 시작에 기원을 둔 생명이라면 인간과 동등하게 존엄하다는 관점이다. 강 변호사는 “지구법학은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태법의 가치를 따른다”며 “지구법체계의 책임 주체는 특정 국가를 넘어서는 지구공동체”라고 말했다. 

지구법의 실현은 환경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개념이다. 강 변호사는 “2030년 전후로 걷잡을 수 없는 환경적 재앙이 올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라며 “일부러라도 관심을 기울이고 지구법 개념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박예슬(노문·16)씨는 “그동안은 사람의 권리에만 관심을 가졌다”며 “지구법학과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이 많아져야 환경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호(신학·14)씨도 “자연에 관한 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센터는 10월과 오는 11월에도 인권공개특강을 계획하고 있다. 30일에는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가, 11월 6일에는 우리대학교 이철우 교수(법학전문대학원·법사회학)가 강단에 선다. 

 

글 노지운 기자
bodo_erase@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