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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의원 외유성 해외연수 실태, 변한 게 없다2년이 지난 지금도 일정은 관광지 일색, 심사위는 제 기능 못 해
  • 김민정, 박윤주, 하수민 기자
  • 승인 2018.09.16 22:53
  • 호수 1817
  • 댓글 1

지난 2018년 1월 서대문구의회 의원 12명이 스페인으로 떠났다. 비용 전액은 서대문구의회의 몫이었다. 구의원의 사비는 단 한 푼도 들지 않았다. 임기 종료 5개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지난 2016년, 우리신문사는 서대문구 구의원들의 부실한 해외연수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1777호 5면 ‘서대문구 구의원들의 부실한 해외연수’> 당시 5박 6일의 중국 해외연수 일정에 ‘외유성’ 의혹을 제기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심지어 이전보다 호화스러운 일정 탓에 ‘구의원 관광여행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년 전엔 중국, 이젠 스페인
변한 것 하나 없는 외유성 일정

우리신문사가 최근 서대문구의회에서 진행한 ‘해외연수’ 3건*을 검토한 결과, 일정 대부분은 관광지 방문이었다. 지난 1월, 스페인 연수에서 구의원들이 6박 8일간 방문한 장소 중 관광지가 아닌 곳은 ‘메르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시청사’ 두 곳뿐이었다. 2017년 11월 다녀온 3박5일 두바이 연수도 마찬가지였다. 셰이크 칼리파 병원과 알 누르 다운증후군 센터 방문을 제외한 모든 일정이 ‘문화 탐방’으로 채워졌다.

해외연수를 다녀온 횟수와 시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대문구의회에서는 매년 의원당 한 차례씩 임기 간 총 해외연수 4번 계획하는데, 7대 구의회(2014년 7월~2018년 6월)는 4년 임기 동안 1인당 평균 4.8회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1인당 평균 3.8회 다녀온 6대 구의회와 비교해 평균 1차례가량 많은 수치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다녀오던 해외연수 일정을 임기 마지막 해에 상반기로 앞당긴 것도 비난을 사고 있다. ‘꼼수까지 동원해 임기 동안 해외연수를 오롯이 만끽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경희 구의원은 “하반기는 구의회 정례회와 겹쳐 해외연수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기를 조정한 것”이라며 “당시 의회 내부적으로는 연수 시기를 변경한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해외연수 후 작성하는 보고서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스페인 해외연수 보고서 중 상당 내용은 네이버, 위키피디아 등 포털사이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였다. 증빙 자료로 제출한 사진 중 구의원이 직접 찍은 사진도 단체 사진 두 장에 불과했다. 그 외 사진은 모두 구글과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연수를 다녀온 구의원 대신 공무원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거의 관례 수준이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직원들이 대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내용이 부실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의원이 직접 경험한 것을 보고서로 작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수? 외유?
따가운 눈초리에 폭탄 돌리기 급급

서대문구의회 해외연수는 어쩌다가 ‘외유성’이라는 오명을 얻었을까. 해외연수 계획이 승인되기까지의 과정에 그 해답이 있다.

평균 일주일가량 진행되는 일정을 계획하는 것은 연수 당사자인 구의원이 아닌 외부 업체와 사무국 직원들이다. 박 의원은 “의원들은 방문국 정도만 정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무국과 여행사는 외유성 의혹이 짙은 일정을 두고 ‘의원의 지시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서대문구의회 해외연수 일정을 맡았던 A여행사는 “구의회에서 방문하고 싶은 기관을 말해주면 그곳을 중심으로 일정을 세운다”고 전했다. 결국 여행사와 사무국은 관행대로 관광성 일정이 포함된 계획을 세웠고, 의원들은 이를 모른 척 승인했다. 박 의원은 “의원이 직접 세부적인 일정을 짜지 않았던 것은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술한 계획은 해외연수를 ‘속 빈 강정’으로 만들었다. 방문기관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박 의원은 “방문기관 간 이동시간이 적게는 4시간, 많게는 8시간정도 걸린다”며 “물리적 거리 문제로 하루에 한 곳도 방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몇 안 되는 방문기관마저도 현지 사정이나 휴일과 겹쳐 대체일정으로 바뀌기 일쑤다. 기초적인 섭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다.

한편, 구의회의 해외연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외유성 해외연수 반대 선언’에 나선 구의원도 등장했다. 바른미래당 주이삭 의원과 정의당 임한솔 의원이다. 임 의원은 당선인 시절 ‘모든 해외연수 불참’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주민의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정말 해외연수가 필요하다면 사비로 다녀올 생각”이라고 전했다. 주 의원은 “견문을 넓히기 위한 해외연수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외유성 짙은 해외연수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해외연수가 외유 목적으로 계획된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주 의원은 “방문 기관 섭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 보니 현지에서 계획만큼 견학하지 못한 것”이라며 “외유성이라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외유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멈추지 않는 외유성 해외연수
브레이크는 고장 난 지 오래

서대문구의회는 외유성 해외연수 방지를 위해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해외연수 일정이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판단해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함이다. 서대문구의회 자체 규정인「공무국외여행규정」은 해외연수 일정 계획 시 ▲연수 기간 최소화 ▲목적 외 단순 시찰·견학 금지 ▲필요 이상의 방문국·방문기관 추가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심사위원회는 이 기준에 비추어 해외연수를 심사한다. 하지만 이 ‘브레이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심사 내용이 모두 부실해 의례적인 절차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우선, 심사위원회 구성에 관한 규정에 허점이 있다. 심사위원회는 의장 및 부의장과 4명 이내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은 서대문구의회가 위촉한 대학교수 혹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한 인물로 이뤄진다. 하지만 서대문구의회가 공개한 회의록에 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의원 2인과 의회 위촉 대학교수 2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균형 잡힌 심사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또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연수계획이 부실함에도 심사가 통과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심사위원이 ‘확실히 방문기관을 섭외한 상태냐’고 묻자 의원들은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방문기관 섭외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연수계획은 심사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한 것은 해외연수가 아닌, 해외연수를 가고 싶어 하는 구의원들의 ‘의지’뿐이었다. 지난 2017년에 심사를 맡았던 경기대 경영학과 김주일 교수는 “계획만 보고 외유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방문기관마다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나친 관광성 일정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김 교수는 “실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 해외연수가 될 수 있도록 자료수집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사위원회의 ‘당부’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심사위원회가 승인한 일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스페인 해외연수 계획안은 ▲UPA(마드리드 농축업협동조합) ▲메르까마드리드 ▲이괄라다 시청산하 사회복지기관 ▲바로셀로나 스포츠 자치센터 등 총 4곳을 주요 방문 기관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구의원들이 방문한 곳은 메르까마드리드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계획서를 화려하게 만드는 역할만 한 셈이다. 또 7일차 일정인 ▲에이상플라 방문(도시재생 사례) ▲보케리아 시장(재래시장의 현대화 사례) ▲몬주익 언덕(도시재생 사례) ▲바르셀로나 스포츠 자치단체 견학은 ‘의원 자체 간담회’로 대체됐다. 견학 일정 4건이 무산됐음에도 서대문구의회가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일체의 경위 설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사위원회가 의례적으로 전락한 탓에 심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여행사와 계약부터 마친 경우도 있었다. ‘무허가 계획’을 멋대로 집행한 셈이다. 계획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일정을 미루고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심사가 가능했으리라 보기 어렵다.

의정모니터단 구성
효과적 의회 감시 가능할까

이렇게 구의회 내부의 자체적인 감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권자인 주민이 직접 의회를 견제·감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서대문구의회도 지난 8월 「의정모니터단 구성 및 운영 조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정모니터단 권한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주 의원은 “의정모니터단의 경우 견제 효과가 있지만, 전문성, 대표성 등의 문제를 고려해 지적 조언 수준에 그쳐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주민이 의원을 견제하는 수단은 선거”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홍제동 주민인 성공회대 오명숙 교수는 “선출직 구의원을 선거의 결과로만 심판하는 것은 부족하다”며 임기 내 감사제도의 활성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의정모니터단은 의회 감시라는 역할 상 자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회·의원의 홍보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대문구의회 사무국은 “올해 더 이상 해외연수 일정은 없다”고 발표했다. 새로 꾸려진 8대 구의회가 해외연수를 향한 비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임 의원은 “구의원이 실수하면 사람들은 ‘구의원을 없애자’고 비판한다”며 “구의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해소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개선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유성 해외연수는 오랜 관행이 낳은 비극이다. 시민의식은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청렴성을 구의회에 요구한다. 주민과 가장 맞닿아 있는 구의회, 관행으로 얼룩진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서대문구의회는 올해 스페인, 작년 두바이와 이탈리아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메르까마드리드: 식품을 중·소상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스페인 정부가 설립한 유통물류센터.

글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그림 나눔커뮤니케이션

김민정, 박윤주, 하수민 기자  whitedwarf@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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