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맡겨진 어린이집 통학 업무, 통학차량 공영화 추진 통한 패러다임 변화 필요해

최근 경기도 동두천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4세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 근절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근시안적 대책’이란 평이 나온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 정말 최신 기기만 도입하면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걸까. 

 

사후약방문식 해결책
실효성은 글쎄

 

정부가 도입을 발표한 슬리핑 차일드 체크는 크게 ▲벨 ▲NFC* ▲비컨** 등으로 나뉜다. 벨은 차량이 정차해도 맨 뒷좌석 벨을 눌러야만 경광등이 꺼지는 시스템이다. NFC는 NFC 단말기를 장착한 차량과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경보음을 조작할 수 있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비컨은 책가방에 비컨을 부착한 아동이 통학차량 반경 10m 이내에 접근하면, 스캐너가 이를 감지해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탑승 및 하차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어린이집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특별시 이미숙 보육담당관은 “전에는 잘 지켜지지 않았던 어린이 안전 확인이 이번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 도입을 통해 보완될 것으로 본다”며 “예컨대 벨을 도입한 통학차량은 시동을 끄기 위해 벨을 누르러 가면서 뒷좌석 아이들까지 함께 의무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공립 어린이집만을 대상으로 한다. 사설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라 ‘자율 도입’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전체 어린이집 중 사설 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73.1%에 달한다. 그런데도 당국은 사설 어린이집의 문제에는 따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교육부 학교안전총괄과 박윤하 사무관은 “사설 어린이집 측에서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최신 기술 도입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핵심은 통학차량 운전자와 보육교사의 인식이다. 신촌 에덴어린이집 통학차량 운전자 A씨는 “주차 후 시동을 끄면 다시 버튼을 누르러 가야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는데 매번 뒷좌석으로 갈 순 없지 않냐”며 “통학차량 사고는 운전자와 동승자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어린이들 태우고 달리는 노란색 시한폭탄
제도와 의식 수준이 맞물린 인재(人災)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설비가 아닌 사람에게 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제로는 이 부분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통학차량 운전자가 체계적으로 교육·관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통학차량 상당수가 지입차량, 혹은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점 ▲통학차량의 등록·운행이 신고제인 점 등이 걸림돌이다. 

지입차란 운수·전세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 차량을 가리킨다. 물류·운송업계에선 꽤 보편화된 근무 방식인데 통학업계까지 확장했다. 운전자가 차량을 가지고 운전자 자신의 명의가 아닌 시설장이나 운수회사의 명의를 빌려 운행한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위 방식은 전체 어린이 통학차량 중 71%가량에 달한다.

이런 부류의 통학차량 운전자는 특정 어린이집에 고용된 신분이 아니다. 어린이집 여러 곳을 맡거나 회사·기관 등과 통학 업무를 계약하기도 한다. ㄱ 어린이집 통학을 마치면 곧바로 근처 ㄴ 어린이집 통학을 시작하는 식이다. 창원의 한 유치원 통학차량 운전자 B씨는 “유치원의 통학차량 말고도 회사 출퇴근 차량으로 사용한다”며 “오전 6시에는 회사원들의 출근을 담당하고 오전 8시에는 유치원 아이들의 통학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여러 곳을 돌며 사람을 태우고 내리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시설이나 기관이 차량을 소유해 운전기사를 직접 고용한 곳은 1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운전자들은 차량에 대한 비용 일체를 부담하지만 자신의 명의가 아니므로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기이한 고용관계 때문에 이들은 한 달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린이집 투 잡을 뛴다. 정해진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신호 위반과 과속을 할 때도 있다. 일일이 안전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신고제로 운영되는 통학차량 등록·운행은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난 2014년 시행된 「도로교통법」 제52조는 통학버스 운영자에게 ‘해당 차량을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고 신고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런데도 관련 통계조차 현재 변변치 못한 상황이다. 전국 어린이 통학차량 7만 7천123대 중 2만 2천679대(29.4%)가 미신고 통학챠량이라고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2015년 자료가 유일하다. 

 

통학차량 공영화 전환해서
운전자 자격·능력 향상 꾀해야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사고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학차량의 공영화를 통한 자격 요건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에게 위탁된 현 통학 업무를 시·도 지자체가 담당한 다음, 통학차량 자격증 등을 통해 운전자의 질적 수준과 위기 대처 능력 향상을 도모하자는 뜻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통학차량 공영화를 시행한 대표적 사례다.

이들 국가에서는 주 정부·교육청이 어린이 통학 업무를 맡고 있다. 공개 입찰을 통해 운송 전문 업체를 선발하는 등 어린이집 통학 업무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체계다. 실제로 미국은 스쿨버스 운전기사 자격증을 별도의 시험을 통해 발급한다. 주 정부는 응급 상황에서 운전자의 대처능력과 통학차량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교육한다. 미국 워싱턴주의 경우 스쿨버스 운전자로 일하기 위해서는 일반 운전면허 취득 후 5년 이상이 지나야 하고 1년 이상 CDL(커머셜 라이센스)자격을 가지고 운전을 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또한 스쿨버스 드라이빙 트레이닝을 통과해야 하며 비상시 응급조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차량을 소지한 운전자가 신고만 하면 통학차량 업무가 가능한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규제를 공적 영역이 가해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민간 차원에서 맡아 책임진다. 미국 사기업 ‘홉스킵 드라이브’가 그 예시다. 7세 이상 어린이 통학 전문 회사인 이곳은 학부모가 통학 전 과정의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할 수 있다. 

 

*NFC: 10c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비컨: 저전력 블루투스를 통한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통신 기술

 

글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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