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물류 운송 기사 1일 르포

편의점의 새벽은 고요함과 거리가 멀다. 밤사이 운송된 물건을 채워 넣고 다음 날 장사 준비에 분주하다. 물류 운송기사가 새벽녘을 쉴 새 없이 누빈 덕분이다. 이들은 매일 약 20곳가량의 점포를 오가며 물건을 실어 나른다. 기자는 직접 편의점 프랜차이즈 G사의 물류 운송기사 J씨와 함께하며 그들의 업무 현장을 체험했다.

 

상하차부터 운송까지
쉴 틈 없는 운송기사의 밤

 


하루 중 가장 덥다는 낮 2시, J씨는 인천 물류 센터로 향한다. 물류 센터는 집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지만, 운전대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다, 지난 업무로 쌓인 피로가 쉽사리 풀리지 않은 탓이다. J씨의 업무는 보통 새벽 4시쯤 마무리된다. 하루 14시간 가까이 일하는 셈이다.

물류 센터에 도착한 뒤 J씨와 함께 편의점 10곳에 운송할 물류를 트럭에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편의점 10곳 물량이 남아있다. J씨는 하루 동안 두 번에 걸쳐 총 6톤여의 물류를 나른다.

흔히들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것이 운송의 주된 업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편의점 물류 운송기사에게 운전은 오히려 휴식에 가깝다. 점포별 물류를 차에 싣고 내리는 상·하차 업무까지 담당하기 때문이다. 물류 상·하차부터 운송까지의 전 과정이 이들 몫이다. J씨를 비롯한 운송기사들이 만성적인 손목 염좌·등 통증에 시달리는 이유다. 긴 업무 시간 탓에 병원 갈 짬조차 내기 어려워 이들은 파스에 의존한다. J씨가 모는 트럭 한켠에도 파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실어나르는 물류의 양은 점포와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임금은 담당하는 점포 수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물류의 양이 3배 넘게 차이나는 두 점포도 임금을 책정할 땐 동등하게 취급된다. 여름철이면 무거운 음료나 생수 주문이 급증해 체감하는 물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보수는 운송량과 무관하게 지급된다. 인천 물류 센터 관계자 B씨는 “담당 점포 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수당 규정은 물류 센터가 아닌 본사에서 정하기에 자세히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점포별 물량이 많은 날은 일만 더욱 고될 뿐이다. J씨는 “물량에 따라 임금을 달리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수당제도 개편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밝혔다.
 


기자가 함께한 날은 평소보다 물량이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도 상차를 마치니 3.5톤 트럭이 얼추 가득 찼다. J씨의 동료 기사 A씨는 “최대 적재량을 크게 넘겨 적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모든 화물 운송 차량은 최대 적재량 110퍼센트 이상의 짐을 실어선 안 된다. 그러나 정작 고속도로 적재 용량 검사는 5톤 이상의 대형 화물차만 대상으로 진행된다. 4톤이 넘는 짐을 실은 3.5톤 트럭들은 도로 위를 위태롭게 달린다. 

 

한숨 돌릴 새 없이 도로 위로
강도 높은 노동에도 푸대접받을 뿐

 


낮 5시 40분, 상차를 끝낸 J씨는 저녁밥을 챙길 여유도 없이 도로 위로 나섰다. J씨의 1회전 운송 지역은 서울특별시 금천구와 경기도 광명시 일대다. 2회전 운송까지 더하면 매일 130km에 달하는 거리를 운전해야 한다. 허기에 피로가 몰리지 않냐는 기자에게 J씨는 “운전 중 피로감을 잊으려 노래를 듣거나 아내와 전화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저녁 7시 15분, 첫 점포에 도착해 하차를 시작했다. 하차하는 동안 J씨가 차를 주차한 곳은 대부분 갓길이나 인도였다. 점포 근처에 마땅한 주차 공간은 없었다. 몇몇 점포는 차를 정차한 곳과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J씨는 “인도 폭이 넓거나 점포 앞에 계단이라도 있으면 하차 업무가 곱절로 힘들다”고 말하며 다시금 상자 더미를 안아 올렸다. 갓길 정차에 주민들이 불만을 쏟는 상황도 흔했다. J씨가 하차를 위해 양해를 구하자 한 운전자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점포 종업원과 함께한다면 훨씬 빨리 끝날 하차 업무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편의점이 사용할 물류임에도 운송기사는 종업원에게 하차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 본사와 편의점주 간의 계약 사항이다. 힘들여 짐을 나르는 운송기사를 종업원이 멀뚱히 구경만 하는 이유다. J씨가 담당한 20개 점포 중 하차 업무를 거들어준 곳은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J씨가 “절대 도우러 나오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던 점포의 종업원은 역시나 미동조차 없었다. 본인 말이 맞지 않았냐는 J씨 표정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밤 11시, J씨가 물류 센터로 돌아왔지만 쉴 틈은 없었다. 곧바로 자정 무렵까지 두 번째 운송을 준비해야 했다. 이내 3.5톤 트럭은 물류로 다시 가득 찼다. 첫 10개 점포 운송만으로도 온몸이 녹초가 되기 십상이지만, 운송기사 대부분은 J씨처럼 하루에 2회 운송 중이다. J씨는 “1회전만 하면 보통 7시간 동안 13개 점포를 돌며 월급 330만 원을 받는다”며 “언뜻 보기엔 큰돈이겠지만, 트럭 할부 값과 부대비용을 제하면 채 200만 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월급 받는데 서류상 ‘자영업자’ 분류
급여는 ‘노동자’ 책임은 ‘사업자’?

 


이처럼 고된 노동임에도 운송기사가 처우 개선을 요구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이들이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물류 센터는 운송 회사와 운송 대행 계약을 맺는다. 운송기사는 운송 회사와 차량 구매·운송용 번호판 임대 계약을 맺는다. 업무가 물류 센터와 운송 회사를 거쳐 운송기사에게 재하청되는 이중 계약인 셈이다. J씨도 운송회사인 ‘건영 물류’와 계약을 통해 G사 물류 센터 운송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운송기사들은 여느 개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노조 결성이 불가능하다. 기자가 유통 노조와 화물 노조에 문의한 결과, 이들 모두 편의점 물류 운송기사를 노동조합 대상원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유통 노조 관계자 C씨는 “편의점 운송기사는 우리와는 관련 없는 이들”이라며 선을 긋기까지 했다.

업무에 공백이 생기면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사실 또한 기사들을 압박한다. 물류 센터는 물량이 매우 많을 때만 ‘용차’를 지원한다. 용차란 작은 트럭에 한 점포 물량을 실어 보내는 제도다. 운송기사가 사고로 다치거나 아플 땐 사비로 ‘용차’를 빌려야 한다. ‘용차’ 한 대당 비용은 7만 원이다. J씨가 하루를 통째로 쉬려면 14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운송회사에서 대체기사 제도를 운용 중이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공급이 부족한 탓에 대체기사를 구하려면 몇 달씩 걸리기 때문이다. “기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사고가 날 것 같으면 차에서 뛰어 내리라고 한다”는 J씨의 말에서 그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휴가는 사치다. J씨는 일을 시작한 뒤 8개월간 단 한번도 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 그는 “휴가 기간 ‘용차’ 비용을 생각하면 놀러 갈 생각이 사라진다”며 “휴가든 사고든 일을 빼는 날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고된 노동을 경감하고 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운송기사 증원이 시급하다. J씨는 “새로 운송기사를 고용하거나 물류 센터 차원에서 예비 차량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송기사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C사 물류 담당 C씨는 “운송 기사를 하려는 사람 자체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증원은커녕 일을 그만두려는 운송기사의 빈자리를 채우기도 어려운 셈이다. J씨는 “결국, 궁극적 해결책은 임금 상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 강도만큼 임금을 넉넉히 지급한다면, 분명 운송기사 유입이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다. 


J씨가 모든 일을 마친 시간은 새벽 3시였다. 꼬박 13시간을 쉬지 않고 일한 셈이다. 일이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가족의 생계가 나에게 달렸다”며 “그 때문에 하루하루 버틴다”고 말했다. 그가 밤새 거리를 누빈 덕에 20개의 편의점은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고된 노동으로 채우는 운송기사들, 피로를 뒤로 한 채 그들은 오늘도 밤을 누빈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그림 나눔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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