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높이의 고층 건물과 고즈넉한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서울.
새로운 것들로만 가득할 것 같은 이 도시 곳곳에는 역사의 흔적들이 녹아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곳에서 그 자취를 따라갔다.
 


서울 교통의 중심지, 서울역. 광장에 빼곡한 사람들은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출입구 밖으로 나서니 유리로 지어진 고층 건물 너머로 옛 서울역의 비취색 지붕이 보인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서울역. 이곳 구석구석에는 많은 이들이 품고 온 각자의 이야기가 묻어 있다. 
 


연대앞 정류장에서 다섯 정거장이면 독립문 공원에 다다른다. 버스 안 창틀 사이로 보이는 웅장한 독립문은 한번쯤 그 주변을 거닐고 싶게 한다. 독립문 뒤 넓게 평쳐진 공원은 뜨거운 가을 햇볕을 피하러 온 서대문구 주민들의 쉼터다. 그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면 서대문형무소가 나온다. 한 세기가 지나도록 제 자리를 지킨 철문 주변에는 왠지 모를 삭막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언제나 붐비는 광화문 앞 광장. 사람들의 생기로 가득찬 이곳은 다양한 목소리들이 모일 때 더 뜨거워지곤 한다. 광화문이 간직한 옛 모습과 광장의 생동감은 오묘한 조화를 이뤄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잡아끈다. 
 


쭉 늘어선 잿빛 건물들 사이를 가로질러 간다. 푸른 초목에 둘러싸인 사찰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심 속에 위치한 절, 봉은사. 현판이 달린 문 안으로 들어서자 향 내음이 은은하게 풍겨온다. 자동차 경적과 도시의 아우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고요함 사이로 자박자박 모래 밟는 소리만 들린다. 계단을 오르면 까만 기와 끝에 걸린 고층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100년 전 독립을 외치는 민중의 함성으로 가득찼던 탑골공원. 이제는 고요한 가운데 이따금 들려오는 말소리만이 이곳을 감싼다. 공원 안의 팔각정 뒤로는 높은 빌딩이 세워졌다. 하지만 탑골공원만은 여전히 사람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고 있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종로 2가, 그중 시민들이 가장 모이기 쉬운 곳이라는 탑골공원. 그곳은 아직도 사람들과 함께한다.
 


시원스레 뻗은 마천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도를 옆에 끼고 걷기 시작한지 5분 남짓. 탁 트인 공원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한가롭게 공원을 거니는 행인들 사이로 보이는 소담한 돌계단, 아니 무덤 하나. 긴 세월 자리를 지켜온 고분과 먼발치의 고층 건물은 미묘한 대조를 이룬다.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손잡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숙제 때문에 찾아온 학생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석촌동 고분군과 닮아있다. 

 

박건 하수민 박수민 윤채원 정구윤 최능모 하광민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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