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의한 사법 농단 사실이 밝혀져 온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판사의 영장 발부 권한을 이용해 사법부가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황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법부가 인권 수호 기관이 아니라 권력을 남용하는 부패한 괴물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대부분 국가에서 사법부는 입법부, 행정부와 달리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기관이 아니다. 국민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기관인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론과 외부 힘에 휘둘리지 않는 사법부의 독립, 즉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사법부가 정의와 인권 수호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사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들을 보면 사법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내부 법관에 의해 재판의 독립이 침해됐을 뿐 아니라, 사법 농단 의심을 받는 법관과 퇴직 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청구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각해 검찰 수사마저도 어렵게 만들었다. 91%에 달하는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사법 농단 철폐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보여준다. 사법부가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영장을 심사해 발부하는 기관이 아니라 부패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사적 대리인 집단이 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만일 그렇다면 사법부는 국가가 위임한 권력을 오용하여 자해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 보장은 제멋대로 재판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독립을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사법부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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