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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진행되지 않는 영어강의빈번한 한국어 혼용…그러나 제재 방법 없어
  • 서혜림 기자, 이승정 기자
  • 승인 2018.09.16 21:48
  • 호수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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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교의 강의 세 개 중 하나는 영어강의다. 그런데 일부 영어강의가 한국어로 진행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학교가 영어강의의 양적 확충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실화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업 중 한국어 사용으로
수업권 침해 및 형평성 논란

우리대학교에 개설된 영어강의 비율은 약 34.6%로 약 9.9%인 서울대와 약 21.1%인 이화여대 등 타 대학에 비해 매우 높다. 그러나 일부 영어강의에서는 한국어가 빈번히 사용된다. 아예 수업 전체를 한국어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외국인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 ▲지침을 지키는 영어강의 수강생들에게 불공평하다는 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영어강의가 한국어로 진행되는 사례는 강의 분류를 막론하고 존재했다. 문제는 해당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한국어 능력이 충분치 않은 외국인 학생들은 당초 공지와 달리 한국어를 사용하는 강의 진행 때문에 애를 먹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외국인학생회 회장 조나단 리(Jonathan Lee)(경영·15)씨는 “외국인 학생이 수강하는 한 영어강의에서 교수가 수업을 한국어로 진행했다”며 “피해를 본 학생이 학과 행정실 측에 민원을 넣으려고 했으나, 수강생 중 유일한 외국인이라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운영되는 영어 강의를 듣는 한국 학생들도 손해를 본다.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우리대학교 대학요람은 어학과목 및 UIC 교과목을 제외한 영어강의 과목에 절대평가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영어강의가 한국어 강의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절대평가로 진행한다는 것이 교무처의 입장이다. 그러나 영어강의로 개설된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될 경우 이러한 평가방식은 취지를 잃게 된다. 우리대학교 학생 A씨는 “영어강의를 한국어로 진행하는 것은 절대평가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은 ‘영어강의는 영어로만 진행돼야 하며 한국어로 수업하거나 수업 중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기는 교수가 있을 시 취해지는 조치는 권고 수준에 그친다. 사실상 유의미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교무처 학사지원팀 관계자 B씨는 “영어강의가 지침대로 운영되지 않더라도 해당 수업 교수에게 가해지는 직접적 규제는 없다”며 “교수에게 앞으로 영어를 사용해달라며 시정을 권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무리한 영어강의 개설에 선택권 없는 교수들

양적 확충에만 집중한 학교 측의 영어강의 개설은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다. 한국어 수업을 선호하거나 영어 수업에 부담을 느끼는 교수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일선 교수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학교 방침에 따라 영어 강의를 개설하도록 하니,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영어강의 개설 여부가 전적으로 교수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교무처 학사지원팀 오승훈 팀장은 “영어강의 개설은 교수 자율에 맡겨져 있으며 개설 시 별도의 혜택이나 보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실정과 동떨어진 설명이다. 우리대학교 규정집 ‘교원업적평가 시행세칙’에 따르면, 임용 후 최초 재임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신임교원은 6개의 영어강의를 진행해야 한다. 또 교수 임용 후 6년간 24학점 이상의 영어강의를 개설해야 한다는 내용도 존재한다. 즉, 교수들에게 영어강의 개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대학교에서 영어강의를 개설한 적이 있는 C교수는 “일부 학과는 신임교원으로 하여금 첫 3년간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며 “한국어 강의가 더 편하지만 영어강의 개설에 대해 교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교 측은 대학의 국제화, 국제사회에서의 학생들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영어강의의 비율을 유지 및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보여주기식 영어강의 개설은 당장 학생들의 피해를 낳을 뿐 아니라, 학교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이승현(Econ·16)씨는 “영어강의 숫자만 늘리고 실제로 관리를 안 하는 것은 문제”라며 “학교 측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이승정 기자
bodo_gongju@yonsei.ac.kr

서혜림 기자, 이승정 기자  rushnca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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